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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다운일 년 만에 베니스로 금의환향한 미셸 프랑코 감독은 <크로닉>(2015) 이후 다시 만난 명배우 팀 로스와 샬롯 갱스부르의 호연에 힘입어, <썬다운>에서 죽음에 대한 차가운 시선을 드러낸다. 전작 <뉴 오더>(2020)에서 낭자하던 비명과 선혈은 간데없고, 럭셔리한 멕시코 해안 리조트에서 평화로운 바캉스를 즐기는 남녀가 있다. 그러나 일련의 사건은 관객의 기대를 배신한다. 우리는 어머니의 임종 앞에 태연히 거...
아시아영화의 창
쓰촨의 신-신 극단일곱 살 때부터 무대에 서서 40여 년을 배우로 살아온 쓰촨 오페라의 주연 배우 치우푸는, 막 죽어서 저승사자들을 만났다. 망각의 술을 마시길 거부하는 치우푸가 저승으로 떠나게 되는 날까지, 저승사자들과 치우푸의 오랜 동료는 그의 곁을 지키면서 함께 과거를 회상한다. 1920년대 국민당 정부 시절부터, 중일전쟁, 국민당과 공산당의 내전, 대기근과 문화혁명에 이르기까지, 중국 현대사를 관통하면서 배우로 살아온 ...
갈라 프레젠테이션
아네트<소년, 소녀를 만나다>(1984), <나쁜 피>(1986), <홀리 모터스>(2012)를 연출한 레오스 카락스 감독은 클래식 영화들을 소환해 재해석함과 동시에 새로운 영화의 잠재력을 끊임없이 탐구한다. 오랫동안 뮤지컬 영화를 꿈꿔온 그의 열정과 미국 록 밴드 스파크스의 음악의 만남으로 탄생한 <아네트>도 예외는 아니다. <아네트>는 오페라 여가수(마리옹 꼬띠아...
와이드 앵글
아임 쏘 쏘리방사능 측정기의 삐삑대는 소리를 배경음 삼아 우리 행성에서 최악의 재앙을 맞은 곳을 찾아간다. 여정에 앞서 지옥의 스펙터클인 원폭 이미지가 가이드 영상으로 제시되자 더는 설명이 필요 없다. 이건 디스토피아를 그린 SF영화인가, ‘보이지 않는 적’이 출현하는 공포영화인가? 현대 중국 다큐멘터리의 전위에 선 자오량의 카메라가 가까운 과거인 후쿠시마로 시작하여 오래된 폐허인 카자흐스탄 세미팔라틴스크, 우크라이나 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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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헤드의 무릎맹렬한 속도로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오른 나다브 라피드의 신작이다. 이미지 효과가 필요한 장면에서 거칠고 직접적인 기법을 구사하는 게 라피드 영화의 특징인데, 그런 스타일이 이번 작품에선 더 강해졌다. 주제를 말할 때도 에두르지 않고 바로 진입하는 편이다. 스타일과 주제가 결합한 결과는 원초적 에너지의 폭발이다. 팔레스타인 여성 아헤드의 영화를 준비 중인 감독 Y는 지방에서 열리는 상영회에 참석한다. 라피드...
뉴 커런츠
안녕, 내 고향이 영화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산골에 사는 한 노년 여성이 자신의 일생을 회고하며, 지독한 가난, 혹독한 노동과 자식의 죽음 등을 담담히 읊조릴 때, 아름다운 산과 숲의 풍경이 화면을 메운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20대 여성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된다. 박스가 잔뜩 쌓인 아파트에서 남자친구와 함께 살고 있는 그녀는 북경으로 이주하여 무용학교 기숙사에서 살았던 어린 시절의 고독을 들려...
월드 시네마
알리 앤드 에이바영국에 살고 있는 아랍계인 알리는 아내와 별거 중인 중년 남성이다. 유치원에 근무하고 있는 에이바는 얼마 전 남편을 잃고 홀로 살고 있다. 우연한 계기로 이 둘은 만나게 되고,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게 된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하지만 둘의 만남을 극도로 싫어하는 에이바의 아들, 그리고 그들의 관계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는 알리의 가족 등 둘의 우정이 사랑으로 발전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제약이 있...
월드 시네마
암파로싱글맘 암파로는 공장에서 야간 근무를 마치고 귀가하자 10대 아들 엘리아스가 징병되어 국경 분쟁 지역으로 보내질 위기에 처한 사실을 알게 된다. 내일이면 사선으로 떠날 아들을 지키기 위해 암파로는 (스페인어 '암파로'는 '보호'를 뜻한다) 부정부패로 점철된 체제에 도전장을 내민다. 영화 내내 주인공과 그의 가족들은 노골적으로 부당한 일을 당하고 끊임없는 속임수와 착취에 실망하지만 격렬한 ...
월드 시네마
애즈 인 헤븐19세기 말 덴마크 농장에서 장녀로 태어나고 자란 14살 리즈는 학교에 진학해 새로운 인생을 맞이할 준비에 들떠 있다. 그러나 기나긴 밤이 지나는 동안 난산으로 고통받는 어머니를 지켜보면서, 리즈는 유년시절과 예기치 못한 작별을 고해야 한다. 신예 감독 테아 린드버그의 <애즈 인 헤븐>은 백여 년 전 의 일이기도 하지만, 불과 백여 년 전 우리의 할머니와, 할머니의 할머니에게 일어난 일이기도 하다. 한편, 무...
월드 시네마
애프터 블루 (더티 파라다이스)<애프터 블루 (더티 파라다이스)>는 첫 장편 <와일드 보이즈>(2017)로 자유로운 상상력과 독특한 연출력을 보여준 베르트랑 만디코 감독이 또 다른 은하로 떠나 만든 화려한 색채의 미래지향적 서부극이다. <애프터 블루 (더티 파라다이스)>는 아주 특별한 여정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여성들만이 사는 행성에서 한 모녀가 전설적인 용병을 찾아 떠난다. 모녀는 야생의 풍경을 배회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