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역사에서 정조는 특별한 위치에 있던 왕이다. 후일 왕권을 강화하고 여러 좋은 정책을 써서 유명해졌으나 즉위할 당시 정조의 자리는 불안했다. 아버지가 신하들의 모함으로 죽임을 당한 터라 정조가 왕이 되어 복수를 할까 두려워한 자들은 암살 시도까지 했다. <역린>은 정조 즉위 1년, 일어난 암살사건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만든 영화다. 정조를 껄끄럽게 여기는 인물들은 다양하다. 정조의 할머니 정순왕후는 왕 위에 군림하고자 음모를 꾸미고 정조의 반대파들은 비밀리에 만든 암살단을 동원한다. 영화는 정조 암살사건이 벌어진 날의 24시간을 다각도에서 보여준다. 암살 음모가 진행되는 동안 정조의 오른팔인 상책의 정체가 드러나고 정조의 어머니가 궁지에 몰린다. 시시각각 조여오는 긴장감을 쌓아가는 것이다.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 등 TV드라마로 널리 알려진 이재규 감독의 첫 장편영화로 배우 현빈이 제대를 한 뒤 내놓은 첫 출연작이기도 하다. (남동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