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회고전
만다라<만다라>는 임권택 감독과 정일성 촬영감독의 협업 결과물 중에서도 가장 특별한 것으로 자주 손꼽힌다. 특히 정일성 촬영감독은 자신의 필모그래피에서 언제나 <만다라>를 첫 번째 자리에 넣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두 거장이 빚어낸 작품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위대했지만, <만다라>의 국제적 위상이 치솟으며 마침내 이들 영화 세계가 지닌 위대함의 전모가 국제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불가의 수행자들이 겪게 되는 번뇌와 ...
한국영화회고전
만추살인죄로 복역 중인 혜림(김혜자)은 특별 휴가를 받아 어머니 산소로 가기 위해 강릉 행 기차에 오른다.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민기(정동환)는 혜림의 마음을 두드리고 둘은 짧지만 강렬한 사랑을 나눈다. 말 없는 혜림을 대신해 혜림의 심상을 짐작하게 하는 건 혜림의 얼굴 클로즈업 숏들이다. 또한 지형지물을 이용해 인물 얼굴의 극히 일부분만 보여주거나 신체의 작은 제스처를 주목하는 장면은 열 마디 말보다 더 강렬하...
개폐막작
말도둑들. 시간의 길가족을 지극히 사랑하는 남자는 어느 날 아침, 마을 사람들과 함께 말을 팔기 위해 읍내의 장터로 간다. 함께 가겠다는 10살 남짓한 아들과 아직도 깊은 잠에 빠져 있는 두 딸을 남겨 두고 아내와 애틋한 눈빛을 교환하며 장터로 갔던 남자는 아이들에게 선물할 새끼 고양이를 품에 안은 채 말도둑들에게 살해당한다. 마을 사람들이 함께 모여 남자의 장례식을 치르고 여자는 아이들과 함께 친정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그...
와이드 앵글
말레이시아를 위하여천문학적인 규모의 돈 세탁으로 전 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말레이시아 정부에 넌더리가 난 국민들이 2018년 총선을 단단히 벼른다. 그렇게 새로운 국가를 이끌 정치적 리더로 전 총리 마하티르 모하마드가 떠오르고, 말레이시아 국민들 사이에 개혁의 열망이 끓어오른다. <말레이시아를 위하여>는 세계 최고령 총리로 당선된 92세의 마하티르 전 총리의 총선 캠페인을 찍은 정치 다큐멘터리다. 디안 리와 함께 이 영...
와이드 앵글
말할 수 없는현재 프랑스에 거주하고 있는 기욤 수온 감독의 어머니는 어린 시절의 경험에 대해 말하는 것을 늘 꺼려왔다. 어머니는 ‘킬링 필드’라 불리는 캄보디아 대량 학살의 생존자다. 어머니의 침묵에 당황한 기욤은 아르메니아 대량 학살 생존자의 자손인 사진작가 안투앙의 작업을 따라가기로 한다. 중동의 학살 현장에서 선조들의 유령을 찍는 안투앙의 방식대로 캄보디아에서 과거의 흔적을 발견해보려는 것이다. <말할 수 없는>은 ...
플래시 포워드
망자의 계곡 어부 호세는 밤새 낚시를 마치고 정글 깊숙이 자리한 집으로 돌아온다. 그를 맞은 것은 넋이 나간 딸과, 사라진 두 아들. 용병 부대가 참혹하게 아들을 살해하고 강물에 시체를 버린 것이다. 늙은 아비는 두 아들의 영혼이 구천을 떠돌지 않도록, 제대로 장례를 치러주고자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외로운 여행을 떠난다.
예기치 못한 여정에서 그는 무수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일부는 그의 불행을 동정하지만, 대...
아이콘
머스트 비 헤븐 “내 전작들에서 나는 팔레스타인을 세상의 축소판처럼 보이도록 의도했었다. <머스트 비 헤븐>에서는 세상을 팔레스타인의 축소판처럼 보이도록 시도했다”. 엘리아 술레이만 감독
엘리아 술레이만 감독이 10년 만에 발표한 장편이다.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버스터 키튼의 연기를 연상케하는, 극중의 엘리아 술레이만 감독은 어디에서 왔느냐는 택시기사의 질문에 “나자렛에서 온, 팔레스타인 사람” 이라고 짧...
부산 클래식
면로1996년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부문에 선정됐던 싱가포르의 대표 감독 에릭 쿠의 데뷔작으로 지금 봐도 충격적인 이야기다. 1990년대 중반 싱가포르의 홍등가가 배경인 영화로 주인공은 국수를 파는 남자이다. 홍등가의 여자들과 그녀들을 관리하는 깡패들이 주로 드나드는 국수집에서 남자는 존재감없이 식당을 지키고 있다. 몸을 파는 여자들 가운데 한 명인 버니는 어느 날 사고를 당해 가게 앞에 쓰러진다. 남...
플래시 포워드
모국“한 소녀가 숲 속을 헤매며 집으로 가는 길을 찾고 있었다. 그러다 마녀를 만났지” 어머니가 들려주는 옛 동화의 내레이션은 <모국>의 어떤 이야기인지를 암시한다. 1992년 옛 소련이 무너지고 어머니는 아들과 함께 리투아니아의 고향 집으로 돌아간다. 소비에트 정부에서 뺏어간 집을 돌려받겠다며 동분서주한다. 어머니는 집을 찾을 수 있을까? 아들의 눈에도, 관객의 눈에도 어머니의 소망을 쉽게 이뤄질 것 같지 않다...
월드 시네마
모성10대 미혼모 루와 파티는 아이들과 함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수녀원의 보호소에서 기거한다. 어느 날, 종신서원을 코앞에 둔 파올라가 수녀원에 합류하고 보호소 아이들도 그녀를 엄마처럼 따르게 된다. 어느 날 루가 자신의 딸 니나를 버리고 남자친구를 찾아 떠나자 파올라가 니나를 맡게 되고, 둘은 친 모녀처럼 가까워진다. 다큐멘터리를 여러 편 연출한 감독의 픽션 데뷔작으로, ‘모성’이라는 어려운 주제를 절제미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