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보스니아 내전이 끝나고 데이튼 평화 협정이 발효된 1996년 보스니아를 방문했다. 보스니아는 서로 적으로서 대치하던 세르비아계와 무슬림계로 분단되었다. 2년 후 나는 보스니아를 다시 방문했다. 눈으로 뒤덮인 보스니아는 회교 사원에서 들려오는 기도소리에만 잠시 깨지는 침묵으로 뒤덮여 있었다. 보스니아를 처음 찾았을 때 나의 기억에 깊이 박혀 있던 이미지는 그 곳을 다시 찾았을 때에도 느낄 수 있었던 그 긴급한 분위기였으며 당시에는 말들보다는 군중의 커다란 웅성거림이 더 기억에 남아 있었다. 다시 그 곳을 찾았을 때 보스니아의 그 고요함과 처음 보스니아를 방문했을 때의 그 혼란스러운 웅성거림을 뚫고 지나가기 힘들었다. 하지만 매일 매일 촬영을 하면서 녹음했던 나의 음성은 보스니아에서 적어 내려갔던 나의 일기의 내용을 읊조리고 있었다. 그 이유는 아주 단순했다: 나는 이방인이었다. 나는 이곳에서 일어난 일들을 몸으로 겪지 않았다. 이 영화는 이 두번의 여행에 대한 기록이며, 전쟁, 죽음, 파괴, 그리고 어떻게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힘겹게 투쟁하는 희생자들에 대한 기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