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의 오늘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밑바닥에서 정상까지, 파란만장한 삶이 여기 있다. IMF로 망해버린 국희(송중기)의 가족은 도망치듯 한국을 떠나 남미 콜롬비아 보고타에 도착한다. 잠시 머물렀다 떠날 거라 생각했지만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강도에게 전 재산을 빼앗겨 버린 국희 가족은 어쩔 수 없이 보고타에 정착한다. 19살 국희는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일념으로 닥치는 대로 일하지만 발버둥 칠수록 점점 헤어 나올 수 없는 수렁에 깊숙이 발을 디딘다...
갈라 프레젠테이션
보르도에 수감된 여인파트리샤 마쥐이는 예측할 수 없는 감독이다. 그의 필모그래피는 스릴러에서 코미디로, 코미디에서 서부극으로 종횡무진한다. 소셜 드라마이자 코미디 <보르도에 수감된 여인>에서 감독은 곧 운명이 얽히게 될 두 여인의 초상을 유려 하게 그린다. 부르주아 계급의 알마(이자벨 위페르)와 노동자 계급 출신의 젊은 엄마 미나(아프시아 에르지)는 각자의 남편이 구금된 감옥의 면회 대기실에서 처음 만난다. 유명한 의사인 알마의...
한국영화의 오늘
보통의 가족허진호 감독의 <보통의 가족>은 네덜란드 작가 헤르만 코흐의 베스트셀러 『디너』를 원작으로 한다. 여기 두 쌍의 부부가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 성공지상주의자 변호사 재완(설경구)과 원리원칙주의자 소아과 의사 재규(장동건)는 형제다. 재완의 아내 지수(수현)와 재규의 아내 연경(김희애)까지 네 사람은 아이들의 범죄 현장이 담긴 CCTV를 보며 고민에 빠진다. 우아해 보였던 식사 자리는 상황이 진행될수록 불편한 ...
와이드 앵글
보통의 아이성년의 문턱에 선 요하나는 고향과 가족을 떠나 대학에 진학할 계획이다. 그녀의 가족은 수년간 ‘특별한 아이’인 요하나의 동생에게만 신경을 기울이며 살아왔다. 과연 요하나는 죄책감과 책임감을 떨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보통의 아이>는 감독 마리 막달레나 코초바의 1인칭 스토리를 3인칭 시점으로 풀어냈음이 분명하다. 주인공 요하나가 어른이 되어가는 모습을 기록하는 과정에서 감독의 개인적인 경험에서만 우러...
한국영화의 오늘
봄밤<푸른 강은 흘러라>(2008)로 주목받았던 강미자 감독이 수년 만에 내놓은 두 번째 장편. 권여선 작가의 단편 소설집 『안녕 주정뱅이』에 실린 동명의 단편이 원작이고, 중증의 알코올 중독자 영경과 심각한 류머티즘 환자 수환의 지고지순 하면서도 불행한 사랑 이야기인데, 영화는 소설을 원작으로 삼되 만들어지기로는 시로 완성되었다. 서사적 맥락과 설명은 거의 제외되었고 심지어 초현실적으로까지 보이는 투박하고 강력...
아시아영화의 창
부서진 마음의 땅광고회사에 취업한 27살 청년 카이는 새출발을 하겠다며 머리카락을 파랗게 물들이고 집을 나선다. 카이가 태어나던 날부터 카메라와 조명을 들고 따라다니던 외계인들이 어김없이 따라나섰다. 카이의 일상이 지루하다며 그들이 불평할 즈음, 카이와 집을 공유하는 여성 리샤오러가 등장한다. ‘사랑의 풍선’을 날려가며 애를 태우는 외계인들의 뜻대로 카이는 리샤오러와 행복할 수 있을까. <부서진 마음의 땅>은 데뷔작 <열대왕...
와이드 앵글
불꽃의 기억군 생활을 의무 소방관으로 복무했던 류형석 감독이 소방관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인 이들의 호출에 응답하는 현세의 슈퍼히어로들. <불꽃의 기억>의 히어로는 ‘양산소방서와 울산소방본부’의 소방관들이다. 영화는 보이스오버 내레이션이나 인터뷰 샷 없이 그들의 일과 일상뿐 아니라 내면의 어둠과 열망, 이 직업에 내재된 고단한 숙명까지 능히 감지한다. 여기서 카메라는 단순히 대상을 찍는 수...
아시아영화의 창
블랙 독2008 베이징 올림픽을 앞둔 중국 북부의 작은 도시, 살인죄로 형을 살고 막 출소한 랑에게 고향은 낯설고 위험한 곳이다. 재개발지구로 지정되어 마을은 텅 비어가고 주민들이 떠나면서 버리고 간 유기견들이 활개를 치며 돌아다닐 뿐 아니라 사람들을 공격하기까지 한다. 포상금이 걸린 검은 개와 악연으로 만난 랑은 지인의 호의로 유기견 순찰대에 들어가 개들을 쫓게 된다. 동시에 그는 뱀농장을 소유한 마을 사업가 후에...
와이드 앵글
블랙 박스 다이어리일본 여성들의 삶을 영원히 바꾸었다는 평가를 받는 일본 미투 운동의 상징, 이토 시오리 기자가 약 5년여 간의 자신의 법정 투쟁을 직접 담은 다큐멘터리다. 이토 시오리는 2015년 전 아베 총리의 전기를 쓴 작가이자 유명 방송언론인 야마구치 노리유키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사건 직후 경찰에 신고하지만 2년이 다 되도록 제대로 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자, 2017년 일본인 최초로 자신이 성폭행 피해자임을 대중 앞...
와이드 앵글
블루 보이남들과 다름을 느끼는 소년 키란은 엄마의 화장품을 몰래 쓰다가 들킨다. 부모님 들은 그의 특별함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지만 소년의 정체성과 사랑은 드러날 수밖에 없다. (박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