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의 오늘
그 후문학평론가인 봉완이 운영하는 출판사에 아름이 첫 출근을 한다. 바로 그날, 남편이 바람을 피운다고 생각한 봉완의 아내가 찾아온다. 그녀는 남편과 사귀는 여자가 아름이라고 생각한다. 그 때문에 아름은 그의 아내에게 봉변을 당한다. 그 사이에 봉완의 과거가 끼어든다. 실제로 봉완은 아름 자리에서 일하던 직원과 연애를 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과거로 인식했던 장면이 현재를 뚫고 나온다. 홍상수의 영화는 현실의 두 ...
아시아 영화의 창
그날은 오리라홍콩이 일본군에 점령당했을 당시 독립을 위해 활약했던 이들을 기리는 작품이다. 영화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점은 게릴라를 비롯하여 홍콩 내에 숨어서 활약하는 스파이나 연락책 등 등장인물이 나누는 동지애가 아닐까 싶다. 그들이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은 따뜻하고 단단하다. 지나친 구호로 무장하거나 공포에 압도당하지 않고 그 사이 어디쯤에서 주고받는 지긋한 시선은, 그 나눔만으로도 서로를 지켜주고 있었을 것이며 ...
와이드 앵글
그녀에게 다가가는 날자전적 성격의 단편영화로, 감독이 부모와 함께 보낸 하루를 그리고 있다. 아들이 있는 여자와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는 중고선풍기를 들고 귀가한다. 타인에서 새로운 가족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미묘한 순간을 잘 잡아낸 영화.
아시아 영화의 창
그녀의 인생은 잘못이 없어3.11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는 여전하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있던 인근 지역 사람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부인을 잃은 남편은 생업을 포기한 채 5년째 파친코로 소일하고 엄마를 잃은 딸은 주변 사람과의 관계를 끊은 채 근근히 삶을 이어간다. 이런 유족들의 슬픔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자 도움을 모색하는 공무원은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한계를 절감한다. 가족을 잃은 이는 상실감으로, 그렇지 ...
아시아 영화의 창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무책임한 엄마와 단둘이 사는 소녀 토모는 어느 날 엄마가 홀연히 떠나버리자, 외삼촌 마키오의 집을 찾아가고 그곳에서 트랜스젠더 여성 린코를 만난다. 상냥하고 따뜻한 린코에게 토모는 서서히 마음을 열어가고, 그렇게 토모와 삼촌 마키오, 린코는 새로운 가족이 된다. 따뜻한 시선으로 개인의 일상을 담아온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이 이번에는 성 정체성에 대한 이슈를 전면적으로 다루면서 대안적 가족 구성의 가능성에 관해 ...
월드 시네마
그리움부유한 중년의 싱글남 아리엘은 어느 날 20년 만에 대학 시절 옛 애인을 만난다. 그녀는 헤어졌을 당시 그의 아이를 임신했고 지금까지 홀로 키워왔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고백한다. 아리엘은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아들의 삶을 추적하기로 한다. 이스라엘의 중견 감독 사비 가비존의 <그리움>은 흔히 부모로서 겪게 되는 흔치 않은 경우를 다룬다.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아들을 저세상으로 떠나 보낸 아버지는 허무한 마음...
플래시 포워드
그림자들이 지는 곳백인 집시 예니셰의 피가 흐르는 안나는 유년기에 가족과 헤어진 후 스위스의 보육원에서 자라났다. 세월이 지나 그 보육원은 요양원으로 탈바꿈했고, 어른이 된 안나는 그곳에서 간호사로 일하며 지낸다. 어느 날, 한 여성이 환자로 들어오면서 안나는 트라우마로 가득한 어린 시절과 마주한다. 국내에는 생소한 ‘예니셰’에 대한 스위스 정부의 조직적인 박해를 다룬 <그림자들이 지는 곳>은 올해의 데뷔작 중 단연 돋보이는 ...
특별기획 프로그램
그의 딸1972년, 타냐는 외딴 마을에서 조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1학년 학생이다. 그녀의 주위에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아름다운 자연이 있다. 돌아가신 아버지는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늘 가까이에 있다고 느낀다. 근면하고 따뜻한 할머니는 인생의 선배로서 선과 악에 관해 설명해 주기도 하고,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영원히 그녀와 함께할 수는 없다는 사실 역시 자연스럽게 알려준다. 영화는 사계절의 변화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아시아 영화의 창
금구모궐영화에서 소개되는 ‘타르타리의 식물 양’에서 양이란 탯줄과 같은 식물 줄기에서 나는 동물 열매인데, 그 줄기를 잘라내면 죽는다고 한다. 즉 이 생물은 평생을 식물이자 동시에 동물 일부로서 살아가는 것이다. 영화는 이처럼 하나로 규정할 수 없는 인간의 삶에 대해 질문한다. 정부의 프로젝트로 섬마을에 들어온 전과자들이 감옥 없이도 사람들과 섞여 살아갈 수 있을지 담당 시청직원은 걱정이다. 과거를 들킬까 떨고 있는...
아시아 영화의 창
기차역<바빌론의 아들>(2009) 등을 통해 국내외에 널리 알려진 이라크 감독 모하메드 알 다라지의 최신작. 2006년 이슬람 성지순례의 희생 축제일을 맞이하는 이라크 바그다드. 사라는 자살폭탄 테러 지령을 받고 삼 년 만에 재개장을 앞둔 바그다드 중앙역으로 향한다. 하지만 그곳은 미군을 비롯해 군경의 강화된 순찰로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 사라는 기회를 노리던 중 세일즈맨 살람을 강제로 끌어들이지만, 갓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