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시네마
리슨벨라는 포르투갈 출신의 극빈층 이민자로 남편과 함께 런던 교외에서 삼남매를 키우며 살고 있다. 실직과 가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어느 날 청각장애아 딸의 학교에서 빚어진 오해로 양육권을 박탈당할 위기에 처하게 된다. 어린 자녀들이 보는 앞에서 부모들은 범죄자처럼 억류되고, 짧은 접견 시간 동안 모국어 사용은 금지되고, 사회복지사는 아이들의 입양을 서두른다. <리슨>은 한 가족이 함께하기 위해 사회감시망에...
플래시 포워드
마깔루조 다섯 자매<마깔루조 다섯 자매>는 다섯 자매의 이야기다. 어린 시절 물놀이를 간 자매들은 자신들의 삶을 뒤흔드는 비극적인 사건과 마주하는데, 영화의 시간은 그로부터 몇 십년 뒤 이들이 중년이 되는 시기로 갑작스레 이동한다. 그날 이후 응어리진 마음과 오해로 인해 서로를 오랫동안 원망하던 이들은 자매들이 모두 노년이 된 어느 날, 누군가의 부고 소식을 듣고 한 자리에 모인다. <마깔루조 다섯 자매>는 시간이 우리를 어디...
아시아영화의 창
마토의 자전거푸른 들녘이 펼쳐진 외진 시골 마을. 마토는 아내와 어린 두 딸의 생계를 책임지며 매일같이 멀리 도시까지 나가서 공사장에서 잡부로 일을 한다. 이런 그에게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은 20년을 타면서 고철이나 다름없어진 자전거. 하지만 어느날 자전거가 더이상 못쓸정도로 크게 망가지는 사고가 생긴다. 누군가에겐 별볼일 없는 사건사고일 수도 있지만 그의 형편에는 회복불가능할 정도의 커다란 상처를 남긴다. 과연 마토는 ...
한국영화의 오늘
매미소리다큐멘터리 <워낭소리>(2009)를 연출했던 이충렬 감독의 재기작이자 극영화 데뷔작. 진도 지방의 전통적인 장례 민속놀이 다시래기의 명인과 그의 딸과 손녀에 관한 이야기. 딸은 오랫동안 집을 떠났다가 빚더미에 쫓겨 고향으로 돌아오는 신세가 되었는데, 여전히 아버지와는 불편한 관계다. 아버지에게는 그의 혼이 담긴 다시래기 뿐이고 아버지의 외면 속에 죽어간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딸에게 여전히 상처와 병으로 남아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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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바다까지 헤엄쳐 가기현대 중국영화의 거장 지아장커가 <상해전기> 이후 10년 만에 다큐멘터리로 돌아왔다. 중국 예술에 관한 다큐멘터리 3부작 중 세 번째 영화로, 회화를 다룬 <동>과 패션 디자인을 다룬 <무용>에 이어 이번에는 문학이다. 2019년 5월, 자신의 고향 샨시로 돌아간 지아장커는 중국의 저명한 작가들이 모이는 문학제에 참석한다. 그리고 연배가 다른 네 작가의 문학과 사적 경험을 경유해 1949년 이후 중국의 역사를...
플래시 포워드
멀리서 죽어가는 거북이의 기술<멀리서 죽어가는 거북이의 기술>은 오래된 한 커플과 거북이에 관한 이야기다. 이혼을 앞둔 부부는 공동 소유였던 물건을 하나씩 나눠 가진다. 마지막에 집에서 키우던 거북이 한 마리가 남는데, 서로 본인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새로운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페드로 코스타 감독에 관한 시적 다큐멘터리 <사카벵>으로 작년에 부산을 찾았던 줄리오 알베스 감독의 첫 극영화다. 감독은 간결한 샷들을 우아하게 배...
아시아영화의 창
명랑고딩한창때인 고등학생들은 가톨릭 고등학교에서 순수하고 정직하며 성적으로도 올곧게 자라라고 강요받는다. 하지만 위선적이게도 그들이 마주하게 될 현실은 사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시기를 보낸다. 공연 도중 생리적인 실수를 한 친구, 불량스러운 친구들과도 어울릴 수밖에 없는 상황, 자신의 남성성을 증명하고자 하는 소년 등 여러 크고 작은 사건 사고들을 흑백으로 촬영한 3만 장의 원본에 하나하나 부분적으로 색을...
아시아영화의 창
몽중인시나리오작가 렉트라는 한때는 가장 촉망받는 최고의 작가로 인정받으며 승승장구했었다. 언제든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자 점차 영화에 대한 재능과 애정 모두 사그라드는 듯하다. 베드신이 들어간 저예산 호러영화나 만드는 것이 더 윤택한 삶을 보장할 것 같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 여자친구인 여배우에게서 영감을 받아 불후의 명작을 남기고자 한다. 그녀를 통해 영혼이 없는 또 ...
갈라 프레젠테이션
미나리희망을 찾아 미국 이민을 선택한 어느 한국 가족의 삶을 그린 영화로 2020년 선댄스영화제 드라마틱 경쟁부문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을 받았다. 스티븐 연, 한예리, 윤여정 등 세 배우 뿐아니라 아역 배우까지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연기를 선보이며, 리 아이작 정 감독은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에 올랐던 데뷔작 <문유랑가보>(2007) 이후 오랜만에 화제의 인물이 됐다. 병아리 감별사로 10년을 일하다 자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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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마타 만다라1940년대 초, 미나마타 사람들에게 이상한 신체적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사지에 경련이 일고 혀가 굳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는 사람들. 정부는 몸의 모든 감각체계가 무너진 이들을 가짜 환자 취급하다가 결국은 ‘정치적으로 해결’ 했다. <미나마타 만다라>는 그 정치적 해결에 반기를 드는 것으로 시작한다. 20여년에 걸친 법정 투쟁을 이어가는 90대 노인, 이 병을 규명하려는 의대 교수, 병의 표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