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시 포워드
애니웨어 애니타임이란 출신의 음악가이자 감독 밀라드 탕시르는 이탈리아 영화 <애니웨어 애니타임>에서 네오리얼리즘의 고전 비토리오 데 시카의 <자전거 도둑> (1948)을 오마주한다. <자전거 도둑>의 전후 실업자는 세네갈 출신의 이민자 청년 이사(Issa)가 된다. 이사는 자전거를 도둑맞아 더 이상 배달을 할 수 없게 된다. 네오리얼리즘의 촬영 방식까지 전수한 감독의 오마주는 사뭇 현명하고 감동적이다. 감독은 영화를 위해 비...
와이드 앵글
애쉬밸리의 제닐제닐은 거대한 석유채굴 공단 근처에서 가축들이 이상행동을 보이는 것을 조사한다. 무언가 잘못된 것을 느끼지만 상부에서는 본인의 안전을 위해서 조사에서 손을 떼라고 한다. (박성호)
월드 시네마
어느 파리 택배기사의 48시간파리에서 자전거로 음식 배달 일을 하는 술레이만은 아프리카 기니 출신의 난민 신청자다. 합법적 거주권을 얻기 위한 중요한 면접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난민이자 배달 노동자로서의 그의 하루하루는 외줄타기처럼 아슬아슬하다. 그는 늘 시간과 돈에 쫓긴다. 타인의 허가증을 빌려 배달기사로 일하는 신세라 배달앱의 본인 확인 알람 때문에 달리고, 노숙자 보호소로 가는 버스의 막차 시간에 쫓겨 달리고, 난민 브로커에게 ...
와이드 앵글
어머니의 가계부어머니가 쓴 가계부엔 지난한 세월이 담겨 있다. 노년에 이른 어머니의 기억은 점점 흐릿해져 가지만, 1969년부터 48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채워 넣은 살림살이의 세부가 생의 흔적이 되어 그 곁을 지킨다. 30년 만에 다시 함께 살게 된 노부모의 이삿짐 속에서 이 가계부들을 발견한 성승택 감독은 가족사의 소중한 기록이자 어머니의 내밀한 일기이기도 한 기록부를 찬찬히 들여다보며, 또 하나의 중요한 기록물을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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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아 페레즈스릴러의 대가 자크 오디아르는 <에밀리아 페레즈>에서 여성과 여배우를 전면에 내세우며 트랜스젠더라는 테마를 다룬다. 범죄 생활을 청산하고 본인이 원하는 성으로 살기로 결심한 멕시코 카르텔의 대부는 성전환 수술을 받는다. 후안 마니타스 델 몬테는 이렇게 에밀리아 페레즈가 된다. 에밀리아는 나르코가 살해한 수많은 멕시코인의 시신을 수습하는 협회의 설립자로 거듭난다. <에밀리아 페레즈>는 스릴러와 코미디 뮤지컬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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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파이어부산국제영화제가 두 번째 작품을 소개하고 어언 25년, 뒤몽은 독보적 거장이 되었다. 그런데 <휴머니티>(1999)를 처음 보았을 때의 아찔함은 그대로여서, 그는 지금도 손에 잡히지 않는 작가다. 몇 가지 천착하는 주제들은 문자에 붙들리는 걸 쉬 허락하지 않는다.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은 신작은 거기다 당혹감까지 더한다. 유일한 코미디였던 <슬랙 베이: 바닷가 마을의 비밀>(2016)을 넘어 코믹어드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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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아이들은 같이 놀지 않는다오랫동안 아프가니스탄의 정치적 문제에 관심을 가져온 이란의 거장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의 최신작이다. 감독은 10월 7일 하마스 공격 이후 악화되고 있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관계를 살펴보기 위해 수백 년간 이어져 온 유대교, 이슬람, 기독교의 성지이자, 긴장과 증오가 일상화된 예루살렘의 한복판으로 들어간다. 유대인과 무슬림들은 한 건물에 살면서도 서로 대화조차 하지 않고, 시시때때로 서로를 공격한다. 하지...
특별기획 프로그램
여름날의 레몬그라스친구들에게 ‘유즈의 와이프’라고 불릴 정도로, 샤오샤와 유즈는 어렸을 때부터 각별한 사이지만, 어느 날 완벽한 전학생 청이가 나타나면서 이들의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샤오샤와 청이는 서로에게 이끌리고 이를 지켜보는 유즈의 마음은 복잡하다. 국내에도 번역된 대만 작가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대만 청춘로맨스영화의 계보를 잇기에 부족함이 없다. 때로는 발랄하고 코믹하게, 때로는 안타깝고 아련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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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필요홍상수 감독의 31번째 영화 <여행자의 필요>는 제목 그대로 여행자의 걸음 속에서 비언어적인 순간들을 경유한다. 불란서에서 왔다는 이리스(이자벨 위페르)는 서울을 돌아다니며 프랑스어를 가르친다. 그렇지 않을 땐 동산이나 공원에 머물며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땅에 맨발로 걷는 것을 좋아하고, 돌에 누워 있는 것도 좋아하고, 무엇보다 막걸리를 좋아한다. 홍상수 감독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설명이 필요한 순간 비워...
개폐막작
영혼의 여행세계적인 명성의 샹송가수 클레어(카트린느 드뇌브)는 사랑하는 반려견을 떠나보내고 슬픔에 빠진다. 힘든 때일수록 본업에 충실하자는 마음으로 콘서트를 위해 도쿄에 간다. 그곳에는 한 번도 그녀를 만난 적은 없지만 평생 그녀의 열렬한 팬인 유조(사카이 마사아키)가 기다리고 있다. 그도 한때는 인기 있는 밴드의 일원이었지만 지금은 이혼 후에 홀로 적적하게 시한부 삶을 살고 있었다. 기다리던 콘서트를 며칠 앞둔 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