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영화의 창
24한참 두 남자의 정사가 이뤄지는 어느 침실. 느닷없이 음향기사가 등장한다. 그는 싱가포르의 실내외를 돌아다니면서 주의 깊게 소리를 녹음하고 있다. 청명한 날씨의 정적인 낮과 밤 사이엔 각종 상상을 자극하는 소리들이 섞여있다. 도시의 온갖 소음과 대비되는 숲 속의 풀벌레와 바람 소리. 그 와중에도 스물네 곳 거의 모든 곳에서 누군가는 일을 하고 누군가는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고 있다. 기쁨, 설레임, 흥분부터 ...
아시아영화의 창
강변의 무코리타작은 어촌 마을에 다케시라는 이름의 청년이 도착한다. 오징어 통조림을 만드는 공장에 취직하고 공장 사장의 소개로 낡고 오래된 공동주택에 입주도 한다. 다케시의 무료한 일상은 이웃 남자 고조의 방문으로 흔들린다. 목욕을 하겠다며 다짜고짜 다케시의 집으로 쳐들어온다. 다케시는 마지못해 고조의 이웃으로 사는 법을 익히지만, 이번엔 아버지가 죽었다는 소식이 그의 일상을 뒤흔든다. <카모메 식당>(2006)...
아시아영화의 창
견왕‘노’는 오래된 일본의 악극이다. <견왕>은 14세기 실존했던 노의 대가를 다룬 영화다. 실존 인물과 가상의 역사가 섞이고, 일본의 전통 악극 노와 현대의 음악이 어우러진다. 비파 연주로 노의 음악을 듣는데 퀸의 노래를 듣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놀라운 것은 이 같은 시도를 애니메이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카이 마코토, 호소다 마모루 등과 함께 일본 애니메이션을 대표하는 감독 중 하나인 유아사 마사아...
아시아영화의 창
기억의 감옥2030년. 과학의 발달로 알츠하이머까지 치료가 가능한 세상이 된다. 청부살인 파트너인 거준과 송양은 '아버지'라는 조직에 소속되어 여러 임무를 수행한다. 겉으로는 냉정함을 잃지 않지만 계속되는 악몽에 시달리는 거준은 임무 중에도 혼란스러운 기억의 파편이 떠오르며 위험에 빠진다. 그런 그를 구해주는 송양 역시 차가운 모습이지만 둘은 점차 사랑에 빠진다. 한편 거준은 자신이 처치한 대상 중 한 명이 ...
아시아영화의 창
떠도는 남자2019년, 시드니의 공원묘지에서 한 남자가 사라진다. 나빈이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는 여자친구 캐시와 함께 여행을 왔다가 갑작스럽게 종적을 감췄다. 2년 전, 막 뉴욕에 도착한 나빈은 레스토랑에 취직하고 그곳에서 캐시를 만난다. 둘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나빈의 거짓말도 대담해진다. 나빈 혹은 사미르라고 불렸던 남자는 이름, 국적, 종교, 가족과 과거까지, 무엇 하나 진실을 말할 수 없다. 남아시아의 역사적, 종...
아시아영화의 창
레이피스트범죄심리학과 교수 나이나는 가정폭력 및 영아살해 사건에 휘말린 미화원의 딸을 돕기 위해 빈민촌에 갔다가 성폭력을 당한다. 함께 갔던 동료는 죽고 겨우 생존한 나이나는 사회의 편견과 싸우며 강간 살인범이 사형선고를 받도록 증언한다. 이후, 나이나는 임신 사실을 발견하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자 노력한다. 인도의 노장 아파르나 센 감독은 사형제 반대론자인 부부가 겪는 딜레마를 통해 인도 사회의 젠더...
아시아영화의 창
맛나이지리아에서 머나먼 베트남으로 와서 축구선수로 뛰던 바슬리는 부상 이후 팀에서 방출되어 버린다. 하지만 돈을 부쳐줘야 하는 아내와 아들에게는 이런 사실을 터놓고 말할 수가 없다. 좁은 미용실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그는 같은 대도시의 하층 노동민들과 가까워진다. 하루 종일 벌룬을 만들지만 한 번도 타 본 적 없는 친구를 비롯하여 온갖 잡일과 장시간 노동에 지친 그들은 오래된 집에 모여 함께 살기...
아시아영화의 창
머니보이스페이는 애인 샤오레이와 함께 살면서, 성매매로 돈을 벌어 시골에 사는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어느 날 페이가 고객에게 심한 성폭행을 당하자 샤오레이는 그를 찾아가 폭력을 행사한다. 하지만 그 부하들이 보복을 위해 샤오레이를 찾아오고, 페이는 샤오레이를 뒤로 하고 도망친다. 5년 뒤, 페이는 다른 도시로 이주하여 잘나가는 접대부로 살고 있다. 고향에서 무작정 도시로 상경한 어린 시절의 친구 롱과 페이의...
아시아영화의 창
바다의 깊은 곳좋은 교육을 받고 언론인으로서 괜찮은 직장에 다니는 미툴. 어느 날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대대로 살아온 오래된 집에 혼자 살게 된 그녀를 향한 주변의 시선은 따뜻하지만은 않다. 식당에 가든 집에서 요리를 하든, 혼밥을 하는 그녀는 사실은 직업과는 어울리지 않게 세상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 대형 테러 사건, 쓰나미와 같은 자연 재해 등 온갖 뉴스가 넘쳐나지만 그녀 삶의 유일한 재미는 마음에 드는 직장 동료 아...
아시아영화의 창
발 밑의 나락가진 것이라곤 몸뚱이 하나 뿐인 사이풀은 고향을 떠나 수도 다카에서 구급차를 운전한다. 매일같이 죽음을 목도하는 것보다 그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 가난의 함정이다. 그의 고향 마을은 계속 불어나는 강물로 땅이 꺼져가는 삼각주. 고향에 두고 온 두 번째 부인은 홀로 시부모와 두 아이를 보살피지만 경제적 능력이 없다. 중매결혼으로 맺어진 첫 번째 부인은 외국에 나가서 돈을 벌려 하지만 비행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