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 앵글
죽은 친구를 구하는 법친구 키미의 장례식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마루시아. 십여 년에 걸친 그들의 여정이 서글픈 종말에 이르는 순간, 영화는 시작된다. 마루시아와 키미는 십 대 시절에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지고, 질풍노도의 시기를 함께 보내며, ‘우울한 나라’ 러시아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하는 것 같은 하루하루 속에도 짧지만 행복한 순간들이 있다. 또래들처럼 우울과 불안에 잠식되지 않기 위해 인디 밴...
와이드 앵글
죽은 후에도집념과 몰두, 의지와 헌신, 탐구와 탐닉의 시간이었다. 2004년부터 2020년까지 무려 16년여의 세월을 쏟아 부어 집을 완성한 ‘양’에게 이 말은 전혀 과장이 아니다. 일본 목재 건축 양식을 독학한 그는 직접 설계도를 그리는 일을 시작으로 목재 수급, 착공, 기둥 조립, 기와지붕 올리기, 내부 공사까지 집짓기의 전 과정을 직접 해낸다. 대만 ‘백색 테러’ 시기를 몸소 겪은 부모 밑에서 자라고 혈혈단신이 돼...
특별 상영
지석2017년 5월 18일 부산국제영화제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는 칸영화제 출장 중에 심장마비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다. 예기치 못한 그의 죽음에서 오랜 영화인 친구와 동료들은 마지막 시기 그를 괴롭혔던 일들을 떠올린다. 다큐멘터리 <지석>은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의 창립멤버로 ‘아시아영화의 허브’라는 부산영화제의 정체성을 구상하고 완성한 김지석 프로그래머를 추모하기 위해 기획된 작품이다. 모흐센 마흐말바프, 고...
뉴 커런츠
지옥만세학창 시절 내내 왕따와 학교 폭력에 시달려 온 나미와 선우는 같은 반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간 사이 자살을 시도한다. 여기까지 들으면 우리는 무언가 견디기 어려운 비극을 예상하게 되지만, <지옥만세>라는 이 엉뚱 발랄한 엇박자의 영화는 예측을 불허한다. 어리숙하면서도 우스꽝스러운 자살 실패 이후, 두 사람은 자신들을 가장 괴롭혔고 지금은 서울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 채린을 찾아 복수하려 한다. 하지만 복수도 실...
아시아영화의 창
집 팝니다영화는 폐공장에서 협박받는 다미르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임신 중인 촐폰과 어린 딸만 남은 집까지 쫓아온 사채업자들은 집 외벽에 페인트로 ‘집 팝니다’라고 쓰고 가족을 궁지로 밀어 넣는다. 다미르는 형제, 친척, 친구 등 알만 한 모든 사람들에게 돈을 빌리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촐폰 역시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이들 부부에게는 일분일초가 절박하게만 느껴지는 상황이지만, 다미르와 촐폰의 대화는 간...
플래시 포워드
천둥세기가 전환되던 시기, 스위스 남부 마을의 목가적인 풍경이 하나씩 소개된다. 그러나 <천둥>에서 아름다운 자연은 시각적으로 누릴 대상이 아니다. 영화는 엄숙한 종교와 결합한 폐쇄적인 사회가 어떻게 여성을 억압했는지 이야기한다. 한 소녀가 목숨을 끊는다. 수녀원에서 지내던 소녀의 동생 엘리자베스는 집으로부터 온 전갈을 듣는다. 이제 맏이가 된 그는 집안의 노동력에 도움을 줘야 한다. 돌아가기 싫은 소녀는, 자신...
뉴 커런츠
천야일야30년 전 실종된 남편을 기다리는 여자가 있다. 쇠락하는 어촌 마을에 살고 있는 중년 여성 도미코. 3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남편의 행방을 찾으며 혼자 살아간다. 그런 도미코 앞에 마찬가지로 2년 전 남편이 실종되었다는 여자 나미가 찾아온다. 나미는 실종된 남편을 ‘특별 실종자’ 명단에 올리고자 도미코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도미코는 나미의 남편을 찾는 일에 적극 나서지만 막상 서류 준비가 끝날 무렵 나미는 실...
와이드 앵글
철수에게 자유를1973년, 이철수는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에서 벌어진 어느 살인사건의 피의자로 긴급 체포되어 무기징역을 선고받는다. 아시아인의 얼굴을 구분하지 못한 백인 증인들의 엉터리 증언과 수사관들의 방기가 초래한 결과다. 이 사건에 의구심을 가진 한인 기자가 수사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기사를 쓰면서, 무고한 이민자 청년의 석방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난다. <철수에게 자유를>은 아시안 민권운동의 상징적인 인물이 된...
와이드 앵글
초토화작전우리는 이성이 싹트는 순간부터 한국전쟁에 대해 인식하게 되지만, 인식의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전쟁을 직접 체험한 이들과 책으로 전쟁을 접한 이들의 체감 정도는 다를 수밖에 없다. <초토화작전>은 양자의 차이를 무너뜨리는 폭발적인 다큐멘터리다. 이미영 감독은 보안 해제된 미군의 문서와 아카이브 영상들, 폭격에 가담한 이들과 민간인 피해자들의 증언을 기반으로, 3년간의 한국전쟁 동안 수많은 민간인 희생자를 낳은 ...
와이드 앵글
최여영의 해남 여행작가 지망생 여영이 글을 쓰기 위해 해남으로 여행을 떠난다. 아는 언니의 집에 기거하면서 산책하고 잡초를 뽑고 어울려 술을 마시는 더없이 평온한 나날이 이어지지만 글은 여전히 백지상태다. 전원생활의 느긋함과 예민한 자의식이 충돌하고 공존하는 독특한 무드의 여행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