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는 멀리서 공장문을 나서는 노동자들을 비춘다. 20세 에바는 계약이 갱신되지 않아 부카레스트를 떠나 이탈리아 남부로 향한다. 피아트 공장에서 일하는 같은 또래 안나의 배려로 그 집에 머물며 할머니를 돌보는 한편, 어떤 중년여인의 뒤를 쫓기 시작한다. 유럽의 불법이민과 노동문제를 뛰어난 구성력과 미장센을 통해 심도 깊게 다룬 수작. 주제 자체가 새롭기 보다는 그것을 풀어내는 영화적 형식에 주목하게 된다. 특히 지속성을 ‘방해’하는 툭툭 끊어지는 장면 연결과 의도적인 신체의 파편화는 전체적으로 단절의 느낌을 발생시킨다. 그리고 이것이 반복됨으로써 내러티브에 대한 몰입을 방해하고 결국 형식에 대한 인식으로 유도한다. 사는 곳은 동유럽, 서유럽으로 다르되 비슷한 운명에 처하게 되는 두 젊은 여성을 중심축으로 플롯을 구성하되 디테일에 의한 변주를 잊지 않아 ‘같지만 다른’ 젊은 세대의 행보를 밋밋하지 않게 보여주는 것도 장점이다. 올해 이탈리아 신진 감독의 영화 중 가장 눈여겨봐야 할 작품으로 베니스 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출품되었다. (이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