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004 PPP</b> 2002년 부산영화제에 상영됐던 다큐멘터리 [포로, 기다림]의 감독, 모함마드 아흐마디가모흐센 마흐말바프의 시나리오로 장편 데뷔작을 완성했다. 순진한 25살 청년이 청소부가 되면서 버려진 쓰레기를 통해 사회를 알아나간다는 성장통 같은 영화. 청년이 맞닥트린 사회는 절망만이 감지된다. 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거부하고 소라고 자신을 규정하는 유명한 시인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애인이 피살되고 정신적, 경제적 어려움에 빠져있는 여자는 오빠에게 가기 위해 비자를 받으려고 하지만 오빠도 비자허가도 연락이 없다. 그녀에게 사랑을 느끼고 희망이 되어주려 하지만 그의 의도는 음모론으로 비춰질 뿐이다. 자체가 하나의 시로 생각될 만큼 정제된 시적 영상과 상징으로 가득한 영화는 유머와 진지함을 동시에 구사한다. 여기에 [루나파파]의 음악을 맡았던 타지키스탄의 작곡가, 달레르 나자로프의 음악이 더해져서 슬픔의 정조는 화면을 흐른다. 희망 없는 사회에 대한 아름다운 비판을 하고 있는 감독의 시선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시인이 죽어버린 사회는 청소부가 더 필요할지도 모르고 감독이 버리고 싶었던 것은 어쩌면 사회 그 자체일지도 모르겠다. 손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