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시네마
믿거나 말거나, 진짜야쿠엔틴 듀피유의 기발한 상상은 멈추지 않는다. 이사 온 집 지하에 마법의 터널이 있다면 어떻게 반응할까? 마을을 ’로우키‘라 일컫는 데서 보듯 그의 영화로선 드물게 울적한 코미디다. 게다가 웬디 카를로스보다 바흐를 더 흐물거리게 편곡한 존 산토의 신디사이저가 정신을 몽롱하게 한다. 표면적으로는, 집과 직장 상사의 비밀을 빌려 인간의 헛된 욕망과 시간의 패러독스를 말하는 영화다. 단, 듀피유는 언제나 예술에 관...
와이드 앵글
바람의 계곡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두 친구는 계곡으로 함께 여행을 떠난다. 버려진 집에서 밤을 보내게 되면서 유년 시절의 잊었던 기억이 그들에게 다가온다.
지석
바람의 향기세상이 너무 삭막하고, 인간이 너무 무섭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매일 접하는 뉴스의 많은 부분이 그렇다. 인간의 선의가 아직 남아 있는지 의심스러운 세태 속에서 <바람의 향기>는 사람에 대한 믿음을 확인시켜 주는 영화다. 이란의 외딴 시골 마을, 하반신 장애가 있는 남자가 전신 마비 상태의 아들을 간호하며 살고 있다. 어느 날, 전기가 끊겨 전력 담당자가 이곳을 찾는다. 고장 난 부품을 교체하기 위해 백방으로...
아시아영화의 창
바람이 하는 말이혼 후 새 가정을 꾸린 중년의 신문기자 아캉(리강생)은 영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는 딸 아빙을 만나기 위해 전처의 집에 들른다. 하지만 아빙은 버스에서 졸업증명서가 담긴 가방을 잃어버렸고 함께 온 남자친구 아융은 버스기사에게 폭행당했다. 아캉은 경찰서와 병원을 오가며 정의를 요구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전처는 새 애인을 사귀며 은근히 아캉을 무시하고, 그와 아융도 서로 거리를 좁히지 못한다. 곧 대도시에 정...
아이콘
바르도, 약간의 진실을 섞은 거짓된 연대기‘바르도’는 죽음과 윤회 사이에 보내는 49일간의 ‘중간계’를 뜻하는 티베트 불교 용어다. 수십 년 전 “검열을 피해 도망친” 실베리오는 저널리스트 겸 다큐멘터리 작가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금의환향한다. 멕시코의 오랜 지인들과 호의를 베푸는 듯한 미국인들도 그의 성공을 시기한다. 실베리오는 고향이라 부를 곳이 없는, 멕시코와 미국을 가르는 국경 사이에 갇힌 이방인의 처지다.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2018...
월드 시네마
밤, 혹은 클라라의 죽음2016년 10월 12일 밤, 21세의 클라라 로이에가 온몸에 휘발유를 덮어쓰고 산채로 불태워졌다. 누가 이런 야만적인 짓을 저질렀나? 요한과 사법경찰은 클라라 측근을 중심으로 탐문에 나선다. 클라라가 사귀던 남자들 중 한 명이 저지른 보복 행위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수사에는 진척이 없는데 경찰은 설상가상으로 피해자의 개방적인 성격과 자유로운 연애관을 섣불리 판단하려 든다. 스릴러의 거장 도미닉 몰...
아시아영화의 창
배달의 기사공장 매니저였으나 8개월 전 실직한 마나는 배달 앱 ‘지가토’의 라이더가 되었다. 목표는 하루 열 건 달성! 그래야만 인센티브 주문을 받을 수 있고, 아내가 백화점 청소부로 일하러 나가지 않아도 된다. <배달의 기사>는 카스트제도가 붕괴되었지만 눈에 보이는 권력자 대신 성과주의와 별점, 디지털 시스템의 지배를 받는 현대사회를 풍자한다. 영어 철자를 몰라 문서위조 기회를 놓친 사기범들, 배달을 해야 하는데 신분...
월드 시네마
뱅어. 띵곡이 필요해알렉스는 ‘뱅어’가 필요하다. 여자친구 사라가 보란 듯이 멋지게 뮤지션으로 성공하려면 인기 래퍼 세르게이와 콜라보해 ‘띵곡’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곡을 받는 대가로 지불할 돈을 마련하고자 명품 컬렉션을 중고 거래하려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가고, 어쩔 수 없이 다시는 손대지 않겠다고 결심했던 마약 판매에 나서게 된다. 알렉스와 친구는 밤새 프라하 시내를 누비며 마약을 팔고, 마약 남용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
와이드 앵글
베이비 드랙 퀸2020년 싱가포르, 핑크 드레스를 휘날리며 사람들의 환호를 받는 ‘오페라 탕’이 드랙 퍼포머로 멋진 데뷔를 알린다. 드랙이 있고, 그 덕에 단짝도 만나고 사랑하는 동성 애인도 곁에 있지만 그를 둘러싼 세계가 매번 명쾌한 건 아니다. 가톨릭 집안, 동성애 처벌법, 징병제는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이고 당면해야 할 일상이다. 영화는 이 복잡한 경계 위에서 치열하게 자기 영토를 확장해온 한 사람을 조명한다. 아흔을 ...
특별기획 프로그램
벼랑 끝의 남매<벼랑 끝의 남매>는 봉준호 감독과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의 영화에 조감독으로 참여하기도 했던 가타야마 신조 감독이 연출, 각본, 편집을 도맡아 혼신을 기울여 만든 장편 데뷔작이다.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남매의 모습을 사계절에 걸쳐 담아냈다. <롤링>(2015)에서 놀라운 연기를 선보였던 마츠우라 유야가 요시오 역으로 출연했으며, <국화와 단두대>(2018)에서 여성 스모선수를 연기한 와다 미사가 마리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