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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디아, 나빌레라수영선수 출신의 감독이 연출하고 올림픽 메달리스트 경력의 수영선수가 주인공을 연기했지만 <나디아, 나빌레라>는 전형적인 스포츠 드라마의 문법을 따르지 않는다. 이 섬세한 성장드라마는 결코 명확한 결론이나 확신을 제시하지 않은 채, 은퇴의 기로에 선 나디아가 파티에서 술에 취하고, 노래방에서 왁자지껄 어울리고, 올림픽 선수촌에 배포된 콘돔을 사용하고, 목적없이 도쿄 시내 길거리를 배회하는 내내 관조적인 자세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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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의 서두를 떠올리게 만드는 영화다. 감독은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가까스로 소통, 혹은 단절에 이르는 과정을 묘사하는 데에 유독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우크라이나의 작은 마을에 사는 아홉 살의 로만은 자신을 돌봐주던 할머니가 죽자, 독일에 불법으로 체류하며 간병인으로 일하는 엄마 옥사나를 찾아 떠난다. 하지만 슈바르츠라는 독일 남자와 엄마가 사랑하는 사이라는 사실을 알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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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깔루조 다섯 자매<마깔루조 다섯 자매>는 다섯 자매의 이야기다. 어린 시절 물놀이를 간 자매들은 자신들의 삶을 뒤흔드는 비극적인 사건과 마주하는데, 영화의 시간은 그로부터 몇 십년 뒤 이들이 중년이 되는 시기로 갑작스레 이동한다. 그날 이후 응어리진 마음과 오해로 인해 서로를 오랫동안 원망하던 이들은 자매들이 모두 노년이 된 어느 날, 누군가의 부고 소식을 듣고 한 자리에 모인다. <마깔루조 다섯 자매>는 시간이 우리를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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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죽어가는 거북이의 기술<멀리서 죽어가는 거북이의 기술>은 오래된 한 커플과 거북이에 관한 이야기다. 이혼을 앞둔 부부는 공동 소유였던 물건을 하나씩 나눠 가진다. 마지막에 집에서 키우던 거북이 한 마리가 남는데, 서로 본인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새로운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페드로 코스타 감독에 관한 시적 다큐멘터리 <사카벵>으로 작년에 부산을 찾았던 줄리오 알베스 감독의 첫 극영화다. 감독은 간결한 샷들을 우아하게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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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유효기간동화 속 공주님과 왕자님은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결말을 맺지만, 현실의 연애는 최초의 뜨거운 열정이 식고 콩깍지가 사라졌을 때 어떻게 될까? <사랑의 유효기간>은 촉망받는 변호사 테스와 화가 헨리가 전시회에서 처음 만나 2년간 연애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들이 가슴 떨리는 기대감을 안고 처음 데이트하는 순간, 사랑이 피어나는 순간, 의견 차이로 다투는 순간, 서로에게 지쳐 포기하고 싶어지는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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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들의 마을콘스탄스는 약혼자와 파산 직전인 아버지의 농장 경영을 적극 돕는다. 농장의 구식 경영시스템을 혁신하는 프로젝트를 통과 시키려면 마을의 유지인 실뱅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하지만 그는 도움을 주기는커녕 사무실로 찾아온 그녀를 성폭행한다. 콘스탄스는 그날의 일을 감추려고 하지만 자신의 일상 깊숙이 침투해오는 실뱅에 분노한다. 나엘 마랑뎅의 두 번째 장편 <짐승들의 마을>은 묵직하다. 감독은 쇠락해가는 프랑스 농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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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즈마틴 벵트손은 스웨덴의 유망한 축구선수다. 17세에 이탈리아의 명문클럽 인터밀란과 계약할 만큼 어린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낸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마틴 벵트손이 인터밀란에 입단해 이탈리아 축구 클럽의 훈련과 생활 방식에 적응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낯선 도시, 이탈리아어를 모르는 스웨덴의 어린 축구선수는 밀라노의 환경에 쉽게 녹아 들지 못한다. 경쟁에서 이겨 하루빨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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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미라데뷔작으로 상하이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았던 이반 볼로트니코프의 두번째 영화. 산골마을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던 아버지가 예기치 않은 소식을 접한다. 딸이 테러조직의 일원이 되어 시리아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버지는 딸을 만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해 시리아로 간다. 군의관으로 일한 적이 있기에 의사가 필요한 지역에 갈 수 있는 상황이 된다. 막상 어렵게 만난 딸은 낯선 사람이 되어 있다. 테러리스트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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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식자들존 업다이크가 21세기 로마의 두 계급을 모델로 글을 쓴다면, 로버트 알트만이 이탈리아에서 <숏컷>을 리메이크한다면 나올 법한 작품이다. 물론 개성을 반영해 심각한 피 몇 방울은 더해야 한다. 아내의 생일을 축하하던 총기상, 병원 청소부로 일하는 여자, 시계 사기를 당한 노파, 교통사고를 낼 뻔한 의사, 사고로 영화 제작이 중단된 감독, 향에 매혹된 남자, 남편의 동료와 바람이 난 여자, 니체에 집착하는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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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답보에콰도르의 항구 도시에 한날 한시에 도착한 레이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뉴욕으로 건너가기 위해, 왕은 중국에 남겨둔 어린 아들을 데려오기 위해, 낯선 땅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고군분투한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뒤로하고 언어도 통하지 않고 문화도 상이한 환경에서 기댈 곳은 비슷한 처지의 이민자들뿐이지만, 역설적으로 이들을 학대하고 착취하는 것 또한 바로 같은 이민자들이다. 과연 레이와 왕은 그토록 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