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석
변모우즈베키스탄의 욜킨 투이치에브 감독의 <변모>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전작들에서와 마찬가지로, 욜킨 감독은 다시 역사적 사건과 개인의 운명 간의 관계에 주목한다. 주인공 루스탐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징집된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소련 병사이다. 그는 전장에서 아군과 적군을 선과 악으로 구분할 수 없는 참혹한 현실을 겪는다. 루스탐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이라는 역사적 비극을 맞이하여 변할 수밖에 없...
월드 시네마
보이 프롬 헤븐대이맘 (수니파 이슬람 율법의 최고 권위자) 선거를 앞두고 이집트의 정치인들은 ‘최적임자’로 생각되는 인물이 반드시 선출될 수 있도록 발 빠르게 움직인다. 어부의 아들로 태어나 국비 장학금을 받고 카이로의 대학에 진학한 아담은 위협적인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타릭 살레에게 칸영화제 각본상을 안긴 극본은 복잡한 플롯으로 채워져 있다. 설정이나 스토리를 전개하는 방식은 친숙한 반면 사건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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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즈 앤 올<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7)의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상처받은 두 틴에이저가 80년대 미국을 횡단하는 로드 무비 <본즈 앤 올>로 사랑의 다양한 형태에 관한 탐구를 이어간다. 열여섯 소녀 매런은 유일한 가족이었던 아빠가 자신의 곁을 떠나자 얼굴조차 본 적 없는 엄마를 찾아 나선다. 그녀는 길에서 우연히 만난 떠돌이 소년 리에게 강한 동질감을 느낀다. 컴컴하고 깊은 미국의 도로를 질주하는 두 청춘의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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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지는 파도미제사건을 해결하는 유능한 경관인 에르메스는 마약과의 전쟁이 시작되자 직업에서의 모순을 느끼게 된다. 하루에도 여러번 길거리에서 처단된 소위 “마약 범죄자”의 시신을 목도하며 스트레스성 피부염에 시달린다. 게다가 자주 집을 비운 사이 바람을 피게 된 아내와 자신의 동료 경찰을 폭행하기에 이른다. 또다른 남자 프리모는 복역중 뒷배를 봐주는 윗선에 의해 조기출소한다. 조울증과 분노조절장애를 겪는 그는 자신만의 방...
플래시 포워드
분노의 딸11살 마리아와 엄마 릴리벳은 니카라과 최대의 폐기물 매립지 인근에서 쓰레기를 재활용하고 강아지를 사육하면서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모녀는 찢어지게 가난하고 쉴새 없이 다투지만, 마리아의 상상력과 조금은 나아질 미래에 대한 릴리벳의 희망으로 버틴다. 그렇지만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고, 릴리벳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떠나면서 마리아는 엄마의 친구들에게 맡겨진다. 라우라 바우마이스터의 데뷔작은 니카라과 여성이 ...
월드 시네마
브라더90년대 초반 캐나다, 캐러비안 출신 이민자인 홀어머니는 성인이 된 두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가난하지만 자신들을 열심히 부양하는 어머니를 위해 바르게 살려고 노력하는 동생 마이클과 힙합 가수를 꿈꾸는 형 프란시스는 서로 다른 삶을 살고 있으면서도 끈끈한 형제애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어느 날, 프란시스가 꿈꾸었던 힙합 오디션에 문제가 생기면서 두 형제에게는 예기치 못했던 비극이 찾아온다. 이민자 출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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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더 앤 시스터조부모부터 손자까지 서로를 이름으로 호칭하는 데서 보듯, 이 가족은 개인의 자아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는 느낌을 준다. 특히 맏이인 앨리스와 동생 루이는 배우와 작가의 예민한 감성 때문인지 20년간 벽을 치고 지냈다. 부모가 죽음에 접어들면서 굳건한 벽 위로 금이 가기 시작한다. 인물의 감정은 격렬한데 영화의 태도는 미묘해서, 이야기에 다가서다가도 문득 멈추게 된다. 모래 위에 쓴 글씨처럼, 분노, 슬픔, 증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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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가족 이야기는 전환과 확장의 길을 걸어왔다. <브로커>에서 그는 대안 가족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미혼모 소영(이지은)은 자신의 아이 우성을 베이비박스에 두고 가고, 상현(송강호)과 동수(강동원)는 우성을 데려다 아기를 원하는 이에게 팔려고 하는데, 다음 날 소영이 우성을 다시 찾으러 오면서 혼란에 빠진다. 하지만 소영 또한 우성에게 좋은 부모를 찾아 주기로 결심하면서 그들은 함께 여정에 오...
월드 시네마
블랑키타18살 블랑키타는 사회 지도층과 길거리의 아이들이 관련된 섹스 스캔들의 핵심 증인이다. 사건을 파헤칠수록 블랑키타의 진술은 신빙성을 잃어가고, 실제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조차 의문이 생긴다. <블랑키타>는 불운한 여주인공의 어두운 인생을 다룬 흔하디 흔한 영화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타이틀롤을 맡은 주인공 블랑키타는 절대 평범한 캐릭터가 아니다. 마치 골리앗에 맞서 싸우는 다윗처럼, 그녀는 가슴 저미는 진...
오픈 시네마
블랙 파라오, 숲속의 남자, 그리고 공주<키리쿠와 마녀>(1998)라는 전설을 만든 프랑스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셸 오슬로의 신작이다. 환상적인 모험 영화 <블랙 파라오, 숲속의 남자, 그리고 공주>는 관객을 이집트로, 아프리카로, 오베르뉴로, 또 튀르키예로 데려간다. 천일야화에 실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재미있는 세 이야기의 주인공은 권위와 불의에 저항하는 소년과 소녀다. 감독은 장엄한 이집트의 신들, 잔인한 오베르뉴와 튀르키예의 폭군뿐 아니라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