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틱스 초이스
나비두더지서명수의 장편 데뷔작 <나비두더지>는 두더지처럼 생활하는 지하철 기관사들의 삶에서 일상적으로 죽음을 접하는 이들의 긴장과 피로를 그려낸다. 곧잘 지하철에 몸을 던져 자신들의 목숨을 끊는 사람들을 목격하면서 이 영화 속 주인공들은 그 자살한 이들의 절망에 서서히 감염된다. 숱한 익명의 사망자들의 운명은 햇빛 볼 날이 없을 듯한 이들의 삶의 위기감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감독 서명수는 무명의 배우들을 데리고 지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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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취영화사상 사랑처럼 많이 다루어진 소재도 없다. 누구나 사는 동안 사랑의 열병을 피해가기 힘든 탓일 게다. 하지만 그 열병과 상처의 양상은 다 다르다. <도취> 역시 사랑을 묘사하는 작품지만, 그 사랑은 일상적이지도 상식적이지도 않다. 제목이 말해주듯 병적 쾌감에 가까울 정도의 형언하기 힘든 행복감 그 자체다. 남편과 아이가 있는 여성이 운명적 사랑에 이끌려 비극의 주인공을 자처하는 삼각관계, 물론 이런 삼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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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타세상과 동떨어진 숲에서 덫을 놓아 동물을 사냥하며 살아가는 청년 마렉. 전쟁 중이지만 불구인 아버지를 홀로 두지 않기 위해 징집을 기피하고 숨어 지낸다. 감시의 눈을 피해 몰래 사냥하던 그는 덫에 걸려 부상당한 여군 마르타를 구해내 집으로 데려와 간호하게 되면서, 운명의 덫에 걸려든다. 마르타는 이기심과 순수함, 선과 악의 구별이 불분명한 인물로서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미스터리를 부여하는 존재이다. 대사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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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밥상<마지막 밥상>은 다섯 명의 주인공의 일상을 느리게 이어붙인다. 영화의 상당 부분이 흘러야 이들의 관계가 조금씩 드러난다. 두 가족의 삶이라는 걸 관객이 알고 난 후에도 이 당혹스런 어색함의 정체가 가시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각자의 영토에 고립된 채 외부와 끈을 맺을 어떤 계기도 찾아내지 못한다. 그런데도 이들은 태엽이 감긴 자동인형처럼 무표정하게 일상을 영위하고 있다. 부동의 삶의 형태를 마찬가지로 감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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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의 날들환경과 문화가 다른 타국에서의 이민생활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다. 그것도 가장 예민한 십대 때 편모와 새로운 인생을 개척해야 한다면, 그 어려움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영화의 주인공인 한국계 소녀 에이미는 이런 난관 속에서 주저하고 좌절하면서도 어떻게든 자신의 자리를 찾아보려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영어는 입에 잘 붙지 않고, 재혼을 고려하는 엄마는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남자친구 트란과의 관계는 우정과 사랑...
크리틱스 초이스
부쿠레슈티의 동쪽루마니아의 1989년 12월 22일 12시 8분. 대규모 민중시위가 장기집권으로 악명 높던 차우세스쿠 독재체제를 무너뜨린 역사적 순간이었고, 이것은 격렬하고 처절했던 자유민주화 혁명의 승리였다. 영화는 그로부터 16년 후 12월 22일, 수도 부쿠레슈티 동쪽의 작은 도시에서 숨가쁘게 진행되었던 극적인 역사를 기념하는 사람들의 하루를 보여준다. 성탄절을 사흘 앞두고 세 인물은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지역TV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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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드 문진정한 사랑은 무엇일까. 섹슈얼리티와 사랑은 어떻게 관계 맺어야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일까. 식욕과 성욕은 분리될 수 있는 것인가. 일본계 미국인인 스가노 마사히로 감독의 데뷔작 <세컨드 문>은 바로 이런 문제들에 대해 정색을 하고 코믹하게 비튼 질문을 던져대는, 사랑에 대한 도발적이고 해체적인 탐문이다. 영화의 주요 남자 등장인물들이 소속돼 있는 조직은 진정한 사랑을 위해 여성의 자유에 장애가 되는...
크리틱스 초이스
신선한 공기최근 헝가리 영화의 어떤 경향과 힘을 증거하는, 인상적인 장편 데뷔작이다. 단적으로 2004년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받은 이스라엘 영화 <오르 Or>의 ‘헝가리 버전’이라 할 문제작이다. 무엇보다 엄마와 딸이라는 인물 구도에서 두 영화는 빼닮았다. 그 관계 설정에서 그러나 둘은 판이하게 다른 길을 걷는다. 엄마가 창녀임에도 부끄러워하긴커녕 그 엄마가 너무나도 안타까워 극진히 엄마를 챙기고 돌보기를 마다하지...
크리틱스 초이스
이른 아침[이른 아침]은 국내에는 최초로 소개되는 기니 영화다. 감독은 비행기 바퀴에 올라타고 기니를 빠져나가려 했던 두 소년의 실화를 듣고 영화를 기획했다고 한다. 영화 초반, 5분여의 롱테이크로 비춰지는 기니의 모습은 다른 아프리카 국가와 마찬가지로 가난하고 내전에 찌든 메마른 땅, 그 자체이다. 그 땅에 사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매개체로, 감독은 두 주인공 소년이 아니라, 그들의 친구인 땅콩 파는 소녀...
크리틱스 초이스
파라과이식 그물침대2006년 칸영화제가 이 영화에 ‘주목할 만한 시선’을 보낸 주된 이유는, 영화산업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는 파라과이에서 1970년대 이래 최초로 만들어진 35mm 장편극영화라는 사실 때문 아니었을까? 어느 인터뷰에선가 감독은 십 수 명의 스태프조차 꾸리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다분히 감상적 판단일 수도 있겠으나, 이 영화를 ‘크리틱스 초이스’에서 선보이고 싶어한 으뜸 이유도 실은 그런 외적 요인들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