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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두칠성전작 <눈물의 소금>(2020)에서 여자가 ‘북두칠성’에 대해 묻자 남자는 관심 없다는 투로 답한다. 신작은 어쩌면 그 대답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가렐 영화에서 가족이 새삼스러운 주제는 아니지만, 근래 개인의 섬세한 내면을 그려온 것과 달리 <북두칠성>은 집단으로서의 가족의 모습에 집중한다. 이상할 정도로 바깥 풍경에 인색한 건 그래서다. 3대가 유지해 온 손인형 극단이 두 번의 죽음을 거치는 동안, 가족의 ...
아시아영화의 창
불꽃 속으로의대생 마리암은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마자 빚더미에 올라 의심스러운 친척 나시르의 도움을 받아들여야 하는 형편과 순응적인 엄마 파리하가 못마땅하다. 어느 날, 남자친구 아사드와의 해변 여행에서 사고가 발생하고,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모녀의 운명이 저주처럼 드러난다.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아카데미를 비롯, 토론토영화제 탤런트 랩 등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실력을 인정받은 감독 자랄 칸은 공...
월드 시네마
블라가의 마지막 수업블라가는 은퇴 후 연금으로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이민자를 대상으로 불가리아어 과외 수업을 하고 있다. 어느 날 걸려 온 보이스피싱 전화 한 통에 평생 모은 돈을 날리고, 남편의 묘지조차 단장하지 못할 위기에 처하자, 블라가는 사회적 체면과 개인적 양심을 저버리고 자신을 빠뜨린 함정에 가담하게 된다. <블라가의 마지막 수업>은 경제가 붕괴된 사회에서 약자들이 약탈당하고, 필사적인 생존 본능으로 또 다른...
월드 시네마
블랙버드 블랙버드 블랙베리마을 주민들이 노처녀라며 수군대거나 말거나, 또래 친구들이 남편도 자식도 없는 처지를 동정하거나 말거나, 달콤한 패스트리 한 조각이면 족한 에테로. 산속에서 블랙베리를 따다가 죽을 뻔한 사고를 간신히 면한 어느 날 갑자기, 생애 처음으로 뜨거운 열정의 소용돌이에 휩쓸린다. 엘레네 나베리아니의 세 번째 장편 영화는 보수적 가부장제 문화가 지배하는 조지아에서 자유롭고 주체적인 삶을 선택한 여성의 부드럽지만 강인한...
아시아영화의 창
블루 송2010년대 초 중국 하얼빈. 열 다섯 살 시엔은 의사인 엄마가 일 년간 아프리카로 일하러 가면서, 소원하게 지내온 아빠와 함께 살게 된다. 최악의 여름이 될 것이라는 시엔의 예상은 아빠의 작은 사진관에서 매력적인 밍메이를 만나면서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여성 성장드라마인 <블루 송>은 다른 여성에 대한 십 대 소녀의 낭만적 열정과 아련한 향수의 정서로 가득하다. 시엔의 조용하고 외로운 세계에 강렬한 ...
한국영화의 오늘
비공식작전어디로 갈지 보이는데도 눈 돌릴 틈 없이 끝까지 함께 간다. 서스펜스와 웃음, 두 바퀴를 쉴 새 없이 굴리는 <비공식작전>은 영화 <끝까지 간다>, <터널>, 드라마 <킹덤>을 통해 쫀쫀하고 긴장감 넘치는 연출력을 증명한 김성훈 감독의 신작이다. 1987년 중동지역 외교관 민준(하정우)은 출세를 위해 납치된 교포의 몸값을 전달하는 비공식작전을 감행한다. 민준은 내전 중인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로 향하지만 공항...
와이드 앵글
비욘드 유토피아<비욘드 유토피아>는 북한에 남겨 두고 온 젊은 아들을 어떻게든 남한으로 데리고 오려는 어머니,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어 탈출하려는 한 가족, 그리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들을 도우려는 한 목사의 이야기다. 브로커를 통해 전화로만 아들의 안부를 알 수 있는 어머니의 애절함, 국경을 넘기 전 영상통화로 살려 달라고 울부짖는 어린 딸들의 절규, 가족들과 중국 국경에서 만나 이들이 태국에 도착할 때까지 함께하는 목...
온 스크린
비질란테김지용(남주혁)은 성실하고 뛰어난 경찰대의 우수 학생이다. 하지만 그는 법망을 피해 나가는 악인들을 단죄하기 위해 주말마다 자경 활동을 해나간다. 방송인 최미려(김소진)에 의해 비질란테(자경단)로 이름 붙여진 그의 행적은 시민들의 관심과 환호를 일으키고, 광팬으로 그를 추종하는 재벌 2세 조강옥(이준혁)이 나타난다. 그러자 광역수사대 팀장 조헌(유지태)이 비질란테를 쫓기 시작한다. 동명의 인기 웹툰이 원작이며...
월드 시네마
비행자들쳇바퀴 같은 일상으로부터 벗어나기를 갈망하며 금고를 털기로 결심한 은행원 모란. 얼떨결에 범죄 행위에 가담하게 된 그의 직장 동료 로만. 묻어둔 돈 가방을 찾으러 간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만난 아름다운 자매 노르마, 모르나 그리고 그들의 친구 라몬. 알파벳 다섯 글자의 배열 순서만 바뀐 이름을 가진 다섯 명의 인물들이 등장할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러나 <비행자들>은 열리고 열리며 또 열리는 이야...
월드 시네마
빈센트 머스트 다이빈센트의 일상은 요즘 악몽 그 자체다. 직장, 길거리, 아파트 등 곳곳에서 사람과 눈만 마주치면 이유도 없이 얻어맞는다. 이제 직장에 다닐 수도, 아무도 만날 수 없는 빈센트는 유년기를 보낸 시골 마을로 피신한다. 그로부터 얼마 후 설명할 수 없는 폭력의 물결이 프랑스 전역을 뒤덮는다. <빈센트 머스트 다이>는 긴장감 넘치는 공포물이자, 팬데믹과 경제적 위기로 불안정한 사회에 대한 풍자다. 음모론, 인종차별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