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키키 브라더스’는 주인공 성우가 이끄는 4인조 밴드의 이름이다. 이들은 한때 서울에서 잘 나가는 밴드였다. 그러나 경기 불황으로 일자리를 잃고 떠돌다 한 멤버가 빠지고 세 명만 남게 된다. 떠돌이 밴드는 마침내 고향 수안보에 돌아온다. 그러나 그 곳은 더 이상 비틀즈같이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활동하던 낙원이 아니다. 옛 스승은 알코올 중독자로 변해 버렸고, 첫사랑의 여인은 과부가 되었으며, 친구들은 모두 찌들어 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니까 행복하냐?”라는 친구의 질문에 성우는 대답을 할 수가 없다.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많은 점에서 데뷔작 <세 친구>를 생각나게 하는 영화다. 두 영화 모두 여성 감독의 시선으로 보는 남성들의 세계이며, 모두 사회의 주류에서 밀려난 주변인들의 이야기다. 또한 카메라는 이번에도 움직임 없이 거리를 두고 인물들을 응시한다. 그럼에도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친구들은 <세 친구>의 소년들처럼 세상을 증오할 수가 없다. 어쩔 수 없이 삼류 인생의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그들의 노래는 애수에 젖을 수밖에 없다. (한상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