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몽> 이후 근 3년 만에 선보인 셀프 다큐드라마 <아리랑>으로, 올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공동)대상을 거머쥐며 다시금 화제의 중심에 선 김기덕! 그가 어느새 특유의 괴력으로 프랑스, 이탈리아의 몇몇 도시를 돌며 또 한 편의 신작을 빚어냈다. 연락이 끊어진 남자 친구를 찾아 무작정 파리를 찾은 20대 여자의 ‘로드 무비’를. 그녀가 길 위에서 겪는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선 상술하진 않으련다. 김기덕다운 상상력으로 가득한 영화의 신비감을 훼손시키고 싶지 않아서다. 그녀가 과연 남자 친구를 찾을 수 있을까 여부도, 감독이 김기덕이라면, 문제되지 않는다. 그에게 중요한 건‘ 과정’이지‘ 결과’가 아니다. 감독은 손수 카메라를 들고, 그녀를 쫓으며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4 대 3 크기의 표준화면에 담을 따름이다. 영화엔 별 다른 치장도 수식도 없다. 그 비어있음이 매혹적이다. 별 다른 대사를 하지 않는 그녀가 내 뱉는 말의 전부는‘ 이명수’란 외침이다. <아멘>은 <빈집>의 로드 버전이자 <나쁜 남자>의 해외 버전이이라 할 만큼 흥미로운 소품이다. 영화의 초심에 대한 김기덕의 문제제기로서 손색없다. (전찬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