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영화의 결정적 순간들
©Silex Films 응우옌푸엉마이 <우리, 파도처럼> 아련한 첫사랑의 추억 솜폿 칫께손퐁 <천국으로 가는 아홉 사원> 할머니의 마지막 소원은... ©Simone D′Arcangelo 도밍가 소토마요르 <라 페라> 강아지는 힐링이지! ©Mokster Films 함 쩐 <붉은 실> 귀신, 연쇄살인, 도시 괴담 ©GDH 559 Co., Ltd. 반종 피산다나쿤 <인헤릿> 다위까 호네의 무서운 연기력
<멜트다운>은 배반과 전복의 영화다. <멜트다운>은 칠레에 전지훈련을 온 열네 살 소녀의 실종과 그 수색 과정을 다룬다. 이때 영화는 소녀의 실종을 탐문하면서 소재의 특성상 관객이 기대하는 바를 배반하고, 이를 통해 소재가 은유하는 역사적 흐름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뒤집는 데까지 나아가고자 한다. 우선
늙으면 마음도 함께 늙을까.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옮긴 웨인 왕의 <미친 노인의 일기>는 이 질문에서 시작한다. 우쓰기(릴리 프랭키)는 예순아홉 번째 생일 전날 뇌졸중으로 쓰러져 몸 왼쪽을 쓰지 못하게 된 뒤 죽은 아내의 자매인 하나와 며느리 수수(판빙빙)의 보살핌을 받으며 지낸다. 몸은 하루가 다르게 약해지지만, 며느리를 바라
숫자가 문자보다 앞서고, 실용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사회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상업성보다 작품성을 앞세운 영화에 마음을 내어주고, 미술관을 찾아 예술을 마주하며, ‘텍스트힙’이라는 새로운 열풍 속에서 다시 책을 펼쳐 든다. 효율과 실용성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것들을 왜 우리는 여전히 찾는 것일까. 어쩌면 그 답은 ‘
구유 감독이 산수 영화라는 장르를 개척했다면, 박송열 감독은 가내수공업 영화라는 장르를 개척해 나가고 있다. 영화가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를 잡은 상황에서 감독의 이런 시도는 그 자체로도 매우 독창적이다. 배우를 제외한 모든 작업을 홀로 해내는 그의 독특한 제작 방식은 <사랑의 지평선 너머로>에서도 이어진다. 처음에는 낯섬의
말을 하다 보면 상대의 고개가 작게 움직이는 순간이 있다. 맞장구라 부르기엔 고요하고, 동의라 부르기엔 가벼운 몸짓. 그러나 그 작은 끄덕임 하나에 말을 이어 갈 힘이 생긴다. 내뱉은 말이 어딘가에 닿았다는 방증의 신호이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섣부른 판단도, 어설픈 조언도 없다. 그저 듣고 있다는 사실만이 있다. 그래서 가끔은 긴 위로보다 이 찰나의 몸짓이
2020년, 코로나가 유행했다. 많은 사람들이 극장에 가지 못했고, 영화의 개봉 연기와 폐관이 잇따랐다. 어언 6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그 여파는 정도를 달리할 뿐 여전하다. 그사이 많은 이들이 물었다. 무엇때문에 사람들이 더이상 영화관을 찾지 않는가? 영화는 끝났는가? 영화란 무엇인가? 나에게 <극장에 두고 온 것들&
연상호 | 한국 | 2026년 | 101분 | 갈라 프레젠테이션 10.13 L9 09:40 / 10.14 L10 18:40 9년 전 스쿨버스 실종 사건으로 아들 선우를 잃은 소영(김현주)은 증강현실 프로그램 ‘낙원의 아이들’에서 어린 아들과 재회하며 살아 간다. 그러던 어느 날 훌쩍 성장한 청년 선우(배현성)가 나타나면서 굳게 믿어온 기억
마이 엘투키 | 덴마크, 라트비아, 스웨덴 | 2026년 | 126분 | 월드 시네마 10.11 B1 18:40 / 10.14 B3 13:30 1945년, 나치 독일의 점령에서 해방된 덴마크에서는 나치 협력자들에 대한 처벌을 감행 한다. 특히 독일군과 관계를 맺은 여성들은 공개적인 모욕과 폭력의 대상이 된다. 가정교사이자 가정부인 마리(
가도와키 고헤이 | 일본, 프랑스 | 2026 | 117분 | 일본 애니메이션 특별전 10.07 C5 19:20 / 10.08 L4 09:00 / 10.14 CX 10:00 눈부신 유년기를 함께 보낸 쓰바사(반도 료타)와 교타로(오카야마 아마네). 두 사람 사이에 작은 의심이 끼어들며 관계에 균열이 생긴다. 교타로를 둘러싼 소문을 엄마와
크리스티안 문쥬 | 루마니아·프랑스·노르웨이·덴마크·핀란드·스웨덴 | 2026 | 146분 | 아이콘 10.7 C3 12:20 / 10.8 BH 09:00 / 10.11 CX 15:30 / 10.13 B1 19:30 독실한 신앙을 가진 루마니아인 남편 미하이(세바스티안 스탠)와 노르웨이인 아내 리스벳(레나테 레인스베)은 다섯 아이와 함
타케무라 켄타로 / 일본 / 2026년 / 120분 / 오픈 시네마10.8 LT 20:00 GV / 10.14 SH 12:20 훤칠한 외모와 중성적인 분위기 때문에 여학생들 사이에서 ‘왕자’로 불리는 요이(안자이 세이라). 정작 자신은 그런 시선이 익숙하지 않지만, 주변 사람들은 요이의 외모와 행동에 멋대로 의미를 부여한다. 어느 날 요이는 학교
루이 클리시 | 프랑스·벨기에 | 2026 | 90분 | 월드 시네마 10.12 CGV6 09:40 프랑스 시골 농장에서 아버지의 뒤를 이어 농부가 되려던 10살 소년 크리스토프는 어느 날 갑자기 몸이 기울고 쓰러지는 증상을 겪는다. 철제 보조기를 착용해야만 몸을 곧게 세울 수 있게 된 소년은 농사일에서 멀어지고, 그틈으로 음악과 우정
세 번째 산수영화라는 자막이 지나가면 흔들리는 하얀 커튼 사이로 풍경들이 조금씩 다른 풍경들을 보여준다. 정지되어 있지만 흔들리는 커튼 사이로 보이는 장면들은 바람에 따라 흔들린다. 그리고 카메라는 한 번도 멈춰서 있지 않은 채 강물을 따라 흐르기도 하고, 인물을 따라 가기도 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그림은 멈춰선 풍경이다. 하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목록에서 애니메이션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특히 <일본 애니메이션 특별전: 광기의 걸작, 전율의 기대작 12+1> 프로그램은 애니메이션을 다루는 영화제의 깊이와 무게도 달라졌음을 체감하게 한다. 그래픽 기술이 발전할 때마다 애니메이션은 새로운 시도를 해왔다. 이제 생성형 인공지능은 정교한 이미지를 빠르게 만
용서에 대해 생각하는 밤이다. 용서해야 하는 사람도 용서받아야 하는 사람도 같이 살던 이웃이고, 심지어는 자기 혈육인 오빠고 부모다. 그걸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들은 아니, 받아들이는 그것이 영화의 마지막이자 시작이다. 누군가는 죽였고, 누군가는 죽임을 당했다는 그 사실을. <베니마나>는 1994년 르완다 대학살 이후, 공동체 재판이
부모의 기대에서 자유롭지 못한 딸과 어린 시절 미국으로 입양된 남자가 교통사고를 계기로 만난다. 스테파니 안의 〈베드포드 파크〉는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이 조심스럽게 가까워지는 이야기다. 함께 밥을 먹고 음악을 듣고 춤을 추는 평범한 시간에도 이들은 선뜻 마음을 드러내지 못한다. 영화는 그 머뭇거림을 오래 바라보며, 누군가의 곁에서 마음을 놓는 일
한(恨). 한(恨)은 사전적 의미로 몹시 원망스럽고 억울하거나 안타깝고 슬퍼 응어리진 마음을 뜻한다. 한(恨)은 영화 <베드포드 파크>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영화 <베드포드 파크>는 스테파니 안 감독의 데뷔작이고, 선댄스영화제 미국극영화경쟁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작이다. 영화 <베드포드 파크>의 주인공인 오드리
세라 아놀드의 <짐승이 너무 많아>는 마치 눈을 가리고 질주하는 말에 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영화는 마을 숲길을 따라 난 도로를 이리저리 가로지르며 달리는 짐승들을 가장 먼저 보여준다. 짐승들의 움직임처럼 수사극으로 시작해 느닷없는 코미디가 되고, 날카로운 사회풍자는 예상치 못한 로맨스로 급격하게 방향을 튼다. 하나의 분위기에 익숙해질
도시에서 죽음은 늘 저 멀리, 단단한 벽 바깥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영화 <베일러>가 발을 딛고 있는 농촌의 들판에서 삶과 죽음은 특별한 사건이 아니다. 그것은 마치 마당 한가운데, 흙과 거름의 냄새 속에 나란히 놓여 있으며, 영화는 그 둘을 자연의 무심한 순리처럼 같은 호흡 위에 얹어 둔다.제목의 ‘베일러’는 볏짚이나 건초를 둥글고
정지혜 감독의 <풀문>은 사춘기 소녀의 성장통에 관한 영화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각 캐릭터들이 마주하는 상황들에 깊게 이입하게 되지만 영화는 그들이 감내하고 있는 아픔을 너무 심각하게 풀어가려고 하지 않는다. 친구들과 웃고 떠들며 춤추는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영화에서 이런 씬들이 나오면 관객들은 자연스레 그 행복의 정도만큼 혹은 그보다 큰 위기
손현록 감독의 <새>는 주인공 예옥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고등학교 교사로 두 아이의 엄마로 살아오던 그녀는 학생들의 추락사를 계기로 걷잡을 수 없는 혼돈에 휘말리게 된다. 이 이야기는 결국 예옥이 깨달음을 얻는 이야기이며, 여기서 예옥은 혜정도 될 수 있고 규민도 될 수 있고 어쩌면 영화를 보는 관객이 될 수도 있다. 
흑백의 화면과 단조로운 배경, 침착한 리듬을 지닌 <모종의 탐정>은 고상한 목소리와 순수한 얼굴을 지닌 배우(이유하)를 등에 업고 아늑한 내면의 방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화면은 어두워 보이지만 빛나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배경은 얌전히 대화에 자리를 내어준다. 물론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조금씩 전모가 밝혀지는 과거의 사건들은 심상
작년에 <미로>로 부산 국제 영화제를 찾았던 신선 감독이 3번째 장편 연출작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으로 또 한 번 비전 부문에 초청되었다. 아픈 과거가 있는 주인공 은율은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고향 거제로 내려온다. 은율은 차도에 덩그러니 있는 특정한 벤치에 앉으면 미래를 선이 아닌 점처럼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상영관을 압도하는 트랙터 소리. 하지만 그 내용만큼은 소리의 크기와 역비례하듯 잔잔하게 흘러가는 영화 한 편을 만났다. 가을걷이가 끝난 논에는 어디나 과자 ‘짱구’처럼 생긴 크고 흰 뭉치가 툭툭 놓여 있다. 볏짚을 기계로 말아둔 ‘곤포 사일리지’다. 이 기계나, 운전하는 사람을 ‘베일러’라 부른다. 소 먹이가 될 건초가 영양분을 품고 있으려면 적당
BIFF NEWSLETTER
OTHER MENU
SUPPORT
FOLLOW US ON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