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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친절한 프로그래머 5 - 박도신 프로그래머



더 친절한 프로그래머 5 - 박도신 프로그래머  
북미권 작품들

올해 북미권에서 선정된 작품은 미국(합작영화 포함)이 8편, 캐나다가 2편으로 총 10편입니다. 주로 올해 선댄스영화제와 칸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이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됐던 작품들로 구성되었습니다.

<아노라>
<룰라>

가장 먼저 소개드릴 작품은 션 베이커 감독의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아노라>입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션 베이커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각광받고 있는 독립영화 감독입니다.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이기도 한 <탠저린>(2015)이란 작품으로 그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린 후에 <플로리다 프로젝트> 등 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사랑받고 있는 감독입니다. <아노라>를 통해서 다시 한번 왜 션 베이커가 가장 사랑받는 독립영화감독 중 한 명인지 알게 될 것이라는 말씀으로 영화에 대한 소개를 대신하겠습니다.

 

두 번째로는 여러분들이 너무나도 잘 아시는 올리버 스톤 감독과 롭 윌슨 감독이 공동 연출한 다큐멘터리 <룰라>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의 장르를 정치 스릴러 다큐멘터리로 규정하고 싶습니다. 반대 정치 세력의 치밀한 방해공작에도 불구하고 브라질 역사상 첫 3선으로 재선된 주인공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가 다시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과정이 너무나도 스릴있게 펼쳐지기 때문입니다.

<사스콰치 선셋>
<고스트라이트>
<리얼 페인>

또한 미국독립영화의 등용문, 선댄스영화제에서 올해 관객들로부터 가장 많이 회자되었던 작품 중 3편을 선정했습니다. 먼저 젤너 형제 감독의 <사스콰치 선셋>입니다.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사스콰치 가족의 생존을 그린 이 작품은 올해 선댄스에서 가장 ‘기이한’ 작품으로 평가됐습니다. 털복숭이 가족이 겪어야 하는 생존담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작품으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가장 ‘기이한’ 작품으로 평가 받을 것 같습니다. 두 번째로는 <고스트라이트>입니다. 위기를 맞은 한 가정의 가장이 우연히 라이브 공연장에서 펼쳐지는 연극 무대에 서게 되는 이야기로 잔잔한 감동을 선물하는 휴먼 드라마입니다. 가장으로서 힘겹게 살아가는 이 세상 모든 아버지들이 공감할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리얼 페인>입니다. 이 작품은 미국 할리우드 배우 제시 아이젠버그가 연출한 두번째 장편 입니다. 작년에 선보인 그의 첫 번째 장편 <웬 유 피니쉬 세이빙 더 월드>(2022)를 보고 상당히 괜찮은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리얼 페인>은 그의 전작보다도 더 훌륭한 연출력을 선보여 사실 속으로 많이 놀랐던 작품입니다. 간결한 스토리 구성에 유머러스하지만 한 인간의 복잡한 내면을 심도있게 표현한 이 작품은 앞으로 그가 배우보단 감독으로 더 성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합니다. 본인이 직접 출연했고, <나홀로 집에>의 주인공 맥컬리 컬킨의 동생 키에런 컬킨이 주연을 맡아 환상적인 연기를 선보입니다.

<마지막 해녀들>
<시빌 워>

다음은 선댄스영화제 선정작은 아니지만 아주 의미 있는 미국 다큐멘터리 한 편을 소개하겠습니다. 재미교포인 수 킴 감독의 <마지막 해녀들>입니다. 우리나라에 얼마 남지 않은 해녀들의 일상생활을 통해 환경문제를 다룬 <마지막 해녀들>은 수 킴 감독의 장편 다큐멘터리 데뷔작으로 우리의 기억에서 서서히 잊혀져 가고있는 해녀들의 애환을 그린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의 상영 때 감독님과 함께 출연하셨던 해녀 분들이 직접 방문하기로 되어 있어서 상영 후 관객과의 만남 시간이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오픈시네마에 소개될 미국 작품으로 <시빌 워>가 있습니다. 이 작품은 이미 미국에서 올 봄에 개봉해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호평을 받았던 작품입니다. 제3세계에서나 있을 법한 내전이 미국 내에서 일어난다는 다소 황당한 주제를 가지고 있지만 오히려 그것 때문에 더욱 이목을 집중시킨 작품이었습니다. 정치적 메시지와 함께 액션도 가미된 이 작품은 미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독립영화사 A24의 미국 내 최고 흥행 기록을 갈아 치우기도 했습니다. 야외극장 대형 스크린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유니버설 랭귀지>
<혹시 저를 아세요?>

마지막으로 캐나다 작품들입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캐나다 영화가 2편밖에 선정되지 못해 아쉽기는 하지만 두 작품 모두 독특하면서도 아주 흥미로운 작품들입니다. 앞서 언급한 <사스콰치 선셋>을 가장 기이한 영화라고 소개를 드렸는데 이 두 영화 모두 <사스콰치 선셋> 못지않게 특이한 작품들입니다. 먼저 <유니버설 랭귀지>라는 작품입니다. 올해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처음 상영되어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작품입니다. 드라마와 유머가 혼합되어 있고 잔잔하며서도 약간의 판타지와 스릴러적인 요소가 가미된, 여러 장르가 잘 흡수된 수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작품은 <혹시 저를 아세요?>입니다. 캐나다의 신인 감독 아리아나 마르티네즈 감독의 첫번째 장편으로 올해 플래쉬포워드 관객상 후보작 중 하나입니다. 신인감독들이 가질 수 있는 과감함과 신인감독답지 않은 비범함이 동시에 존재하는 작품입니다. 시간대를 넘나드는 구성이 돋보이는 <혹시 저를 아세요?>는 약간의 반전과 함께 감동을 선사하는 마지막 부분이 아주 일품입니다.

미드나잇 패션
<저주>
<출입금지>

올해 미드나잇 패션에 소개될 작품은 총 6편이지만 올해 유난히도 합작영화가 많은 관계로 국가 수가 총 12개국입니다. 올해도 역시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라는 미드나잇 패션 취지에 아주 걸맞는 작품들이 심야 관객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우선 미드나잇 패션에 빠질 수 없는 공포영화부터 소개하겠습니다. 먼저 아이슬란드에 위치한 외딴 섬에 얼마 되지 않는 마을 주민들에게 벌어지는 심리 스릴러 <저주> 입니다. 작은 섬이라는 제한된 공간과 싸늘하고 음침한 한 배경만으로도 관객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합니다. 두 번째는 <출입금지>라는 작품입니다. SNS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장난으로 흉가에 들어가 영상을 중계하는 두 남자에게 벌어지는 일을 그린 이 작품은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정통 ‘귀신’ 호러물 입니다. 밤을 새워 봐야 하는 관객들의 잠을 확 달아나게 할 작품입니다.

<괴기열차>
<쉐임리스>

다음은 오랜만에 미드나잇 패션에서 소개되는 한국 공포영화 <괴기열차>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웰메이드 한국독립장르영화를 보게 되어 개인적으로도 아주 뿌듯했던 작품입니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지하철에서 벌어지는 괴기스러운 이야기들로 구성된 <괴기열차>는 SNL로 잘 알려진 주현영이 주연을 맡았습니다. 그녀의 색다른 매력과 함께 간결하지만 임팩트 있는 연출력이 아주 돋보이는 작품으로 웰메이드 국내 호러영화를 기대하시는 관객들에게 아주 좋은 선물이 될 것 같습니다.

 

다음은 <쉐임리스> 입니다. 집창촌에서 하류인생으로 살아가는 한 여자 이야기가 아주 통렬할 정도로 가슴 아프게 그려진 드라마 입니다. 공포스럽거나 판타스틱한 요소는 없지만 끝을 알 수 없는 이야기 구성으로 관객들을 끝까지 몰입시키는 작품입니다. 올해 칸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에 초청되어 여주인공을 연기한 아나수야 센굽타가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했습니다.

<나이트콜>
<서브스턴스>

다음은 액션 스릴러 <나이트콜>입니다. 억울하게 갱단 조직에 연루된 한 젊은 남성이 자신의 누명을 벗기 위해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이는 이 작품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연출과 임팩트 있는 스토리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볼 수 있는 액션 활극입니다. 너무 화려한 액션만 강조하는 기존 상업 액션영화들과 차별되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젊음을 갈구하는 한 중년 여배우의 이야기를 그린 <서브스턴스>입니다.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선정된 작품 중 하나로 각본상을 수상했습니다. 칸영화제에서 공개되었을 때 비주얼적인 잔인함으로 많은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작품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젊어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던 데미 무어가 주연을 맡아서 그런지 더 현실감 넘치는 연기를 선사합니다. 한동안 잠잠했던 그녀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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