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영화의 창
바람나무는 거문고처럼중국인 첸량은 병든 홀어머니와 나이든 할머니의 바람을 외면하고 인생을 개척하기 위해 고향을 떠나 일본으로 건너간다. 불법체류자 신세로 불안한 나날을 이어가던 그는 어느 날 다른 사람에게 걸려온 취업 제의 전화를 대신 받게 되자, 망설이지 않고 소바 가게 점원으로 취직한다. 소바 장인 밑에서 국수를 뽑고 다시 내는 법을 배우며 여자친구도 사귀게 되지만, 그는 늘 정체가 언제 들통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떤다. 이...
한국영화회고전
바람불어 좋은날이장호 감독에게 ‘사회 비판적 리얼리즘 작가’라는 인식을 심어준 결정적 작품으로 안성기가 성인 연기자로 다시 스크린에 등장한 첫 영화이기도 하다. 김성찬, 이영호, 유지인, 김보연, 최불암, 김희라, 박원숙, 김인문, 김영애, 임예진 등 많은 배우들이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고 당대 젊은 영화인들에겐 좋은 영화의 모범사례가 되었다. 영화가 그리는 시대는 1970년대 강남 개발이 시작된 뒤의 서울이다. 시골에서 ...
부산클래식
바람의 저편1970년 전설적인 영화감독 오손 웰즈는 존 휴스톤, 피터 보그다노비치, 수잔 스트라스버그, 그리고 그의 말년의 연인이었던 오야 코다 등 화려한 할리우드 스타들과 함께 그의 마지막 작업이 될 작품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자금부족으로 제작 기간은 몇 년으로 늘어났고 악명도 얻었지만, 결국은 완성되지도 상영되지도 못하고 말았다. 수천 개 이상의 필름 네거티브 릴들이 2017년 3월까지 파리의 한 금고에 방치되었다가...
한국영화회고전
바보선언전통적 리얼리즘 스타일의 영화로 두각을 나타냈던 이장호 감독이 혁신적 영화기법을 동원해 후대에 큰 반향을 일으킨 작품. 어린이의 목소리로 반어적 내레이션을 시도하고 무성영화와 같은 저속 촬영과 풍자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전자오락 소리와 염불 소리가 겹쳐지는 등 사운드의 실험도 눈여겨볼 만하다. “나는 <바보선언>을 내가 만든 작품이라고 하지 않는다. 독재 시대가 낳은 작품이다. <바보선언>을 시작할 때 나는 ...
플래시 포워드
박물관 도적단데뷔작 <게로스>(2014)로 인상 깊은 신고식을 치렀던 알론소 루이즈팔라시오스의 두 번째 장편 <박물관 도적단>은 1985년 멕시코에서 실제로 발생했던 국립 인류학박물관의 도난 사건에서 영감을 얻었다. 의사 아버지를 둔 부유층 자제 후안은 차일피일 졸업을 미루며 부모 집에 얹혀산다. 후안은 친구인 윌슨과 함께 박물관의 고대유물을 훔치기로 작정하고 치밀한 계획을 세운다. 어설프기 짝이 없는 두 사람이지만 절도...
와이드 앵글
반신반의얼떨결에 간첩이 된 두 남녀. 10년이란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들은 과연 무엇을 위해 일했던 걸까? 마주 보고 선 둘 사이, 질문만 남아있다.
한국영화의 오늘
밤빛어느 추운 겨울, 시한부 선고를 받은 희태. 10년 전 헤어진 아내가 보낸 편지 한 통을 받는다. 아내는 아들 민상의 안정된 생활을 위해 아들의 이름이 희태의 호적에 들어가길 원한다. 태어나기 전 헤어져 얼굴도 모르는 아들을 죽기 전에 보고 싶은 희태. 희태는 민상과 2박 3일 산속 희태의 집에서 보내는 조건으로 아내의 부탁을 받아들인다. 태어나서 처음 아버지를 만난 민상은 희태뿐만 아니라 산속 희태의 집도 ...
와이드 앵글
방문“가을에 막 접어들 무렵이면 꼭 악몽을 꾸었다”라는 말과 함께 시작되는 영화에서 감독은 4년 만에 고향 춘천으로 향한다. 춘천을 떠나면 끝날 것 같았던 그녀의 악몽은 기대와는 달리 서울살이를 하는 동안에도 해마다 반복되었다. 잔뜩 지친 채 도착한 춘천에는 한결같은 모습으로 여전히 참 열심히 사는 엄마가 있다. 그리고 엄마가 살고 있는, 감독 자신이 어린 시절을 보내기도 했던 오래된 동네가 있다. 영화 <방문>...
와이드 앵글
백두 번째 구름<백두 번째 구름>은 임권택 감독의 백두 번째 영화 <화장>의 촬영 과정을 담은 일종의 ‘메이킹-필름’이다. 물론, <녹차의 중력>이 통상적인 의미에서의 ‘전기 영화’가 아니었듯, 이 영화 또한 통상적인 의미에서의 그것이 아니다. 정성일은 (대가의 연출 비밀을) ‘지켜본다’라는 표현을 썼는데, 그것은 단순히 거리를 두고 조용히 응시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어떤 의미에서 <백두 번째 구름>은 그 ‘비밀’을 제대로...
와이드 앵글
백만 년강변의 레스토랑에서 쉬고 있는 여자. 웨이터에게 자신의 과거 경험을 들려주는 한편, 흐르는 강의 물결과 건너편 산자락에 선 나무들의 움직임에 매혹된다. 이 아름다운 풍경은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조만간 파괴될지도 모르며, 그녀의 추억도 언젠가는 사라지고 말 것이다. 청춘의 알 수 없는 불안과 막막함을 잔잔히 그려낸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