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파노라마
8월의 크리스마스죽음을 앞둔 사진사 정원은 주차단속원인 다림을 알게 된다. 정원은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아버지에게 비디오와 사진현상기 작동법의 메모를 남기고, 자신의 조상화를 찍는 등 주변을 정리하기에 분주하다. 다림은 정원을 만나지 못한 채 전근을 가고만다. 그리고 여름이 지나 겨울이 오고, 다림은 오랜만에 차은 사진관 앞에서 자신의 흑백사진을 발견한다. 정원이 남기고 간 선물이었다. 그것은 한 통의 편지만큼이나 선명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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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의 힘홍상수 감독이 바라보는 일상의 현실은 마치 연금술사들이 찾아낸 알코올과 같다. 차가운 물의 성질을 지녔으면서도 불을 일으키는 배타성과 조화성. 일상을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의 이면에 담긴 삶에 대한 뜨거운 애정을 읽어낼 수 있다면 ‘강원도의 힘‘이라는 기묘한 제목에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사랑을 잊고자 친구들과 강원도로 여행을 떠난 지숙은 또 다른 불륜에 얽히는 기묘한 운명에 처한다. 지숙의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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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막힌 사내들모든 일에 실패를 거듭하는 <기막힌 사내들>이 있다. 전과는 많지만 범죄자로 보기엔 어리숙한 덕배와 달수. 매번 자살에 실패하는 청년, 항상 경찰서에 잡혀오는 운 나쁜 남자... 연속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잡혀온 그들이 풀어놓는 기구한 사연은 뭘까. 하지만 기막힌 사내들은 그들 뿐만이 아니다. 살인범을 추적하는 경찰들은 베테랑을 자부하면서도 어딘가 어설프고, 그들의 주먹구구식 수사는 미궁을 헤맨다. 그러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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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향기<걸어서 하늘까지>, <본 투 킬>과 같은 정통 멜로 액션 드라마를 꾸준히 만들어온 장현수 감독의 작품이다. 하병무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이 작품은 의남매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은혜와 함께 가난한 삶을 꾸려나가던 혁수는 암흑가의 신예로 떠오른다. 서로 피가 다른 둘은 사랑하지만 남매의 관계를 유지한다. 조직을 대신해 감옥에 들어간 혁수. 은혜는 그를 풀어주기 위해 평소 자신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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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이 날다충무로 바깥에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중앙 아시아 타지키스탄의 전설과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시골 마을인 “아쉬트”에는 40대 초등학교 선생님이 살고 있다. 그런데 옆집으로 이사 온 부자가 그의 집 담장 아래쪽에 화장실을 만들고 매일 그의 아내를 훔쳐본다. 이를 안 아노르 선생은 화가나 검사에게 항의하지만, 검사는 오히려 부자를 옹호한다. 아노르 선생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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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강우석 감독은 대중적 상업영화에 주력해 온 감독이자 제작자이다. 그는 시의성보다는 포복절도하게 만드는 상황과 대사에 주로 의존한다. 자국 영화에 무심했던 한국 관객들이 모국어 영화의 즐거움이 다시 발견할 수 있었던 계기도 그의 코미디 영화와 관련된다. 그런 그가 이번 작품에서는 풍자와 아이러니로 현실문제에 접근하고 있어 이채롭다. IMF 구제금융 시대의 한국을 향한 매개 고리는 뜻밖에도 성의 문제로 드러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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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절한국 전쟁사를 다룬다는 것만으로도 텍스트의 무게를 실감할 수밖에 없는 이 작품은 서정성과 미니멀리즘적 태도를 견지하면서 리얼리티와 모더니티 사이의 긴장감을 유지한다. 마치 오래된 상처를 어루만지는듯한 성찰의 화면은 전쟁사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성민의 아버지는 미군부대에 취직한 탓에 넉넉하지만, 창희는 성민의 집에 얹혀 사는 신세다. 단짝인 성민과 창희는 동네 아이들과 함께 미군과 동네처녀들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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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괴담한국에서 이 영화는 신드롬과 스캔들의 중심에 놓여 있었다. 교복을 입은 어린 관객들이 극장 앞에서 문전성시를 이루면서 영화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고, 발빠른 테레비전의 상술은 학원괴담의 모조품들을 양산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런가 하면 보수적인 교원단체에서는 ‘교사의 품위를 저해하고 교육현실을 왜곡한다‘는 혐의로 이 영화에 대해 법적 제재를 검토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하나의 환타지가 현실 안에서 강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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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주인공과 감독을 제외하면 모두 폴란드 현지의 배우의 인력으로 만들어진 영화. 하지만 이국적인 스펙터클이나 교포들의 자수성가를 그린 영화는 아니다. 각각의 인물들이 드러내는 내면의 풍경은 다분히 범세계적이며 보편적인 정서를 담고 있다. 젊은 시절의 방황으로 아내와 딸과 헤어진 채 유럽을 떠돌던 김은 폴란드에 체류하면서 태권도 도장을 운영한다. 그러하기에 욜라와 미하우를 만난 것이 운명적일 터. 새로운 세계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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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사미국에 있는 동생을 대신해 우인과 집을 살피던 서현은 운명적인 사랑을 맞이한다. 지루하고 답답한 자신의 일상과는 다른 우인의 자유분방함에 마음이 이끌린다. 하루하루 만남이 길어지면서 둘은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그러나 형부와 처제, 처형과 제부라는 관습의 굴레가 이들을 옭아 맨다. 일반적인 멜로 드라마와는 달리 느린 호흡과 섬세한 공간의 묘사를 통해 상투적인 관습을 넘어서 인물들의 감정선을 극단으로 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