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태평양 상의 프랑스 함대. 젊은 해군 청년인 모리아티, 마시나, 다마지오는 망망대해에 둘러싸인 채 엄격하게 규율되는 단조로운 일상을 반복한다. 지루함과 때로는 폭력을 참아내며 고독 속에 지내던 중 예상치 못한 실험에 참가하면서 고민이 시작된다. 벨기에의 세계적인 여성 감독 마리옹 한셀의 최신작으로 베니스 영화제 유럽영화 부문인 ‘베니스 데이즈’에 소개되었다. 영화의 첫 장면을 차지하는 어린 시절의 초록색 강물이 이후 핵실험이 벌어질 검은 바닷물에 자리를 내주도록 한 설정은 영화 전체의 주제와 형식적으로 조응한다. 어른이 되어가면서 순수를 상실하고 잔인성을 배워가는 현실에 대한 젊은이들의 저항과 고민이 가슴을 울리며, 특히 ‘내가 나 자신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린 아주 짧은 순간에 뭔가가 깨져버렸다’는 인물의 대사는 가슴 아픈 진실로 다가온다. 끊임없이 등장하는 다채로운 색의 바다가 곧 영화의 주인공으로 화하는 아름다운 영상이 인상적이며, 영화 마지막은 핵강국 프랑스에 대한 강한 비판을 담고 있다. (이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