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인도네시아의 조용한 시골 마을에 사는 시만은 과묵한 남자다. 그는 우연히 달에 우주인이 착륙하는 영상을 조작, 촬영하고 있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는데, 그를 발견한 조작단에 의해 혀를 잘린다. 이후 시만은 우주복을 입고 우주를 유영하는 우주 비행사처럼 슬로우 모션으로 행동하기 시작하고 마을 사람들로부터 미친 사람 취급을 받게 된다.
요셉 안기 노엔 감독은 세 번째 영화 <공상의 과학>을 통해 그가 지속적으로 고민해 온 인도네시아의 역사 및 역사와 개인의 삶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전 세계적인 냉전의 구도와, 그 구도 안에서 우주 경쟁을 벌였던 강대국들, 그리고 군부 쿠테타와 이를 정당화하기 위한 학살과 폭력이 만연했던 1960년대의 인도네시아라는 다중의 컨텍스트 하에서 이 영화는 거대한 폭력에 의해 희생당했던 시만이 또 다른 착취의 굴레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과 그 와중에 성적 착취의 가해자가 되는 모습을 차례로 보여준다. 마치 이 모든 일이 거대한 농담이 아니고서는 가능했겠냐는 듯 천연덕스러운 ‘공상의 과학’을 선보이는 것이다. (박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