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의 오늘
엑시트“바이러스에는 이데올로기가 없다.” 뛰어난 감염 재난 영화 <컨테이젼>을 연출한 감독 스티븐 소더버그는 그렇게 말했다. 재난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는 무차별적이고 그래서 더 무섭다는 뜻인 듯하다. <엑시트>의 저 희뿌연 독가스는 반대다. 수년 째 취업 준비생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는 백수 용남(조정석)과 무미건조한 직장생활로 지쳐 있는 의주(윤아)는 독가스를 피해 건물에서 또 다른 건물로 달아나야만 한다. “...
월드 시네마
엘렉트릭 걸바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배우의 꿈을 키우던 미아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슈퍼히어로 ′키미코′의 목소리를 더빙할 기회를 잡는다. 키미코의 목소리 연기에 심취한 미아에게 어느 순간, 두 지붕 사이를 뛰어다닐 수 있고, 전류가 눈에 보이는 초능력이 생긴다. 키미코와 자신을 점점 동일시하는 미아의 이상한 행동에 친구들과 가족 모두 그녀를 미친 사람 취급하지만, 아래층에 사는 백수 크리스토프만은 그녀의 편이다. 어느 날...
아시아 영화의 창
여행자들나투니는 반신불수로 누워 있는 남편과 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를 둔, 시골 마을에 사는 중년 여성이다. 집에는 먹을 것이 다 떨어졌고 근방에서는 돈 벌 일거리도 없으며, 인적이 드문 산속에서 땔감이라도 주우려 하면 강간의 위험이 도사린다. 극한 상황에 몰린 나투니는 이른 아침부터 산을 넘고 강을 건너 가야 하는 이웃 큰 마을로 일거리를 찾기 위해 떠난다. 가는 길에서 만난 락파티는 어려서부터 버림받고 혼자 살아...
와이드 앵글
연약한 역사(들)거리, 지하철, 실내, 공원, 차 안에서 두 이십대 남녀가 영어로 대화를 나눈다.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한국인 3세 우희와 스위스인과 일본인 사이에서 태어나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크리스티앙. 일본에서 소수자의 정체성을 지닌 그들은 인종주의와 차별로 분열된 일본 사회에 대해 말하기 위해 타나카 코키의 카메라 앞에 초대되었다. 우희와 크리스티앙은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오늘날 헤이트스피치로 점화된 일본 사회의 뿌리...
특별기획 프로그램
오발탄<오발탄>은 이범선의 소설을 원작으로 6.25 전후 한국사회의 그림자를 조망하는 작품이다. 서울에서 고된 삶을 이어가는 가족을 중심으로 실향민들의 아픔과 당대 한국사회의 부조리를 그려냈다. 한국 리얼리즘영화의 시금석으로 거론되는 작품이지만 형식적으론 도리어 상징적인 몽타주, 사운드와 이미지의 충돌 등 과감한 연출을 시도했다. 당대 유명 스타들, 고뇌하는 지식인 김진규와 거친 반항아 최무룡의 캐릭터를 고스란히 ...
와이드 앵글
오버씨가사 도우미나 유모, 간병인으로 해외 취업을 계획하는 필리핀 여성들이 여기 교육센터로 모여든다. 깔끔하고 완벽한 가사 노동의 노하우는 기본이고, 외국어도 공부하고, 앞으로 당할 고난과 모멸을 예행연습하고 심지어 자살이나 성폭력을 예방하는 방법도 배운다. <오버씨>는 오늘날 전 지구화된 가사 노동 시장의 가장 큰 공급처인 필리핀이 자국의 이주 여성 노동자를 어떻게 양성하고 양산하는지 그 시스템의 내부를 들여다본...
아시아 영화의 창
오이소의 살인자들<오이소의 살인자들>은 바닷가 마을 오이소에 사는 네 명의 친구 토모키, 슌, 카츠야, 에이타의 이야기이다. 이들은 함께 자라 같은 고등학교를 나오고 이제는 같은 건설회사에서 일하는 막 스무 살 된 청년들이다. 어느날 토모키는 카츠야의 삼촌이자 고등학교 때 체육선생님이었던 이토가 죽어 있는 광경을 목격한다. 그때, 이토가 비밀리에 결혼했던 묘령의 여인 치사토가 나타나고, 토모키는 슌이 치사토와 연인 관계임을 ...
특별기획 프로그램
올드보이“누구냐, 넌”. <올드보이>의 이 대사는 매혹적인 유행어가 되었다. <올드보이>의 세련되고 기발한 많은 것들이 대중들 사이에서 유쾌하게 유행되었다. 단순히 대중적 유행만 낳은 것이 아니라 안목 있는 영화 전문가들의 칭송과 감탄도 함께 낳았다. 해외에서도 반응은 뜨거웠다. 박찬욱 감독과 <올드보이>는 가장 중요한 한국 장르 영화감독과 작품으로 해외에서 공히 인정받았다. 일본 장르 영화의 거장 구로사와 기요시 ...
월드 시네마
올렉한국에서 생활하는 동남아 이주노동자를 연상해보면 벨기에에서 일하는 라트비아 이주노동자의 삶을 짐작할 수 있다. <올렉>은 유럽의 가난한 나라에서 돈을 벌기 위해 부유한 나라로 이주한 뒤 힘든 노동을 하며 살아가는 남자의 이야기다. 올렉은 정육을 하는 공장에서 일을 시작하지만 동료의 모함으로 일자리를 잃는다. 폴란드인 안드레이가 그에게 잠자리도 제공하고 직장도 알아봐 주는데 올렉의 기대와 달리 안정된 삶은 찾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