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시 포워드
공장에는 아무것도 없다포르투갈의 한 공장. 야음을 틈타 기계들이 반출되자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될까 노심초사한다. 노사 간 충돌이 일어나고 공장은 반쯤 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새로운 비전도 생겨난다. 이 영화는2008년 이래 현재까지도 많은 유럽인의 삶을 잠식하고 있는 경제위기를 배경으로 하며, 실제 포르투갈의 엘리베이터 공장에서 벌어진 노사 갈등에서 영감을 얻었다. 삭막한 공장 풍경과 노동을 정체성으로 삼는 인물들의 초상...
아시아 영화의 창
구름 너머<천국의 아이들>로 유명한 이란 출신의 마지드 마지디 감독은 최근 인도에 푹 빠져 있는 듯하다. 인도 뭄바이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연출하고, 얼마 전 인도를 배경으로 한 두 번째 영화의 제작계획을 발표했다. 인도에 매료된 감독이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구름 너머>는 인도 뭄바이 거리에서 마약을 파는 아미르와 누나 타라가 맞닥뜨릴 파국을 따라가는 영화다. 거래를 하다 위험에 처한 동생 대신 감옥에 들...
와이드 앵글
국가에 대한 예의‘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영화는 이 말의 의미를 사회가 아닌 개인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영화는 민주주의 투쟁이 정점이었던 독재정권 시기, 시대의 세파를 온몸으로 견뎌낸 인간 강기훈을 담는다. 1990년대 열사들의 배후로 지목되었던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그 역사적 사건 속에서 강기훈은 희생되고 박제되고 잊혀졌다. 영화는 유서대필 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 사건을 겪은 살아있는 인간 강기훈의 오늘을 따라간다. ...
한국영화의 오늘
군함도: 감독판‘군함도’라는 섬이 있다. 일본 제국주의 시절 강제 징용된 한국인이 참혹한 대우를 받으며 석탄을 캐던 곳. 류승완 감독은 이곳의 슬픈 역사를 영화로 만들었다. 영화가 상상력을 발휘한 대목은 봉준호의 <설국열차>가 보여준 문제의식과 연결된다. 꼬리 칸의 지도자와 엔진 칸의 지도자가 서로 협력해서 기차가 굴러가게 만든 것처럼 군함도의 탄광에서도 한국인 조력자가 필수적이다. 영화는 거기서 한 발 더 나가 한국 근대...
월드 시네마
굿 매너스상파울루의 빈민가 출신의 클라라는 부유한 집 출신의 미혼모 아나의 유모 겸 가정부로 취직한다. 전문 유모가 아닌 클라라가 미심쩍었지만 아나는 점점 그녀에게 의존하게 되고 급기야 두 사람 사이에는 묘한 감정이 싹트기 시작한다. 그리고 보름달이 뜬 어느 날 클라라는 아나의 임신과 관련된 비밀을 알게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예정일에 앞서 아나의 아이가 태어난다. <굿 매너스>는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섹션에서...
와이드 앵글
굿바이 마이 러브 NK한국전쟁 중 북한에서 모스크바 영화학교로 유학을 떠나 망명한 8명의 이야기. 일명 모스크바 8진으로 불리는 이들의 힘겨운 망명 생활과 애환을 다룬 영화이다. 영화는 두 층위로 탈북인, 고려인, 소비에트, 카자흐스탄인 등의 다중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간 모스크바 8진의 디아스포라 삶과 카자흐스탄에서 남겨진 한국 영화사의 새로운 맥을 발견해낸다. 흐르는 공간과 함께 영화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사람이 태어난 곳...
미드나잇 패션
귀신 이야기심리학자이자 회의론자인 필립 굿맨 교수는 오랫동안 사라진 줄 알았던 파일 하나를 우연히 발견한다. 이 파일에는 자신의 이성과 합리성을 의심하게 될 만큼 무시무시한 혼령에 관한 세 가지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두려움에 떨던 굿맨 교수는 이 이야기 이면에 숨겨진 이성적인 해답을 찾아 나서기로 한다. 조사 과정에서 유령으로 인해 고통 받는 세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이들의 사연은 온통 무섭고 이상하고 설명하기 힘든...
월드 시네마
균형아프리카 선교를 마치고 막 귀국한 주세페 신부는 자신을 나폴리 근처 마을로 발령해 달라고 요청한다. 그곳의 주민들은 카모라의 산업폐기물 불법 처리로 고통받고 있다. 그는 자신이 선임자 돈 안토니오 신부의 후계자가 될 자격이 있음을 증명하고 마을을 정화하려 한다. <균형>은 이탈리아 나폴리에 거점을 둔 범죄조직 카모라에 저항하는 가톨릭 신부의 고독하고 끈질긴 투쟁을 그린다. 독성 쓰레기로 인해 동네 주민들이 암...
아시아 영화의 창
그 남자, 류타로작은 체구, 짧은 팔과 다리의 어색한 걸음걸이를 가진 요코하마에 사는 27세 류타로(감독이 직접 열연한 캐릭터)를 만나보자. 말수가 적고, 담배를 자주 피우며 술도 많이 마시는 류타로가 영화의 주인공이다. 첫 장면부터 관객들은 그의 일상을 따라 들어간다. 영화가 가진 차분하지만 강력한 호흡은 답답하고 고통스러운 류타로를 잘 보여주는 하나의 창이다. 비전 없는 직장, 그리고 의미 없는 동료들, 무료한 하루를 보...
특별기획 프로그램
그 시절, 행복했던 우리1960년대 야쿠티아의 한 외딴 마을. 고학년 학생들은 학교의 역사에 대한 글을 써서 졸업 선물로 기증하고자 한다. 아이들은 선배들에게 마을의 역사를 묻는데, 이 와중에 학교와 공용 농장이 어떤 남자에 의해 수십 년 전에 지어졌으며, 이 남자의 이름은 그동안 거론조차 허용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시절, 행복했던 우리>는 바실리 야코프레프 달란의 야쿠티아 고전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행복했던 그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