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를 죽은 아내로 착각하는 치매 할아버지와의 ‘위험한 사랑’을 통해, 한 바탕 성장통을 치르는 손녀 루 스토리. 아버지는 가족을 떠나고 엄마는 가장으로서 힘겨운 나날을 보내야 하는 와중에, 설상가상 치매를 앓는 할아버지가 11살 소녀 루의 삶에 끼어든다. 할아버지와의 만남은 그러나, 그녀의 기대와는 달리 루에게 삶의 새로운 체험으로 비상한다. 루에게 사랑의 힘과 아름다움을 발견하게끔 하는 계기로 다가서는 것. 호주에서 찾아온 흔치 않은 성장영화다. 이른바 ‘빙의’ 소재를 빌어 가족 드라마를 극화했으며, 철저하게 루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엄마마저도 의심?오해하는 두 캐릭터 사이의 교감이 예상치 못한 감동을 선사한다. 루의 가족사에서는 그저 그녀만의 것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는 보편적 설득력이 배어 있다. <1984> <스캔들> 등으로 유명한, 영국의 베테랑 연기자 존 허트가 할아버지 역으로 분해 사실감 넘치는 연기를 펼친다. 이 영화를 통해 연기 데뷔를 한, ‘루’ 역의 릴리 벨-틴들리는 10대 소녀 특유의 감수성을 섬세하게 소화해냈다. (전찬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