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의 오늘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정호 그리고 수진, 인주, 유정이 있다. 이들은 모두 예술에 종사한다. 정호와 수진은 연인 사이인데 수진은 지금 정호 모르게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다. 정호를 짝사랑하는 인주는 정호에게 고백하려 한다. 그리고 유정에게도 어떤 사연이 있다. 영화는 중반부까지 이들 각자의 이야기를 차분하게 진행시킨다. 중반 이후 영화는 큰 구조의 변화를 모색한다. 이 영화에서 시간은 더 이상 순서대로 흐르지 않는다. <다른 것으...
월드 시네마
다잉베를린영화제 각본상 수상작 <다잉>의 주인공이 말한다. “모두가 행복할 자질을 지닌 건 아냐” 글래스너의 인물은 미지근한 사랑이나 행복을 좇느니 고통과 불행을 택한다. 3시간여의 대작 <다잉>은 여섯 챕터 ? 리시, 톰, 엘렌, 가는 선, 사랑, 삶 ? 를 거치며 인간 군상이 당면한 삶의 문제를 이야기한다. 질병과 죽음, 가족과 직업 등을 다루며 굳이 감정선을 건드리지 않는 건 감독의 의도 같은데, 그는 아름...
와이드 앵글
다호메이<애틀랜틱스>(2019)를 연출한 마티 디옵의<다호메이>는 올 최고의 다큐 멘터리 중 하나다. 영화는 파리 케 브랑리 박물관이 보유했던 다호메이 왕국의 보물 26점을 본국으로 반환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베냉으로 송환된 보물은 방문자들이 감상할 수 있도록 박물관에 진열해야 할까, 아니면 본래 종교적 오브제로서의 기능을 살려 대중에게 돌려줘야 할까? 아보메이 칼라비 대학의 열정적 학도들의 열띤 논쟁이 이어진다. ...
한국영화의 오늘
더 킬러스로버트 시오드맥,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가 영화화한 바 있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단편 소설 『살인자들』(1927), 이 소설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1942). 네 편의 단편 옴니버스 영화 <더 킬러스>는 이 두 고전 작품을 모티프 삼고, 그 이미지를 미장센으로 얼마간 차용한다. 4인의 감독이 각기 다른 감성과 감각으로 죽음과 기다림의 누아르 세계를 펼쳐냈다. 흡혈에 ...
특별기획 프로그램
더 트스거오 다이어리미겔 고메스와 모린 파젠데이로가 공동으로 연출한, 소소하고 유머가 넘치는 <더 트스거오 다이어리>는 마법같은 영화다. ‘트스거오’를 거꾸로 발음하면 ‘오거스트’. 21일간의 이야기가 역순으로 펼쳐지는 <더 트스거오 다이어리>는 코로나가 창궐하던 2020년 8월 포르투갈에서 촬영했다. 모든 스태프가 PCR 테스트를 받는 모습, 역을 바꿔가며 연기하는 배우들의 리허설, 썩은 과일이 싱싱하게 되살아나는 모습도 모두...
한국영화의 오늘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는 범죄조직을 잘못 건드린 두 형사의 폭주를 따라간다. 생계형 비리 경찰 명득(정우)과 동혁(김대명)은 유능하다. 수사 후 뒷돈을 챙기지만 어떻게든 사건을 해결할 능력도 있다. 우연히 범죄조직의 검은 돈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 두 사람은 주도면밀한 계획 하에 돈을 훔치기로 한다. 하지만 완벽한 계획은 예상 못 한 변수에 무너진다. 잠입수사 중인 형사가 사고로 사망한 것. 명득과 동혁은...
아시아영화의 창
돈 크라이 버터플라이무시당하고, 억울하고, 그래서 슬픈 ‘중년 여성’도 삶의 주인공으로 자신을 구명할 수 있다. 코믹 드라마를 베이스로 판타지와 호러의 장르를 결합한 베트남 영화 <돈 크라이 버터플라이>는 ‘중년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비하된 여성 스스로를 전면에 내세운 기발한 영화다. 탐은 평범한 중년 여성이다. 어느 날 남편의 외도를 목격하게 되고, 바람난 남편의 마음을 되돌려 보려 부두술을 이용한다. ‘집의 정령’이 깃든 탐...
뉴 커런츠
동쪽으로 흐르는 강기관사 리는 큰 지진이 있던 날 밤, 오랫동안 만나지 않았던 초등학교 동창생들의 모임에 참석한다. 어린 시절 리가 썼던 「물 속 괴물」이라는 소설을 기억하고 있던 송치앤과 리는 하룻밤을 보내게 되고, 리는 이유 모를 두통에 시달린다. 그날의 재회를 기점으로 12년 전, 사진기를 남기고 사라져버린 아버지, 친구의 죽음 등 외면해왔던 고통스러운 기억들이 다시 리의 삶 속으로 틈입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현재와 현재...
와이드 앵글
드라이버작은 공장에서 일하게 된 19살 실습생 지훈은 매사 심드렁하고 대충대충인 상사 우석과 단둘이 일을 해야 한다. 그러다 거래처에 문제가 생기고 지훈은 무면허로 운전대를 잡게 된다. 세대가 다른 두 노동자의 전망 없는 삶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이 인상적이다. (강소원)
플래시 포워드
디 엔드 종말의 날로부터 20년 후, 지구에 남은 마지막 가족 중 하나가 소금 광산 깊숙이 숨겨진 호화로운 벙커에 숨어 살고 있다. 평화롭고 완벽해 보이던 가족의 일상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여자’와 지구 종말 전후 가족의 역학 관계가 어떻게 변했는가에 대한 의문을 품기 시작한 ‘아들’로 인해 서서히 균열을 맞는다.
전 세계 영화팬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조슈아 오펜하이머의 극영화 데뷔작은 과거의 망령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