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영화의 창
황홀경한밤중에 마을 사람들과 함께 매미를 잡던 망쿤치가 돌연 사라졌다. 카산의 아버지와 마을 남자들은 소문대로 장기 밀매 업자들이 그를 납치했다고 믿고, 밤마다 마을을 지킨다. 한편 교구 목사는 기적의 성모 마리아상 행렬이 지나간 후, 장차 40일 밤과 40일 낮 동안 지속될 종말의 어둠에 대비한다며 ‘종말 구호 헌금’을 걷기 시작한다. 인도 북동부 메갈라야 출신인 도미닉 상마 감독은 주민 대다수가 크리스천인 마을...
월드 시네마
히어브뤼셀에서 건설노동자로 살고 있는 루마니아 출신의 스테판은 고향으로 휴가를 떠나기 전 정성껏 끓인 수프를 들고 가까운 지인들을 만나러 다닌다. 그러다가 우연히 이끼를 연구하는 중국계 여성 선태학자 슈시우와 만나게 되고, 숲속에서 깊은 교감의 순간을 경험한다. 벨기에 감독 바스 데보스의 네 번째 장편영화 <히어>는 스테판의 이 따뜻한 영화적 여정을 우아하고 유려하게 담아낸다. 소소한 대화 속에 깃든 삶의 진실과...
온 스크린
LTNS성적 욕망으로 불타올라 서로의 육체를 탐하던 시기는 속절없이 과거로 흘러가고 우진(이솜)과 사무엘(안재홍)은 이제 육체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다소 시들해진 부부 사이가 되었다. 바로 이 부부가 우연한 동기 끝에 ‘불륜 커플 전문 협박단’으로 거듭나 인생 역전의 기회를 노린다. <소공녀>의 전고운, <윤희에게>의 임대형, 두 출중한 신예 감독이 공동 각본 및 연출을 맡고 이솜과 안재홍이 부부를 연기한다는 정보 자...
특별기획 프로그램
2046 (리마스터링)<화양연화>와 거의 동시에 제작에 들어간 <2046>은 전작의 후일담 성격을 띠지만 그 그림자에 머물지만은 않는다. 1966년 문화대혁명 속 홍콩. 글을 쓰며 살아가는 차우는 오리엔탈 호텔 2046호에 투숙한다. 차우의 소설 속 세계 2046에서는 모든 게 영원하다.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서 2046으로 향하는 이들은 사랑 때문에 또다시 쓸쓸해진다. 지난날 <화양연화>의 차우와 수리첸이 머물던 2046은 <20...
한국영화의 오늘
20세기 소녀보라(김유정)의 둘도 없는 친구 연두(노윤서)는 심장 수술을 위해 미국에 가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 백현진(박정우)에 대한 모든 정보를 수집해 달라고 보라에게 부탁한다. 보라는 백현진의 가장 친한 친구 풍운호(변우석)와 먼저 친해지기로 한다. 하지만 보라의 서투른 계획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된다. 새로운 세기가 오기 1년 전인 1999년, 17세가 된 보라는 첫사랑의 열병에 빠진다. 방우리 감독의 <2...
한국영화의 오늘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연극과 교수인 주희(김주령)는 병원에서 악성 종양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을 받는다. 주희는 학교로 돌아가 신변을 정리하려 하고 이상하게도 그녀의 연구실에 많은 이들이 찾아온다. 그사이 연극 연출가인 주희의 남편 호진의 이야기가 교차된다. 그런데 두 이야기가 교차하는 동안 영화엔 점점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고, ‘5시부터 7시까지의’ 시간축만 남긴 채 영화는 모든 경계를 몽롱하게 만들며 매혹의 장을 펼친다. 장...
지석
6명의 등장인물태국의 초호화 캐스팅으로 완성한 올해 최고의 기대작. 긴장감이 감도는 영화 세트. 호러영화를 촬영하려는 감독(마리오 마우러)은 무척이나 신경이 예민해져 있다. 제멋대로인 배우들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와중에 갑작스럽게 정체불명의 여섯 명이 등장한다. 그리고 자신들은 죽은 작가가 남긴 작품의 등장인물들이라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감독은 낯선 이방인들을 비웃지만 결국 그들이 말하는 치명적인 가족...
아이콘
개미 대왕이탈리아 근현대 사회에 지속적인 관심을 품어온 지아니 아멜리오가 이번에 머문 지점은 1960년대다. 그가 경력을 시작하던 시기의, 이탈리아 영화가 정점에 올랐던 시기의 야만적 현실 상황을 그는 기억한다. 작가인 알도 브라이반티는 청년과 관계했다는 이유로 투옥된다. 한편으로 개미 연구가인 그에게, 개미는 함께해야 길을 잃지 않고, 모든 것을 나누며, 서로를 배신하지 않는 존재다. 그러지 못한 사회를 비판하는 기...
한국영화의 오늘
경관의 피<경관의 피>는 범인 검거에 수단을 가리지 않는 부도덕한 경찰과 이를 감시하는 신입 경찰의 고뇌를 따라간다. 3대째 경찰이 된 민재(최우식)는 원리원칙을 중시한다. 상부에서는 민재에게 광역수사대 반장 강윤(조진웅)의 내사를 지시한다. 서슴없이 위법수사를 저지르는 강윤을 보며 민재는 환멸과 의심, 존경과 질투를 동시에 느낀다. <경관의 피>는 양파껍질처럼 여러 겹의 메시지를 둘러싼 영화다. 표면적으로는 혼란스러...
아시아영화의 창
계략마샤는 SNS 인기남인 라밀이 개인 메시지로 말을 걸자, 그를 만나기로 한다. 라밀은 한 중년 남성의 돈을 받고, 십 대 소녀들을 모아 호화로운 아파트를 빌려 파티를 연다. 공짜 술과 마약을 마음껏 즐기고 나면, 돌아가는 길에 돈을 받는 것. 마샤는 라밀에 대한 호감과 호기심으로 파티에 참석하기 시작한다. 전작 <18키로헤르쯔>에서 술과 마약에 빠진 십 대 남자 청소년들을 그렸던 파르캇 샤리포프 감독은, 이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