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의 오늘
요정기적은 평범한 얼굴을 한 채 당신의 문을 두드리는 법이다. 카페 사장 호철(김주헌)은 근처 또 다른 카페 사장 영란(류현경)과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 살림을 합치려 하지만, 남은 계약 기간 때문에 당분간 따로 가게를 운영하게 된다. 어느 날 두 사람은 함께 차를 타고 가다 작은 교통사고를 내게 되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미묘하고도 신기한 기적을 접하게 된다. <요정>은 선물처럼 찾아온 소박한 행운을 ...
와이드 앵글
우리는 서로 사랑해야 한다강을 끼고 있는 마을에 하나뿐인 학교가 폐교를 앞두고 있다. 1년 전 중학생 산하의 친구가 그 강에 몸을 던졌다. 지금, 소설가인 산하의 엄마는 딸의 이름으로 무섭고도 슬픈 이야기를 지어내고 있다. 탄탄한 연출력으로 포착된 십대 소녀의 여리고 깊은 감정의 풍경. (강소원)
한국영화의 오늘
우수운영하던 사진관을 정리하려는 남자(윤제문)는 어느 날 철수가 죽었다는 연락을 받는다. 그는 철수의 장례식에 함께 갈 사람을 찾기 위해 지인들을 만나고 다닌다. <우수>는 우울에 잠긴 한 남자의 심상을 화면 위에 인화한 영화다. 철수가 누구인진 중요치 않다. 남자의 행보는 얼핏 자신의 과거를 더듬는 작업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영화는 이를 명확히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정제된 화면을 통해 추상적인 감정을 조각한다....
갈라 프레젠테이션
우연과 상상하마구치 류스케는 <우연과 상상>을 만든 계기로 에릭 로메르의 영향을 언급한 적 있다. 장편영화를 만드는 준비가 되는 동시에 보다 실험적인 아이디어를 실현할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단편영화가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주제적으로도 로메르 영화가 자주 다뤘던 ′우연′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는 것이다. <우연과 상상>은 이처럼 우연에 관한 세 가지 단편이 모인 영화다. 각각은 이야기로는 전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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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세컨드고비 사막의 모래바람을 가르며, 한 남자가 마을을 가로질러 극장 앞에 당도한다. 애타게 <뉴스릴 제22호>를 보려는 그의 앞에 필름 캔을 도둑질하려는 더벅머리 소녀가 나타난다. 사연을 가진 두 사람 사이에 격투가 벌어지고, 영화 상영을 앞둔 마을은 축제 분위기로 한창이다. 장이모우의 <원 세컨드>는 문화대혁명 시기 간쑤성을 배경으로 한다. 마을 전체가 극장이 되어 간이 스크린에 비치는 모든 것이 영화가 되는 ...
아시아영화의 창
유니유독 보라색을 좋아하는 고3 유니는 대학입시를 준비하고 있다. 시골 어느 집이나 그렇듯 넉넉지 않은 집안 살림에 원하는 공부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장학금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마음에 드는 보라색 물건이 있으면 도둑질도 서슴지 않는 그녀는, 유일하게 어려워하는 과목인 문학 성적을 올리기 위해 자신을 짝사랑하는 친구에게 시쓰기 숙제를 부탁하기도 한다. 얼굴도 예쁘장하고 성적도 곧잘 나오는 유니를 눈여겨보는 남자들...
특별기획 프로그램
융안 마을 이야기웨이슈준의 세 번째 장편 <융안 마을 이야기>는 영화와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에 관한 세 편의 이야기 묶음이다. 에피소드마다 서사의 중심인물은 다르지만 각 에피소드는 긴히 이어진다. 첫 번째 이야기에는 범속의 여인이 있다. 영화 촬영 차 마을을 찾은 영화인들을 보며 그녀는 영화가 뭘까 궁금해진다. 영화와 가장 멀리 떨어져 살아온 인물이 영화 한가운데로 들어온다. 두 번째 이야기 속 유명 배우 천천은 ...
월드 시네마
인트레갈드NGO 단체의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는 세 친구는 식량을 가득 싣고 험준한 트란실바니아 산기슭을 오르던 중 차가 도랑에 빠지면서 추운 겨울 밤을 캄캄한 산속에서 보내게 된다. 산에서 만난 노인은 제 정신이 아닌 것 같고, 견인을 도와주겠다며 손을 내민 로마니 부자는 험악한 기운을 풍기고, 어렵게 핸드폰 시그널을 잡아 구조 요청하자 공무원들은 날이 밝아야 산에 오를 수 있다며 손사래를 친다. 마치 공포 영화를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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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트로덕션1부에서 영호(신석호)는 무언가 중요한 일로 아버지의 한의원을 찾지만, 둘은 에피소드가 끝날 때까지 제대로 마주하지 못한다. 2부에서 주원(박미소)은 유학을 위해 엄마와 독일에 막 도착했는데, 남자친구인 영호가 자신을 따라 독일에 왔다는 연락을 받는다. 3부에서 영호는 바닷가에서 엄마와 나이 든 연극배우가 식사하는 자리에 친구를 데리고 동석한다. <인트로덕션>을 이루는 세 에피소드는 별다른 연결고리 없이 나열...
월드 시네마
일 부코<네 번>(2010)을 통해 안과 밖, 현실과 허구,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허물었던 미켈란젤로 프라마르티노 감독이 10년 만에 선보이는 <일 부코>는 하나의 시적 모험이다. 1960년대 초반 이탈리아 북부에 유럽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건설되고 있을 무렵, 남부 칼라브리아 내륙에서는 한 동굴학자 그룹의 동굴 탐험이 시작됐다. <일 부코>는 700미터가 넘는 깊이의 비푸르토 동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