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교사 등 다양한 직업을 경험한 후 실력 있는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해 왔던 림위화의 감독 데뷔작. 남녀간의 밀고 당기는 사랑이야기와 심리묘사가 탁월한 작품이다. 성탄절 밤, 친구들과 파티를 하던 지니는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와 사귀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매우 우울해한다. 마침 그녀의 친구가 남자친구인 알란으로 하여금 그녀를 집으로 데려다 주게 한다. 서로를 위로해 주던 두 사람은 상대와의 만남이 ‘운명‘이라 믿으며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12번의 밤이 지난 뒤 그들은 또다시 변화해간다. 그들은 서로가 믿었던 사랑에 대해 회의를 하게 되고, 더 나아가 진실에 대해서까지 의문을 갖게 된다. 림위화는 지니와 알란의 심리변화를 섬세하게 따라가면서 결국은 혼자일 수밖에 없는 인간존재의 근원적 고독과 소외감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마냥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바로 그 이유로 인간이란 종국에는 서로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기 때문이다. (김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