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해에 위치한 울퉁불퉁한 바람받이의 바위섬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탁월한 촬영 기술이 돋보이는 생존에 대한 실존주의적 드라마이자 대담하게 도덕성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대학을 갓 졸업한 파벨은 한때 전략적으로 중요한 연구기지였던 버려진 기상측량소에서 여름을 보내게 된다. 무뚝뚝하고 대화를 하지 않는 그의 동료 세르게이는 반복되는 자신의 일에 자긍심을 갖고 있는 부주의와 활기로 인해 종종 당황하곤 한다. 어느 날 세르게이가 송어를 잡으러 나갔을 때 파벨은 세르게이 가족의 비극적 소식을 무전기를 통해 접수하지만 망설이다가 세르게이에게 비보를 전달할 기회를 놓친다. 파벨의 선의의 거짓말이 두 사람 사이에 긴장을 유발하게 된다. 엷은 안개, 날카로운 바위들, 부서지는 파도, 엄청난 속도로 불어오는 바람 등을 모두 담은 파벨 코스토마로프의 놀라운 촬영과 두 주연 배우의 뛰어난 연기는 베를린 영화제에서 공동 남우주연상을 수상함으로써 보상 받았다. (전양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