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기를 살아온 중국의 기성세대에 땅이 주는 의미를 되짚어 보는 작품. 중국의 어느 농촌 마을. 84세 된 마씨는 늘 당나귀를 타고 다녀서 ‘늙은 당나귀’ 라 불린다. 그는 부모님을 잘 모시면 후에 자신이 자식들로부터 보살핌을 받을 것이라는 신념으로 살아왔다. 하지만, 시대는 변하여 자식들은 모두가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으며, 그는 자식들로부터 전혀 공경을 받지 못한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당나귀와 땅뿐이다. 1982년 중국정부가 농가 경영책임제를 실시하면서 농민에게 토지사용권을 나누어 준 뒤, 평생을 농부로 살아온 그로서는 토지사용권을 부여 받은 그 땅을 지키는 것이 농부로서의 마지막 의무라고 생각한다. 비록 황무지에 불과하지만, 부모의 묘가 있는 그 땅이야말로 그에게는 곧 부모이고 자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그의 신념 마저 배신당한다. 개발 바람이 ‘늙은 당나귀’의 마을에까지 불어와 자신의 땅을 내놓기를 강요당한다. 돈 때문에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늙은 당나귀’가 세상을 뜨자, 그와 함께 했던 당나귀는 팔려가는 신세가 된다. 리뤼준 감독은 책임과 의무만 있었지, 그 어느 것도 돌려받지 못한 기성세대가 그렇게 쓸쓸하게 그들의 시대를 마감하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과 무한한 연민의 정을 표현한다. (김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