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의 오늘
황제이른 아침 강남역, 검은색 승합차에 어두운 표정의 남녀 세 명이 올라탄다. 세 사람은 시골의 어느 한적한 모텔에서 생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려 한다. 고요한 모텔 방 안, 세 사람은 각각 알약 한 통을 앞에 두고 자신의 이야기를 서로에게 풀어내며 이별의 밤을 맞이하려 한다. 그러던 어느 순간 영문을 알 수 없는 이끌림과 함께 그들은 각자의 풍경 속에서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걸음을 따라 시공을 초월한 환상 같은 ...
아시아 영화의 창
회전목마는 멈추지 않는다이 영화는 누군가에 의해 쓰인 것이 아닌, 사물에 의해 목격된 역사를 다룬다. 하지만 이는 특유한 세기적 발명의 순간을 기록하거나 어떤 사회 체제의 전복이라는 변혁의 시점을 기록하는 차원의 역사는 아니다. 이 영화에서의 역사는자취가 남은 군용 지프차에서 스스로를 위무하는 남겨진 이, 늙은 남편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군용 지프차를 타고 미지의 공간으로 떠나는 어린 신부, 혹은 군용 지프차를 타고 자신들만의 추억을...
와이드 앵글
후고지덱은 과거 잘나가던 시절, 놀이공원의 대부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더는 손님이 찾지 않는 이동 막사에 일곱 살 손자 후고 후앙과 함께 살고 있다. 딸의 죽음에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지덱은 후고와 함께 딸을 추억하며 유대감을 쌓아간다. 하지만 두 사람이 살아가는 이 작은 세상도 곧 무너질 위기에 처한다. 시청 공무원이 이들을 방문한 후, 아이에게 적합하지 않은 환경이라고 결론 내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영화회고전
휴일제작 당시 개봉을 하지 못한 채 잊혀진 영화였으나 후일 발견되어 이만희 감독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영화. 일요일에 만난 가난한 젊은 연인의 하루 이야기로 신성일은 여기서 빈털터리 청년 허욱으로 등장, 당대의 허무와 절망을 대표하는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허욱은 애인의 낙태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다 결국 친구의 돈을 훔친다. 그 돈으로 애인은 수술을 받지만 수술을 받는 동안 허욱은 방황의 시간을 겪는다...
월드 시네마
희대의 사기앙투안 로카는 파산신고를 해야만 하는 궁지에 몰린다. 부유한 장인은 보호를 명분으로 아내와 아들을 빼앗아 가려 하고,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앙투안은 변호사에게 온라인으로 탄소세를 사고파는 거래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몇 번의 클릭으로 엄청난 돈을 버는 데 성공하지만, 이내 경찰의 의심을 산다. 한편 조직범죄단과도 연루되면서 그는 배신과 살인, 보복의 엄청난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전직 경찰 출신의 배우이자...
월드 시네마
희망의 건너편시리아 난민 칼레드는 석탄 화물선에 잠입하여 헬싱키에 밀입국한다. 망명신청이 기각된 후 그는 거리에서 지내야 하는 처지가 된다. 괴짜 핀란드인 위크스트룀이 칼레드를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에 데려와 고용한다. <희망의 건너편>은 난민 위기의 여파를 겪으면서도 여전히 인간미를 잃지 않는 인물들이 주인공이다. 밀입국한 흑인 소년에 대한 유럽의 관용을 설파한 <르 아브르>에 이어 이번에는 지난 몇 년간 지구촌의 뜨거운...
한국영화의 오늘
히치하이크열여섯 살 소녀 정애는 서울의 재개발 지역에서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 아버지는 말기암 진단을 받았지만 치료를 포기한 채 죽음을 기다리고, 포기하면 모든 것이 편해진다고 딸에게 말한다. 어느 날 정애에게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한다. 오래전 집을 떠난 엄마가 보낸 것이다. 정애는 얼굴 한 번 본 적없는 엄마를 찾는 것이 자신에게 남은 유일한 희망이라 생각하고 그녀를 찾아 길을 나선다. <히치하이크>는 엄마를 찾...
플래시 포워드
M.F.A.미술학도 노엘은 같은 학교 학생에게 성폭행을 당한 후, 자신의 목소리를 찾기 위해 힘겨운 사투를 벌인다.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그녀는 가해자에게 사과를 요구하며 맞선다. 충동적으로 벌어진 일이 과격한 언쟁으로 이어지고 가해자가 죽음에 이르는 사고가 발생한다. 이후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애쓰던 노엘은 캠퍼스 내에 자신 이외에도 수많은 성폭행 생존자들이 숨죽이며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의...
아시아 영화의 창
#BKKY‘천사들의 도시’ 방콕의 10대들을 유쾌하게 그린 젊은 감독 논타왓 눔벤차폰의 발랄한 영화. 17세 소녀 ’조조’는 고등학교 졸업반이다. 동성 친구 ’큐’의 고백을 받고 둘은 한동안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아빠도 이성 친구보다는 동성 친구가 낫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조조가 대학에 들어가고 새로운 남자친구 ’제프’를 만나게 되면서 큐와의 관계에는 위기가 오는데... 감독은 대도시 방콕의 10대 후반 ...
아시아 영화의 창
[특별상영] 순례길에서 생긴 일카말 타브리지는 늘 다른 이들이 다루기 꺼려하는 주제에 관심을 가져온 베테랑 감독이다. 이란-이라크 전쟁이 한창일 때 <릴리는 나와 함께>(1995)라는 영화를 만들어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전쟁 코미디를 선보였다. 2003년에는 신부 옷을 입고 감옥을 탈출하는 도둑 이야기인 <도마뱀>을 만들었다. 이 도둑은 국경으로 가는 도중 물라인 척하며 사람들에게 설교를 하기도 하는데, 이 영화는 수년간 금지되었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