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반정부 시위 현장을 누비던 사진작가 메흐디에는 정부의 규제로 고국에서 작업을 지속하는 게 어려워졌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아버지는 이란 정권의 강력한 지지자다. 이 부녀간의 갈등은 불 보듯 뻔하지만 영화는 그 길로 가지 않는다. <뮬라의 딸>은 메흐디에가 일찌감치 관객들에게 털어놓은 이주의 꿈을 가족들에게 공표하기까지의 과정을 따라간다. 이란이라는 거대한 사회적 틀, 가족이라는 단일한 공동체 단위, 그 사이에 다른 생각을 지닌 개별적인 존재들. 아버지와 딸은 결국 서로를 설득하는 데에는 실패하지만 그럼에도 딸은 다른 세상에 대한 열망을 쉬이 접지 않고 아버지 또한 자식을 강압적으로 눌러 앉히지 않는다. 이 영화의 감독인 ‘뮬라의 딸’은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비극으로도 희극으로도 극화하지 않는다. 대신 이 고요한 가족 드라마의 이면에는 이란 사회의 거대한 굉음이 깔려 있고, 지극히 사적인 한 여성의 내적 투쟁이 예비되어 있다. (강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