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파노라마
공공의 적힘만 세고 머리는 나쁜 강철중은 마약 밀매도 서슴지 않는 부패 형사다. 흉측한 연쇄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범인이 돈 때문에 부모마저 살해한 사악한 증권 딜러라는 사실을 직감하면서 강철중은 서서히 변화한다. 마침내 살인마를 혼자서라도 단죄하기로 결심한 강철중의 앞에 부패한 검사가 막고 나선다. 1990년대 한국의 대표적 상업영화 감독 가운데 하나였던 강우석 감독은 이 영화에서 자신의 장기였던 액션 코미디에다, 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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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대식은 노숙자들 사이에서 우두머리 노릇을 하는 인물이다. 그가 속한 노숙자 무리에 파산한 증권 딜러 석원이 찾아든다. 동성애자 대식은 첫눈에 석원을 사랑하게 된다. 노숙자 신세 탈피에만 골몰하는 석원, 그에 대한 사랑을 감춘 대식, 그리고 대식을 사랑하는 한 여자의 희망 없는 긴 여행이 시작된다. 거친 톤의 화면에 담긴 쓸쓸하면서도 서정적인 풍광이 인상적인 이 영화는 한 동성애자의 슬픈 로맨스를 넘어, 사랑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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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이야기대도시에 사는 평범한 회사원이 흩날리는 눈을 보며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어촌에서 홀어머니와 함께 외롭게 자란 그에겐 불가사의한 추억이 있었다. 바닷가에서 우연히 발견한 구슬이 그를 이상한 나라로 안내하고, 그는 그 곳에서 마리라는 이름의 소녀를 만난다. 기묘한 털옷을 입은 중성적인 존재 마리가 이끄는 황홀한 판타지의 세계가 소년의 결핍과 상처를 어루만진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영향이 느껴지는 장면도 없지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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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는 나의 것[공동경비구역 JSA](2000)를 통해 큰 상업적 성공을 이룬 박찬욱 감독이 상업적 코드를 외면하고 감독 자신의 영화광적 감수성과 회의주의적 세계관을 고스란히 드러낸 매우 개성적이고 독특한 작품이다. 한 가난한 남자 노동자가 병든 누나의 수술비가 없어 고민하다 무정부의자 애인의 권유로 회사 사장의 딸을 유괴한다. 사고로 딸이 죽자, 사장은 범인을 찾아 나서 공범 남녀를 차례로 살해하고, 자신은 무정부주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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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발견일이 잘 풀리지 않는 배우 경수가 춘천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 곳에서 자신을 유혹하는 이상한 여인을 만나 함께 밤을 보낸다. 부산의 집으로 가기 위해 기차를 탄 경수는 매력적인 여인을 만나 경주에서 내린다. 유부녀인 그 여인은 그에게 호감을 보이다가 결국 그를 외면한다. <생활의 발견>은 모방과 반복에 관한 영화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무의식중에 모방하고, 한 상황은 다른 시간 다른 곳에서 반복된다. 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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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팔이 소녀의 재림게임방 소녀에게 반한 청년이 이상한 게임에 접속한다. 이 게임은 게임방 소녀와 똑같은 모습의, 라이터 파는 소녀가 게이머를 그리워하며 얼어죽어야 승리자가 된다. 첨단 장비를 갖춘 쟁쟁한 게이머들과 경쟁해야 하지만 청년에겐 맨몸밖에 없다. 게임은 소녀가 자의식을 가지면서 교란되기 시작한다. 이 영화는 컴퓨터 게임의 스펙터클을 활용하고 게임의 일반적 플롯을 채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게임의 일반 논리를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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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한국, 홍콩, 태국의 세 감독이 만든 호러 옴니버스 영화. 김지운 감독의 <메모리즈>는 행방불명된 아내의 환각에 시달리는 중산층 남자가 주인공. 김지운 특유의 기발한 유머 대신 차갑고 어두운 색조의 화면이 전편에 펼쳐지며 마지막 장면의 반전이 인상적이다. 진가신 감독의 <고잉 홈>은 번갈아 불치병에 걸린 한 부부의 비극적 사연을 호러장르의 관습을 빌어 그리고 있다. 공포스러운 타자에게서 결국 죽음보다 깊은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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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어눌하고 무능력한 전과자 남자는 우연한 계기로 중증 장애인인 여인을 만나 사랑을 싹틔운다. 그러나 두 사람의 가족들조차도 그들의 사랑을 이해하지 못하고 가로막는다. 사건들을 시간의 역순으로 배치한 전작 <박하사탕>에서처럼 이창동 감독은 이 영화에서도 전통적인 내러티브 영화의 미덕을 굳건히 지키면서, 판타지의 매개 없는 삽입이라는 실험적 요소를 첨가한다. 동시대인의 결핍과 인간에 대한 근원적 신뢰를, 계몽주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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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나른하게 살아가는 한 중산층 부부가 있다. 호스트바에서 남창 노릇을 하는 한 청년이 남편과 동성애 관계를 맺는다. 남편을 의심한 아내는 그 사실을 알고 난 뒤, 청년과 만나 섹스를 벌인다. 청년은 그 남편과 아내 양자에게 애정을 갖고 있지만, 부부는 청년을 욕망과 불안의 해소를 위한 도구로만 대한다. 데뷔작 <시간은 오래 지속된다>에서 황량한 러시아의 겨울을 무대로 좌절한 이상주의자들의 초라한 삶을 그렸던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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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산골 외딴집에 홀로 사는 70대 할머니에게 대도시에 살던 외손자가 맡겨진다. 말 못 하는 할머니를 늙고 더럽고 지루하게 여긴 외손자는 처음엔 할머니를 멸시하고 외면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둘 사이엔 미묘한 연대감이 싹튼다. 농촌-도시, 노인-아이의 대립과 갈등 그리고 화해와 연대를 줄기로 삼은 관습적인 스토리 라인은 극히 단순하지만, 정교하게 배치된 섬세한 에피소드들과 배우들의 다소 서투른 연기가 기묘한 조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