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의 오늘
유열의 음악앨범미수(김고은)와 현우(정해인)는 미수의 부모님이 물려 주신 동네 빵집에서 일하며 서로 알게 되고 친해진다. 불운한 사건에 얽혀 소년원에 들어갔다 나온 현우는 미수를 만난 뒤 차차 마음의 안정을 찾아간다. 미수는 현우를 좋아하고 현우도 미수가 좋다. 하지만 다소 불량한 친구들 무리 속에 어쩔 수 없이 다시 속하게 된 현우는 미수와 한동안 헤어지게 된다. 그사이 시간은 흐르고 미수는 출판사의 편집자가 되어 있다....
개폐막작
윤희에게겨울, 모녀는 단둘이 산다. 고등학생 딸(김소혜)은 우연히 엄마(김희애)에게 온 편지를 읽고 그녀가 한평생 숨겨온 비밀을 알아챈다. 딸은 엄마의 마음을 지금이라도 어루만져 주고 싶어 한다. 그렇게 엄마와 딸의 아름다운 여행이 시작된다. 하얗게 눈이 내린 고요한 마을 오타루, 이곳에서 모녀는 화해의 길로 들어서는 한편, 설레는 추억을 쌓아 나간다. 거기에 엄마의 이루지 못한 지난 사랑이 있고 딸이 이루어 나갈 ...
한국영화의 오늘
은미노량진 학원가에 빛나는 청춘의 생을 묻은 사례에 관한 영화들은 한국독립장단편에서 적잖이 발견된다. 노량진이 첨예한 현실의 상징적 장소가 되었다는 뜻일 것이다. 여기에 은미가 살고 있다. 은미도 노량진 학원가의 공무원 수험생인데 그녀의 준비가 순조로운 것 같진 않다. 과묵하고 다소 힘겨워 보이는 그녀는 종종 가벼운 연애와 섹스로 그나마도 생활의 숨통을 트이고 있다. 그즈음 공부 모임에서 한 남자를 만나고 좀 더...
오픈 시네마
은하보습반2019년, 지구를 떠나게 될 두 명의 우주비행사가 기자회견을 연다. 우주 비행을 앞둔 마페이에게 감회를 묻자 그의 기억은 삼십 년 전으로 돌아간다. 1990년, 아시안게임 개최를 맞이해 성화 봉송 주자들을 기다리고 있는 기자들 사이로 환영 연습에 한창인 어린 마페이가 보인다. 동급생들과 달리 연이어 엇박자를 내는 마페이는 아이들과 선생님으로부터 창피를 당하고 있다. 그런 마페이 앞에 성화봉송 주자인 아버지 ...
한국영화의 오늘
이 세상에 없는박정범 감독의 장편 전작들에서 배우 박정범이 연기하는 주인공을 비롯하여 인물들은 늘 가난하고 쫓기고 몰매 맞는다. <이 세상에 없는>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인데, 이것은 박정범 감독이 바라보는 세상의 환경일 뿐만 아니라, 일종의 고행과 자학을 전제로 한 박정범식 영화 만들기의 필수적인 일환인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이 세상에 없는>에도 래퍼가 되려다 몸을 팔게 된 소녀, 또래의 폭력배들에게 쫓기며 짓밟히는...
와이드 앵글
이것은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2극영화 촬영감독인 박홍렬은 홍상수 감독의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서 창문을 닦는 정체불명의 검은 옷으로 출연한 적이 있다. 다큐멘터리 감독 박홍렬은 자신이 출연한 그 장면을 다양하게 재연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창으로서의 영화’로 이 다큐멘터리를 시작했다고 농을 친다. 그가 떠올린, 세상의 창에 담길 주인공은 감독의 24년 지기 조영권이다. 정의당 소속 정치인 영권은 선거에서 세 번 내리 낙선하고 지금 네 번...
아시아 영화의 창
이것은 동화가 아니다인도 남부의 작은 마을, 갓 결혼한 커플이 오토바이를 타고 사원에 가는 길이다. 갑자기 월경을 시작한 신부를 위해 생리대로 쓸 천을 구하러 간 신랑이 돌아오지 않는다. 신랑을 찾아 근처 오두막에 들어갔다가, 신부는 천민 부족의 여신 ‘마다티’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소년을 만난다. ‘불가시천민’이라 불리는 가족의 이야기였다. ‘불가촉천민’보다 낮은 계급으로 카스트 중에서도 ‘아웃 카스트’에 해당하는 이들에게 허용...
월드 시네마
이름들로 만든 노래팀 로스와 클라이브 오웬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2개의 대륙과 반세기의 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감성적인 추리물이다. <이름들로 만든 노래>는 아무 말 없이 사라져 버린 어린 시절 단짝을 찾아다니는 한 남자의 이야기로 출발한다. 폴란드의 바이올린 신동이던 그 남자의 친구는 홀로코스트 때 부모를 잃고, 수십 년 전 자신의 첫 공연 직전에 사라져 버렸다. 놀라우리만치 아름답고 감성적인 영화 음악이 전쟁의 공포와 역...
아시아 영화의 창
인생의 곡예자신이 직접 선지자를 찬양하는 찬양시를 쓰고 작곡해 음반까지 제작한 독실한 무슬림 신자 라하트는 병상에 누운 아내를 살뜰히 돌보며 부동산 소개업을 하는 존경 받는 노년의 남성이다. 라하트에게는 길티 플레저가 있는데, 그것은 오래된 펀잡 영화 속 여성 댄서의 춤을 따라하는 것이다. 어느 날, 친구 아들의 결혼식에 초대 받아 갔던 라하트는 친구들 앞에서 무심코 본인이 즐기는 여성 댄서의 섹시한 춤을 선보이고, 그...
한국영화의 오늘
임신한 나무와 도깨비수십 년간 미군기지의 기지촌 여성으로 살아온 노년의 박인순 씨가 잠자리에서 문득 깨어 허공에 시선을 던진다. 그러면 잠시 장면이 바뀌면서 저 건너편 계곡에 서 있는 저승 사자의 모습이 보인다. 박인순 씨를 데리러 온 모양이다. 이 장면은 영화의 감상에 안내판이 되어 준다. 한쪽에는 생의 엄연한 지속과 기록이 있고 또 한쪽에는 그 생에 덧붙여지는 환상적인 허구가 있다. 이것이 다큐와 픽션을 혼합한 <임신한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