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의 오늘
20세기 소녀보라(김유정)의 둘도 없는 친구 연두(노윤서)는 심장 수술을 위해 미국에 가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 백현진(박정우)에 대한 모든 정보를 수집해 달라고 보라에게 부탁한다. 보라는 백현진의 가장 친한 친구 풍운호(변우석)와 먼저 친해지기로 한다. 하지만 보라의 서투른 계획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된다. 새로운 세기가 오기 1년 전인 1999년, 17세가 된 보라는 첫사랑의 열병에 빠진다. 방우리 감독의 <2...
한국영화의 오늘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연극과 교수인 주희(김주령)는 병원에서 악성 종양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을 받는다. 주희는 학교로 돌아가 신변을 정리하려 하고 이상하게도 그녀의 연구실에 많은 이들이 찾아온다. 그사이 연극 연출가인 주희의 남편 호진의 이야기가 교차된다. 그런데 두 이야기가 교차하는 동안 영화엔 점점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고, ‘5시부터 7시까지의’ 시간축만 남긴 채 영화는 모든 경계를 몽롱하게 만들며 매혹의 장을 펼친다. 장...
한국영화의 오늘
경관의 피<경관의 피>는 범인 검거에 수단을 가리지 않는 부도덕한 경찰과 이를 감시하는 신입 경찰의 고뇌를 따라간다. 3대째 경찰이 된 민재(최우식)는 원리원칙을 중시한다. 상부에서는 민재에게 광역수사대 반장 강윤(조진웅)의 내사를 지시한다. 서슴없이 위법수사를 저지르는 강윤을 보며 민재는 환멸과 의심, 존경과 질투를 동시에 느낀다. <경관의 피>는 양파껍질처럼 여러 겹의 메시지를 둘러싼 영화다. 표면적으로는 혼란스러...
한국영화의 오늘
고속도로 가족기우(정일우)는 만삭의 아내와 어린 아들, 딸과 함께 고속도로 휴게소를 전전하며 노숙한다. 한편 영선(라미란)은 기우네 가족을 불쌍히 여기게 된다. <고속도로 가족>은 경제적으로 무너졌지만 화목해 보이는 기우네 가족과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지닌 영선네 가족 사이에 인연의 다리를 놓는다. <고속도로 가족>에는 온기 있게 인물들을 바라보는 사려 깊은 시선이 돋보인다. 이상문 감독은 노숙자 가족이라는 흥미로운 설정...
한국영화의 오늘
공작새트랜스젠더이며 열정적인 왁킹 댄서인 신명은 거액의 상금이 걸린 댄스 배틀에서 우승하여 성전환 수술을 하려 하지만 2등에 그치고 만다. 바로 그날 전통 농악의 명인이었던 아버지가 운명하셨다는 소식을 접한다. 아버지의 49재 추모 굿을 올려 주면 유산을 상속받게 된다는 말에 신명은 고향 마을로 돌아오지만 각종 오해와 사건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주인공의 이름이 신명인 데에는 이유가 있는 것 같다. <공작새>는 ...
한국영화의 오늘
교토에서 온 편지<교토에서 온 편지>는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세 자매와 어머니의 이야기를 그려낸 뛰어난 가족 드라마다. 섬세하게 감정의 켜를 쌓는 결이 고운 영화다. 작가를 꿈꾸는 혜영(한선화)은 일이 잘 풀리지 않아 본가인 부산 ‘영도’로 돌아온다. 영도는 수많은 이방인이 흘러들어 터전을 잡은 곳이며, 한 번 들어오면 쉽사리 나갈 수 없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세 자매의 어머니(차미경)는 교토에서 태어났지만 영도에서 ...
한국영화의 오늘
기행때는 한국전쟁 당시, 한 탈영병이 벙어리 소년의 움막을 찾아 소년의 가난한 한끼를 훔쳐 먹는다. 이윽고 누이가 집을 비운 사이 처녀 귀신이 아사 직전의 소년을 찾아오고, 소년은 처녀 귀신을 따라 지옥 여행에 나서게 된다. 구슬픈 동화 같은 이야기에 애조 어린 동요까지 흘러나오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내 모종의 유희성이 출몰한다. 가이 매딘의 영화를 떠올리게 할 만큼 의도적으로 흐릿하고 불온한 무성 영화적 이미지...
한국영화의 오늘
길고 재미없는 영화가 끝나갈 때관객이 별로 없는 어느 저녁의 극장. 한 쌍의 남녀가 고요히 흐르는 스크린 속의 풍경을 응시 중이다. 영화가 끝나자 둘은 말없이 걷다가 말없이 작별한다. 그 순간이 이들의 연애의 끝이다. 밤늦게 남자의 집 주변을 서성이던 여자는 인근에서 촬영 중이던 영화 현장을 접하게 된다. 그리고 여자는 그 영화 안으로 들어간다! 여기서 영화와 현실의 시공은 서로 이어지며 뫼비우스의 띠가 된다. 어떻게 그렇게 되느냐가 아니...
한국영화의 오늘
너와 나화사한 봄날, 수학여행 전날이다. 교실 한쪽에서 낮잠에 빠졌던 세미는 문득 불길한 꿈에 눈물을 흘리며 깨어난다. 그리고는 자전거 사고로 다리를 다쳐 잠시 병원에 입원해 있는 하은에게 달려간다. 세미와 하은은 둘도 없는 친구 사이다. 영화는 이 둘의 특별한 하루를 그린다. 봄날, 풋사랑과 짝사랑, 질투, 우정, 작은 오해들, 부끄러운 고백, 불안과 염려, 엉뚱한 재치, 차오른 감정으로 빨갛게 익은 코끝과 귓불 ...
한국영화의 오늘
다음 소희소희(김시은)는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인터넷 회사 콜센터에 현장실습생으로 취직한다. 소녀는 대기업에 취직했다며 들뜨지만, 실상은 기대와 다르다. 노동 착취가 예사로 일어나는 콜센터는 그야말로 노동 지옥이다. 그곳의 잔인한 현실은 암울한 사고로 이어지고, 형사 유진(배두나)은 악착같이 진실을 좇는다. 그러나 부조리한 사회 시스템 앞에서 그녀는 무력함을 절감한다. 정주리 감독의 <다음 소희>는 우리 사회의 생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