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콕콕콕, 코코콕닭 장수인 누르는 애지중지하는 자신의 오토바이에서 사고 흔적을 발견한다. 혹시 전날 마을에서 일어난 뺑소니사고와 관계있나 하여 오토바이를 빌려갔던 사람들에게 물어보지만 이방인이며 무슬림인 누르는 그들에게 대화 상대조차 아니다. 장관의 인척이 피해자인 이 사고로 경찰이 점점 압박해오는데, 남수단 난민인 아베베는 너의 아기를 갖고 싶다며 누르를 따라다닌다. 카프카적인 감성과 신화적인 상상력이 만난 이 작품에서 세...
비전
쿠락영화는 2020년 비슈케크에서 열렸던 여성들의 시위를 보여주는 뉴스 화면으로 시작된다. 여성 인권을 위한 시위는 이를 반대하는 남성들의 폭력적 개입으로 위기에 처하며, 방관하던 경찰들은 시위하던 여성들을 체포하기 시작한다. 키르키스스탄 여성 인권의 현재를 상징하는 현실의 장면에서, 영화는 픽션의 세계로 넘어가 두 젊은 여성의 스토리를 중첩해 보여준다. 비밀리에 웹캠 모델로 일하는 메예림과 이제 막 연애를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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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렘린의 마법사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이 줄리아노 다 엠폴리의 베스트셀러를 바탕으로 완성한 <크렘린의 마법사>는 한 정치 고문의 시선을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의 권력 장악 과정을 추적하는 정치 스릴러다. 이 작품은 단순한 전기 영화나 역사 재현을 넘어 현대 러시아 권력의 실체와 그 기원을 깊이 파고든다. 영화는 고르바초프와 옐친의 시대, 페레스트로이카의 자유와 혼란이 공존하던 시기를 배경으로 시작된다. 새 시대를 꿈꾸며 돈과 ...
오픈 시네마
타년타일거대한 지진으로 인해 중력의 벽으로 양분된 세계. ‘오로라 존’과 ‘에버그린 존’으로 나뉜 세계는 시간과 중력이 왜곡되어, 오로라 존의 하루는 에버그린 존의 일 년이 된다. 황폐한 에버그린 존에는 맑은 공기도, 꽃도, 약품도, 심지어 식량도 부족하다. 오로라 존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에버그린 존에 방문하는 ‘하얀 비둘기 의료봉사단’의 일원인 앤진은 첫 방문에서 좀도둑질을 하는 열세 살 소년 타토를 만난다. 앤...
비전
타이가남성 전용 마사지 숍에서 일하며 게이 포르노 오디션을 전전하던 타이가는 어느 날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향한다. 아버지는 아들에게는 집을, 딸에게는 치과 진료소를 물려주려 하지만, 결혼하지 않았고 가족도 없다는 이유로 누나는 타이가의 상속 자격을 부정하며 아웃팅을 빌미로 위협한다. 오랜만에 만난 결혼한 친구, 그리고 어린 조카를 돌보는 시간 속에서 타이가는 자신도 누군가의 ‘가족’이 되고 싶...
온 스크린
탁류“백성이 입을 닫고 살아야 태평성대지.” 『추노』의 천성일 작가가 14년 만에 선보이는 액션 사극 <탁류>는 조선의 모든 돈과 물자가 모여드는 경강의 이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무뢰배들의 혼탁한 다툼을 그린다. 과거를 감추고 마포 나루에서 일하며 품삯을 버는 시율(로운)은 왈패 무덕 (박지환)의 패악질에 시달린다. 한편 아버지의 상단을 이어받고자 하는 당찬 여인 최은(신예은), 올곧은 관리가 되고자 하는 신임 ...
비전
트루먼의 사랑짐 캐리가 주연인 피터 위어 연출의 1998년 영화 <트루먼 쇼>는 평범하게 살던 트루먼 버뱅크가 사실은 자신이 작은 섬의 세트장에서 일거수일투족을 중계방송 당한다는 걸 알게 되면서 시작한다. 김덕중의 <트루먼의 사랑>은 지하철에서 한 남자가 우연히 자신이 트루먼이라고 소개하는 한 여자를 만나면서 시작한다. 그리고 이따금 이 세트장이 ‘에러’를 일으켜서 작동이 중단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남자는 그걸 9개월 ...
한국영화의 오늘
파과: 인터내셔널 컷전설이 된 킬러가 늙고 쇠약해진 뒤 벌어지는 이야기. 설정부터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재에 사연을 궁금하게 만드는 액션이 더해져, 삶의 의미와 필요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거듭났다. 사회에 해악이 되는 인간을 처리하는 살인청부업체 ‘신성방역’에서 40여 년간 활약하며 전설로 불리는 킬러 조각(이혜영)도 세월은 이길 수 없다. 은퇴를 고민하던 조각 앞에 나타난 혈기왕성한 킬러 투우(김성철)는 조각을 적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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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 는 3부작 형식으로 정교하게 구성된 장편영화이다. 세 편의 이야기는 모두 성인이 된 자녀들과 다소 거리를 둔 부모(또는 부모들), 그리고 그들 간의 관계를 다룬다. 각 챕터는 현재를 배경으로 서로 다른 나라에서 펼쳐지는데, ‘파더’는 미국 북동부, ‘마더’는 아일랜드 더블린, 그리고 ‘시스터 브라더’는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한다. 이 영화는 조용하고 관조적이며, 어떠한 판단도 쉽...
오픈 시네마
파이널 피스산속에서 발견된 시체, 장인이 만든 고가의 장기말이 같이 묻혀 있다. 베테랑 형사와 신입 형사가 사건을 추적하는 현재와 불우한 천재 장기 기사의 과거가 교차되면서, 숨겨진 비극의 실체가 드러난다. 한국영화 <승부>(2025)가 바둑이라는 익숙치 않은 소재를 실화의 힘으로 극복했던 것처럼, <파이널 피스>는 장기에 미스터리적 요소를 결합해 관객의 흥미를 높인다. 베스트셀러 소설 『반상의 해바라기』를 스크린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