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시네마
인 마이 룸방송국 카메라맨은 아르민은 슬슬 중년의 나이가 되어가지만 일도 사랑도 나아지는 게 없다. 여느 날과 다름없던 어느 날 아침, 아무런 전조도 없이 모든 세상 사람들이 감쪽같이 사라져버리고, 홀로 남은 아르민은 무언가에 이끌려 고향 마을로 향한다. 현대판 로빈슨 크루소처럼 살아남은 가축을 기르며 혼자만의 고요하고 자유로운 삶을 이어가던 그의 앞에 또 다른 생존 여성인 키르지가 등장한다. 아담과 이브처럼 서로에 이...
한국영화의 오늘
인랑오시이 마모루 각본의 동명 애니메이션 <인랑>(1999)을 원작으로 한국의 상황에 맞춰 리메이크한 실사영화다. 2024년 남북통일을 둘러싼 강대국들의 압박으로 인해 국가 경제가 피폐해지자 반통일전선을 주장하는 테러조직이 생겨난다. 이에 치안 유지를 위해 수도경비 특수기동대, 이른바 특기대가 창설되지만 권력이 나눠질까 우려한 공안부는 특기대를 견제하며 해체를 유도한다. 특기대와 공안부의 조직 간 암투가 이어지는...
와이드 앵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주 전장(戰場)일본에 살며 유튜브를 통해 일본 사회의 여러 이슈에 대해 발언해 온 일본계 미국인 감독은 우연히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된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책임을 외면하는 일본 정부, ‘위안부’ 피해자를 지원하는 한국과 미국의 시민단체들과 일본의 우익과 한목소리를 내는 미국인들, 그리고 2015년 박근혜 정부와 아베 정부의 ‘위안부’ 합의와 이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전면 재검토 표명까지, ‘위안...
월드 시네마
일요일룰라가 브라질의 대통령에 당선된 역사적인 2003년. 브라질 남쪽 히우그란지두술의 고택에 안주인 로라와 두 아들의 가족이 새해맞이 파티를 하기 위해 모인다. 삼대가 한자리에 모인 집은 이곳저곳이 아수라장이다. 부모는 우연히 발견한 코카인을 흡입하고 아들들은 부모 몰래 포르노 비디오를 보고 딸들은 연애에 몸이 달았다. 보수가 필요한 낡은 집 안에서 가족 구성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소란스럽다. <일요일>은 <가브...
아시아 영화의 창
일일시호일스무살의 노리코는 활달한 성격의 사촌과 달리 취미도 없고, 야망도 없고, 앞으로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하기만 하다. 어머니의 권유로 다도 수업을 듣게 되었지만, 차를 만드는 것은 어렵고, 까다로운 규범도 많고, 의미를 찾기 힘들었다. 그렇지만 20대의 노리코가 40대로 성장하는 동안, 취업의 문턱에서 좌절할 때, 남자친구와 헤어질 때, 가까운 이를 상실하고 그리워할 때, 다도는 그녀에게 구원과 안식처가 ...
아시아 영화의 창
잃어버린 시간남자주인공 롱은 고등학교 절친 3명과 쏘다니며 청춘을 보낸다. 그들 모두가 반해버린 여자 동동이 등장하면서 그들의 우정은 조금씩 흔들리고 어느 날 모호한 상황에서 그녀가 갑자기 사라진 후 이들 우정은 끝이 난다. 시간이 흐르고 다시 우연히 만난 친구들. 그렇지만 청춘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것처럼 이들의 우정도 다시 되찾을 길이 없음을 확인할 뿐이다. 영화의 영어제목은 ‘The Enigma of Arrival...
월드 시네마
작가 미상1937년 드레스덴. 꼬마 쿠르트는 이모 엘리자베스가 심신미약자라는 오명을 받고 강제 이송되는 광경을 목격한다. 세월이 흘러 청년이 된 쿠르트는 미술학교에 진학할 기회를 잡지만, 소련 치하의 동독은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입각한 화풍만을 요구할 뿐이다. 그러던 중 그는 패션 전공인 엘리를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엘리의 아버지인 지반트 박사는 둘 사이를 탐탁지 않게 여기며 떼어 놓으려 한다. 예술과 사랑의 자유를 ...
플래시 포워드
작은 거인들프랭키 윈터와 발라스 콜은 고등학교의 킹카들이다. 수영팀의 스타인 이들은 소녀들에게 인기가 많다. 프랭키의 열일곱 번째 생일 파티 날 밤 예상치 못한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프랭키와 발라스는 완벽한 십 대의 삶을 누리고 있었다. 예민한 프랭키는 다양한 욕망과 경험에 대해 열려 있는 편이나 우두머리 성향의 발라스는 걱정이 많다. 이날 밤의 사건이 금방 소문나면서 이 둘과 학교 친구들, 학교, 부모들은 모두 이 ...
와이드 앵글
재판극영화와 다큐멘터리영화를 유연하게 넘나드는 세르게이 로즈니차 감독의 신작 다큐멘터리영화. <재판>은 1930년 악명 높았던 모스크바 재판을 아카이브 영상으로 재현한다. 당시의 푸티지 영상을 이어내 당시 상황을 구축해낸 이 영화는, 스탈린 독재 정권에서 거짓으로 만들어낸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을 극영화보다 더 생생하고 안정적으로 담는다. 세르게이 로즈니차 감독의 극영화 <돈바스>가 그렇듯이, <재판> 역시 라이브...
와이드 앵글
저기 저 아래어느 여름밤, 어딘가에서 한 여자의 다급한 비명이 들려온다. 무심하게 시간을 보내던 아파트 주민들은 차츰 그 소리에 관심을 보이지만, 이내 외면하고 만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저기 저 아래, 그곳은 보이지 않기에 아무 일도 없는 곳이 되고 만다. 도시의 비정함을 무섭도록 냉정한 태도로 담은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