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콘
파리 아다망에서 만난 사람들아다망은 병원에서 운영하는 정신질환 센터다. 영화는 센느강에 떠있는 센터를 오가는 환자, 간병인, 의사를 구분 없이 보여준다. 감독은 앞뒤로 몇 줄의 문장을 써두었으나 어떤 주제나 교훈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것은 영화의 자세이기도 하다. 자연스레 필리베르의 1997년 작품 <모든 작은 것들>이 떠오르는데, 환자들 사이로 특별하게 관여하지 않고 조용히 바라보는 태도도 그대로다. 무엇을 읽을지 고민하다 영화의 끝...
아시아영화의 창
파문“일본은 전 세계 성차별 지수 146개국 가운데 116위를 차지한 나라다. 우리는 남성 중심 사회에 남아 있다. 많은 가정에서 남자들은 밖에서 일하고 여자들은 집을 지키는 오래된 전통을 지키고 있다.”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은 <파문>을 만들게 된 계기로 남성 중심 사회에 대한 문제 제기를 언급한 바 있다. 50대인 주인공 요리코는 녹색의 생명수를 숭배하는 사이비 종교에 빠져있다. 남편이 가족을 팽개치고 나간 ...
미드나잇 패션
파툼스포츠 도박에 미쳐있는 세르지오는 그의 아내에게 다시는 도박을 하지 않겠다고 맹세한다. 하지만 이미 빈털터리로 도박에 중독된 세르지오는 마지막 ‘한 방’으로 그동안 자신이 잃었던 돈을 모두 되찾겠다고 결심하고, 결국 다시 도박장으로 향한다. 이런 아버지의 모습에 실망한 그의 어린 아들은 여동생까지 데리고 도박장을 찾아온다. 아들의 예기치 못한 ‘방문’에 당황한 세르지오, 그가 베팅했던 스포츠팀이 승리하려는 순...
와이드 앵글
판타스틱 머신오늘날 지구상에는 450억 개 이상의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다. 우리의 일상과 비일상의 매 순간을 끊임없이 포착하는 카메라는 인류의 최신 장난감이라 할 수 있다. 스웨덴의 악셀 다니엘손과 막시밀리언 반 아에르트릭크 콤비는 현대 카메라의 시초인 카메라 옵스큐라에서 출발해 뤼미에르 형제를 거쳐 유튜브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이제는 소셜 미디어에서 자기애적 모멘트를 과시하는 수단이 된 이 ‘판타스틱 머신’이 지난 20...
특별기획 프로그램
패스트 라이브즈나영과 해성은 어릴 적 서로 좋아하는 감정을 가지고 있던 친구 사이다. 어느 날 나영은 캐나다로 이민을 가게 된다. 그로부터 12년 후, 노라라는 새로운 영문 이름으로 뉴욕에 거주하고 있던 나영은 페이스북을 통해 해성이 자기를 찾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비록 온라인이지만 서로 만나게 된 해성과 나영은 반가운 마음에 하루가 멀다하고 지속적인 대화를 이어간다. 서로 직접 만나고 싶지만, 작가를 꿈꾸던 노라와 중국...
와이드 앵글
포 도터스튀니지에 사는 올파에겐 네 딸이 있다. 어느 날 첫째와 둘째 딸이 사라진다. 가출한 10대의 두 소녀는 이슬람국가(IS)에 가담하기 위해 리비아로 떠났다. 이 일은 실제 2015년 튀니지에서 일어난 일로, <포 도터스>는 올파 가족의 이 비극을 복기하는 다큐멘터리다. 다큐멘터리로서 영화의 특이점은 재연 드라마의 방식을 통해 가족의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데 있다. 부재한 두 딸을 연기할 배우와 함께 올파를 연기할...
아이콘
폴른 리브스은퇴를 번복하고 돌아온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최신작 <폴른 리브스>는 감독의 프롤레타리아 3부작[<천국의 그림자>(1986) <아리엘>(1988) <성냥공장 소녀>(1989)] 계보를 잇는 작품이다. 우크라이나 침공 소식을 전해주는 라디오 외에는 세상과 단절된 여자와 우울한 일상을 알코올로 달래는 자칭 터프가이 남자는 헬싱키의 밤 거리에서 만나 호감을 느낀다. 이들의 조심스러운 로맨스는 몇 번의 우연과 몇 번의...
아이콘
푸른 장벽2021년 하반기 벨라루스가 중동에서 흘러 들어온 난민들을 인접한 폴란드로 보내면서, 푸른 숲으로 우거진 국경 지대에서 양국의 군인들과 중간에 낀 난민들이 충돌하게 된다. 거장 아그네츠카 홀란드의 최신작 <푸른 장벽> 은 철저한 조사에 기초해 다큐멘터리적 접근을 취함으로써, 때로는 현실이 픽션보다 참혹할 수 있음을 짐작케 한다.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 영화를 만들지는 않지만 우리 세상 모든 면이 정치적...
아이콘
프렌치 수프19세기 프랑스. 미식가 도댕(브누아 마지멜)과 요리사 유진(줄리엣 비노쉬)은 20 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하며 신뢰와 사랑을 키워온 사이다. 영화는 도댕을 주축으로 한 미식가 클럽의 만찬을 준비하는 주방의 풍경을 30분이 넘도록 정성 들여 스케치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음식을 만들고 맛보고 평가하는 이 초반부의 긴 요리 시퀀스가 예술이라 불러 마땅한 요리란 무엇인가를 감각적으로 보여준다면, 도댕이 오직 유진만을...
월드 시네마
하늘을 나는 아빠를 보았다아이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지닌 다르덴 형제가 제작에 참여한 이유가 충분한 영화다. 앞선 영화 두 편[<헤디>(2016)와 <디어 썬>(2018)]에서 아들의 삶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어머니와, 아들의 건강과 미래에 집착하는 아버지에 주목했던 모하메드 벤 아티야는 신작에서 다시 아버지와 아들을 등장시킨다. 반면 아들의 나이는 훨씬 어려졌다. <헤디>에서 아들 역을 맡았던 마지드 마스투라가 이번에는 아버지로 나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