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시네마
수베니어: 파트 II불투명하기만 했던 앤소니와의 관계에서 헤어나지 못한 줄리는 그를 잊기 위해 다시 학교 프로젝트에 매진하기 시작한다. 자신이 경험했던 앤소니와의 과거를 토대로 영화를 만들기 시작하지만, 그 둘의 범상치 않았던 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스텝과 배우들 때문에 난항을 겪기 시작한다. 전작 <수베니어: 파트 I>이 앤소니와 줄리와의 관계에 포커스를 맞췄다면, 후속작인 <수베니어: 파트 II>에선 줄리의 험난한 제작과정에...
특별기획 프로그램
수자쿠<수자쿠>는 외딴 목재 생산 마을에서 서서히 진행되는 가족의 해체와 삶의 소멸에 대한 애가이다. 작은 산골 마을에 경제 불황이 닥치자 많은 이들이 떠나고, 이 지역을 도시와 연결하는 기차 터널 건설도 중단된다. 오가는 사람들의 대화가 있던 시절에서 시작하는 영화는 15년이 지난 뒤 점점 저물어가는 마을의 일상을 그려낸다. 사람들이 떠나가고 남아있는 이들 역시 이곳에서의 시간이 언젠가 저물 것이라는 걸 짐작한다...
아시아영화의 창
수흐라의 아들들2차 세계대전 무렵 공산주의 치하 집단농장의 삶은 어떤 것일까? <수흐라의 아들들>은 작은 마을에서 벌어진 역사적 비극을 담은 영화다. 마을 집단 농장의 책임자는 견제받지 않는 권력자이다. 마을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식량은 그의 재량에 달렸고, 가난한 마을 사람들은 그의 눈치를 본다. 그의 권력은 성폭력으로 이어진다. 어디에 하소연할 곳 없는 피해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권력자의 추파를 견뎌야 했...
월드 시네마
스몰 바디1990년 이탈리아의 섬마을에 사는 젊은 여성 아가타는 사산아를 낳는다. 영원히 림보를 떠돌아야 하는 아이의 비극적 운명을 받아들일 수 없는 아가타는 죽은 아기의 영혼을 구원해준다는 북쪽 산속의 신비한 성소를 찾아 홀로 길을 나선다. 아기가 묻힌 작은 나무 관을 둘러멘 아가타의 여정에 소년의 모습을 한 린스가 길잡이로 끼어든다. 의심과 경계로 시작한 두 사람의 동행은 생사의 위기를 함께 넘는 관계로 발전한다....
한국영화의 오늘
승리호상반기 한국영화 최고 화제작 중 하나. 조성희 감독은 SF 장르의 공식을 일부 도입하되 자신만의 판타지를 완성해 냈고 그만의 고유한 세계를 다시 한번 조성했다. 예컨대 SF 영화의 중핵이 되는 상실감이 이 영화의 중추를 이루고는 있지만, 보통 예상하는 부유함과 고립감은 온데간데없다. 대신 일에 한해서는 전문가들이지만 어딘가 나사 하나씩 풀린 인물들이 또 하나의 지역구와 같은 우주에 대거 등장해 제대로 놀고 있...
아시아영화의 창
시간의 세례한 여성의 희생을 현대사에 덧씌워 풀어낸 짜끄라완 닌탐롱 감독의 <시간의 세례>는 ′맴′이라는 여성의 젊은 시절과 노년의 모습을 번갈아가며 보여준다. 1960년대 젊은 날의 맴은 두 남자로부터 구애를 받는 매력적인 아가씨였다. 결국 냉혈하고 야심찬 군 장교와 결혼하게 되는 그녀. 그러나 시간이 흐른 지금 서슬 퍼렇던 남편은 온종일 침상에 누워 누군가의 간호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본인도 늙고 많은...
뉴 커런츠
시간의 집6월 21일 오전 6시. 전 세계를 뒤덮은 코로나의 "최전선"에서 진료를 하던 의사가 아침 조깅 중 온몸을 방호복으로 감싼 한 여인을 만난다. 집에 환자가 있다는 여인의 간청을 외면한 채 돌아가던 의사는 뒤통수를 가격당해 쓰러지고, 정신을 차려 보니 서로를 '마모니'라고 부르는 세 여성이 사는 집에 갇혀 있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인물이 같은 행동과 대사를 반복하는 이곳은 시간과 공간의 늪이다....
와이드 앵글
시인들의 창누군가의 말대로, 작가가 주인공인 영화가 만들어지지 못하는 이유는 거기에 볼 만한 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책상에 덩그러니 앉아 그저 손가락을 움직일 뿐인데 그렇게 밤을 새우는 일을 누가 지켜보겠는가. <시인들의 창>은 그런 작업 과정을 인위적인 무엇도 더하지 않은 담백한 시선으로, 그러나 무언가 흥미진진한 볼거리로 전환시킨다. 우리는 작가의 작업을 보지만 그가 지금 무얼 쓰고 있는지 어떤 위기에 봉착했는...
아시아영화의 창
시험샤우캇 아민 코르키는 <킥 오프>(2009)로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상을 받은 쿠르드 출신 감독이다. <돌에 새긴 기억>(2014) 이후 오랜만에 연출한 신작 <시험>은 카를로비바리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던 작품이다. 보수적 남편과 결혼해 만족스럽지 못한 삶을 사는 여자가 있다. 여동생만은 자신처럼 불행한 결혼을 하지 않기를 바라기에, 그녀가 꼭 대학에 진학하기를 희망한다. ...
아이콘
신의 손페데리코 펠리니의 <아마코드>(1973)를 반추하게 만드는 파올로 소렌티노의 신작 <신의 손>은 그의 전작들과 확연하게 다르다. 축구의 전설 마라도나가 SSC 나폴리단으로 이적할 것이라는 풍문으로 도시 전체는 예수의 강림이라도 기다리는 듯 술렁댄다. 첫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는 파비에토는 평범한 집안의 둘째로, 내성적이고 감수성이 예민한 소년인 동시에 또래들처럼 축구광이기도 하다. 하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