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콘
먼바다까지 헤엄쳐 가기현대 중국영화의 거장 지아장커가 <상해전기> 이후 10년 만에 다큐멘터리로 돌아왔다. 중국 예술에 관한 다큐멘터리 3부작 중 세 번째 영화로, 회화를 다룬 <동>과 패션 디자인을 다룬 <무용>에 이어 이번에는 문학이다. 2019년 5월, 자신의 고향 샨시로 돌아간 지아장커는 중국의 저명한 작가들이 모이는 문학제에 참석한다. 그리고 연배가 다른 네 작가의 문학과 사적 경험을 경유해 1949년 이후 중국의 역사를...
플래시 포워드
멀리서 죽어가는 거북이의 기술<멀리서 죽어가는 거북이의 기술>은 오래된 한 커플과 거북이에 관한 이야기다. 이혼을 앞둔 부부는 공동 소유였던 물건을 하나씩 나눠 가진다. 마지막에 집에서 키우던 거북이 한 마리가 남는데, 서로 본인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새로운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페드로 코스타 감독에 관한 시적 다큐멘터리 <사카벵>으로 작년에 부산을 찾았던 줄리오 알베스 감독의 첫 극영화다. 감독은 간결한 샷들을 우아하게 배...
아시아영화의 창
명랑고딩한창때인 고등학생들은 가톨릭 고등학교에서 순수하고 정직하며 성적으로도 올곧게 자라라고 강요받는다. 하지만 위선적이게도 그들이 마주하게 될 현실은 사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시기를 보낸다. 공연 도중 생리적인 실수를 한 친구, 불량스러운 친구들과도 어울릴 수밖에 없는 상황, 자신의 남성성을 증명하고자 하는 소년 등 여러 크고 작은 사건 사고들을 흑백으로 촬영한 3만 장의 원본에 하나하나 부분적으로 색을...
아시아영화의 창
몽중인시나리오작가 렉트라는 한때는 가장 촉망받는 최고의 작가로 인정받으며 승승장구했었다. 언제든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자 점차 영화에 대한 재능과 애정 모두 사그라드는 듯하다. 베드신이 들어간 저예산 호러영화나 만드는 것이 더 윤택한 삶을 보장할 것 같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 여자친구인 여배우에게서 영감을 받아 불후의 명작을 남기고자 한다. 그녀를 통해 영혼이 없는 또 ...
갈라 프레젠테이션
미나리희망을 찾아 미국 이민을 선택한 어느 한국 가족의 삶을 그린 영화로 2020년 선댄스영화제 드라마틱 경쟁부문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을 받았다. 스티븐 연, 한예리, 윤여정 등 세 배우 뿐아니라 아역 배우까지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연기를 선보이며, 리 아이작 정 감독은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에 올랐던 데뷔작 <문유랑가보>(2007) 이후 오랜만에 화제의 인물이 됐다. 병아리 감별사로 10년을 일하다 자기 ...
아이콘
미나마타 만다라1940년대 초, 미나마타 사람들에게 이상한 신체적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사지에 경련이 일고 혀가 굳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는 사람들. 정부는 몸의 모든 감각체계가 무너진 이들을 가짜 환자 취급하다가 결국은 ‘정치적으로 해결’ 했다. <미나마타 만다라>는 그 정치적 해결에 반기를 드는 것으로 시작한다. 20여년에 걸친 법정 투쟁을 이어가는 90대 노인, 이 병을 규명하려는 의대 교수, 병의 표본으로...
와이드 앵글
미시마 vs. 전공투: 마지막 논쟁1969년 5월 13일, 천 명의 동경대 학생이 미시마 유키오를 기다리고 있다. 강당의 공기는 흥분과 긴장감으로 팽팽해져 티끌 같은 불씨 하나로도 폭발할 것만 같다. 동경대 급진파 운동권 학생들이 우익 민족주의 작가 미시마 유키오에게 보낸 초청장은 사실상 결투 신청이었다. 과격파 학생들의 암살 기도에 대비하여 미시마의 개인 군대가 강당에 잠입해 온 것을 당시 학생들은 몰랐다. 이른바 ‘정치의 계절’이었고, 미...
와이드 앵글
미싱타는 여자들: 전태일의 누이들1960년대 말에서 70년대 초 12살에서 16살의 소녀들이 평화시장에서 시다 일을 시작했다. 또래들이 학교를 다닐 때, 미싱을 돌리던 소녀들. 그들에겐 노동교실이 있었다. 전태일의 이름을 들었고, 근로기준법이라는 게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러다 1977년 9월 9일, “제2의 전태일은 여자다”를 외치며 노동교실을 폐쇄한 공권력에 맞서 싸우다 투옥되었다. 이제 중년이 된 소녀들이 그 시대를, 여성노동자의...
아시아영화의 창
바다의 시도시의 한 조각가가 자신의 소중한 작품들을 실은 컨테이너를 가지고 한적한 어촌 마을로 온다. 이곳은 기후변화로 인해 더욱 소득이 줄어들어 빚이 늘어가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가난한 어부들의 마을이다. 종교적으로도 매우 보수적이라 공개된 장소에서는 술을 먹거나 이성과 대화하는 것조차 삼가야 하는 곳이지만, 바다를 끼고 있는 아름다운 풍경은 그의 작품 활동에 새로운 영감이 된다. 하지만 물고기가 하나도 잡...
와이드 앵글
바람 어디서 부는지극영화 시나리오 작업 중인 윤정은 다큐멘터리 보충촬영 아르바이트 일을 맡아 강원도로 향한다. 윤정이 도착한 곳은 2019년 4월 대규모 산불로 삶의 터전이 무너져 내린 고성. 그곳에서 윤정은 현지인들을 인터뷰하고 참담한 화재 현장과 마주하게 된다. (강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