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의 오늘
사라진 시간시골마을에 부임한 교사 수혁(배수빈)과 이영(차수연) 부부는 환상의 커플이다. 부부에게는 남모를 비밀이 있지만, 그들의 극진한 사랑은 무엇에도 굴복하지 않을 듯하다. 그러나 비밀은 우연한 계기로 탄로 나며 삽시간에 마을 전체에 퍼지고, 부부는 갑작스러운 화재로 죽음을 맞는다. <사라진 시간>이 급격히 면모를 바꾸며 신기한 착란 속으로 이야기를 몰아가는 지점은 형사 형구(조진웅)가 등장하면서부터다. 마을 사람...
갈라 프레젠테이션
사랑 뒤의 사랑1920년대 홍콩. 전쟁의 소문을 피해 홍콩으로 왔던 웨이롱의 가족들은 다시 상해로 떠나고, 홍콩에 홀로 남아서라도 학업을 계속 하고 싶었던 웨이롱은 아버지와 의절한 부자 고모 리앙을 찾아간다. 홍콩 사교계의 여왕으로 살면서 화려한 남성편력을 자랑하는 리앙은 순진하고 세상 모르는 웨이롱을 받아들여 그의 삶을 지배하고자 한다. 웨이롱은 리앙의 애인 중 하나인 바람둥이 조지를 만나면서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
플래시 포워드
사랑의 유효기간동화 속 공주님과 왕자님은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결말을 맺지만, 현실의 연애는 최초의 뜨거운 열정이 식고 콩깍지가 사라졌을 때 어떻게 될까? <사랑의 유효기간>은 촉망받는 변호사 테스와 화가 헨리가 전시회에서 처음 만나 2년간 연애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들이 가슴 떨리는 기대감을 안고 처음 데이트하는 순간, 사랑이 피어나는 순간, 의견 차이로 다투는 순간, 서로에게 지쳐 포기하고 싶어지는 순...
아시아영화의 창
사로잡히다이 영화는 감옥에서 막 석방되어 남편과 아이를 찾아가는 바산티와 전과자인 찬두의 로드무비이다. 적대자에서 동반자로, 동반자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두 사람의 관계는 전형적인 것 같지만 주변부 인생을 살아온 두 사람의 사연이 하나씩 펼쳐지면서 만만치 않은 정서적 울림을 준다. 바산티가 아들을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정착할 수 없었던 시골과는 달리, 두 사람이 탈주와 도주를 거듭했던 대도시는 폭력에 물들고 범죄가 지배...
와이드 앵글
사상<사상>은 <밀양 아리랑>(2013), <깨어난 침묵>(2016), <소성리>(2018) 의 감독 박배일이 9년의 시간을 들인 프로젝트다. 말하자면 여러 편의 영화가 완성될 동안, <사상>은 내내 ‘작업 중’이었다. 노동과 시위 현장에 익숙한 박배일 감독에게 <사상>은 그 연장선의 작품이지만, 여기에는 전에 없던 사적인 시선이 스며있다. <사상>은 노동자에 관한 영화이며 자신의 거처에서 밀려나간 가난한 이들에...
아시아영화의 창
사탄은 없다사형제도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결국 이를 집행하는 사람, 즉 다른 사람의 목숨을 끊는 일을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영화는 네 명의 남자의 사연을 들여다보면서 그들 스스로와 그들의 관계, 그리고 그들의 모든 삶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결정에 대해 고찰한다. 영화는 내적 갈등을 겪는 인물들을 영화적으로 시각화하고 있으며, 때때로 보기 불편한 강렬한 장면들이 인상적으로 삽입된다. 모함마드 라술로프 감독은 2010년 자파...
아시아영화의 창
사탕수수의 맛사구나는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대학을 중퇴하고 가족들과 함께 사탕수수 밭으로 간다. 매년 10월부터 3월까지 수십만 명이 사탕수수 밭에서 일당을 받으며 가족 단위로 일을 하는데, 화장실이 없기 때문에 월경 중인 여성들은 하루, 이틀 일을 쉬어야 한다. 일을 쉬면 벌금을 내야하므로, 한 푼이 아쉬운 사탕수수 밭의 여성들은 자궁 적출을 택한다. 사구나 역시, 병든 아버지와 철없는 남동생에게 가족의 생계를 맡길...
와이드 앵글
생존의 기술미나 케샤바르츠 감독은 최근에 할머니의 죽음에 관한 가족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 할머니는 유아결혼의 희생자로 일곱 명의 아이를 낳고 여덟 번째 임신 중에 서른 다섯 살의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딸과 아내를 가부장의 재산으로 간주하는 이란법에 따르면 여성에 대한 가정폭력이란 성립불가능한 개념이다. 미나는 할머니의 자살을 ‘모든 불의에 대한 복수’로 간주한다. 그리고 성평등권과 가정 폭력 법제화에 팔을 걷...
와이드 앵글
성경캠프이제 막 사춘기가 시작된 소년 J.C.는 성경캠프에 참가한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그는 끊임없이 떠오르는 성적인 환상과 사회적으로 주어진 역할 사이에서 당황한다. (박성호)
아시아영화의 창
성스러운 물젊은 연인인 로나와 하메드는 더 나은 삶을 위해 아프가니스탄을 떠나 유럽으로 망명하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불법으로 이란까지 버스로 도착한다. 이미 테헤란에 와있는 또 다른 아프간 친구의 거처에 머물면서 터키로 이동할 준비까지 마친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터키에서 유럽으로 건너가 난민으로 인정받으려면 그들이 납득할만한 사유가 필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결국 이슬람에서 가톨릭으로 개종하려고 하지만 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