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콘
누벨바그리처드 링클레이터의 이번 프로젝트는 위험한 모험이었다. 그는 장 뤽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1960)의 제작기를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 영화가 지녔던 에너지와 자유로움까지 되살리려 했다. 흑백 필름, 자연광을 고집한 실외 촬영, 누벨바그의 주역들(고다르, 트뤼포, 진 세버그, 장폴 벨몽도…)을 연기할 무명 배우들의 기용. 실존 인물들과 놀라울 정도로 닮은 이들은 현실과 착각할 만큼 정교한 환...
경쟁
다른 이름으로시한부 판정을 받은 영화감독 제현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마지막으로 제대로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다. 영화가 뭐길래, 자신을 갉아먹으면서까지 하느냐며 책망하는 아내 수진 몰래, 제현은 친구 지영의 도움을 받아 배우들을 만나고 영화를 진척시켜 나간다. 제현의 무모한 감행, 단호한 결심을 수진이 알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영화를 향한 제현의 이 뜨거운 열망은 후회와 회한, 집념과 체념, 고통...
비전
단잠한 남자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수연에게는 아버지였고, 인선에게는 남편이었던 사람. 일상의 틈새와 관계의 미묘한 감정을 포착해 온 이광국 감독의 다섯 번째 장편 <단잠>은 상실을 마주하는 법을 묻는다. 세 번째 기일이 다가오는 계절에도 남겨진 이들은 여전히 불면에 시달린다. 같은 사람을 잃었으나 같은 사건을 겪은 것은 아니라서, 감정의 무게는 갈수록 버거워서 수연과 인선 사이에도 커다란 구멍이 생긴다. <단...
와이드 앵글
단지, 우리가 잠시 머무는 곳청주동물원 사람들을 그린 <동물, 원>(2018)과 야생동물구조센터 사람들을 다룬 <생츄어리>(2022)에 이은 왕민철 감독의 세 번째 영화. 이번에는 반달가슴곰 생츄어리다. 곰 농장을 인수받아 곰 생츄어리로 바꿔놓으려는 ‘프로젝트 문 베어’ 팀의 이야기는 소재에서 전작의 연장선상에 놓인 듯 보이지만 이 영화는 좀 다르다. 야생으로 돌아갈 수 없는 사육 곰을 돌보는 일이 얼마나 수고로운 노동인지를 알아챌 즈음...
아시아영화의 창
달의 속삭임아버지의 죽음 이후, 연극배우 니사이는 뉴욕에서 고향 프놈펜으로 돌아와 티다와 다시 만난다. 영화는 연인이었던 순간으로부터 7년의 시간이 지난 현재와 두 사람이 함께 무대의 주연이었던 과거를 오간다. 화려한 주인공이었던 니사이와 티다는 무대 위에서 완전한 사랑의 표현을 발견하지만, 삶에서 이들은 달콤쌉쌀한 이별을 고해야만 한다. 여성퀴어영화 <달의 속삭임>은 삶 속에서 나 자신을 표현하는 것과 무대 위에서의 ...
온 스크린
당신이 죽였다완벽을 꿈꾸는 범죄는 우리를 어떻게 매혹하는가. 백화점 명품관 직원 은수(전소니)는 유능한 면모 뒤에 깊은 상처를 숨기고 있다. 어린 시절 가정폭력의 트라우마를 벗어나지 못한 은수는 친구인 동화 작가 희수(이유미)의 행복을 바라지만 희수의 남편 진표(장승조)가 폭력을 일삼는다는 걸 알게 된다. 희수를 구하기로 결심한 은수는 완벽한 살해계획을 세우고, 한편 은수의 주변에 맴돌게된 사업가 소백(이무생)은 은수의 ...
아시아영화의 창
대통령의 케이크<대통령의 케이크>는 감성과 이성을 동시에 자극한다. 칸영화제에 초청된 최초의 이라크 영화로, 황금카메라상과 감독주간 관객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사담 후세인의 강압적인 철권통치 아래 놓였던 1990년대 이라크. 9살 소녀 라미아는 나이 든 할머니와 단둘이 힘겹게 살아가지만, 반에서 1등을 차지하는 영리한 학생이다. 전쟁과 그에따른 국제사회의 제재로 경제는 무너졌지만, 설상가상으로 학교 선생님은 ...
한국영화의 오늘
대홍수운석 충돌로 남극의 얼음이 녹아 대홍수가 세상을 덮친 날, 아파트까지 물에 잠기자 안나(김다미)는 아들 자인을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한편 인공지능 연구원인 안나를 구하기 위해 출동한 인력 보안팀 희조(박해수)는 안나가 곧 멸망할 세상에서 새 인류를 창조할 중요한 인물이라고 전한다. 하지만 위기의 순간마다 불현듯 알 수 없는 기억이 엄습하고, 감정을 가진 인공지능을 연구하던 안나는 혼란에 빠진다. <대홍...
특별상영
댄싱 빌리지 : 저주의 시작무당의 지시를 받은 밀라는 사촌 유다와 친구들과 함께 자와섬 동쪽 끝 ‘춤추는 마을’로 향한다. 전설 속 팔찌 ‘카와투리흐’를 되돌려주기 위해서다. 그러나 마을에 도착한 순간, 촌장과 수호자가 사라진 기묘한 정적이 그들을 맞이한다. 곧 마을을 지배하는 수수께끼의 무희 ‘바다라우히’가 모습을 드러내고, 미라는 팔찌를 제때 돌려주지 않으면 액막이 ‘다우’로 선택되어 저주받을 운명 앞에 놓인다. 원작 소설을 바탕으...
와이드 앵글
더 로즈: 컴 백 투 미2017년 홍대 거리 공연에서 시작한 한국 인디 록 밴드 ‘더 로즈’는 통제와 트레이닝으로 요약되는 K-팝 시스템 밖에서 성공한 드문 사례다. 이들은 데뷔와 동시에 글로벌 팬덤을 형성했지만, 2019년 소속사와의 분쟁으로 활동을 중단하면서 위기를 맞는다. 영화는 ‘더 로즈’의 결성에서부터 위기와 도전, 실패와 회복을 거쳐 결국 코첼라 무대에 서기까지의 험난했던 여정을 담는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 내밀한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