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자주영화와 독립영화계열은 넓고 깊은 갯벌처럼 파고 또 파도 한계를 모른다. 사람들은 때론 걷다가 깨진 유리조각에 발을 다치지만 때로는 보석을 발견하는 것이다. 20년 가까이 연극을 연출한 스즈이 타카유키 감독의 <강> 역시 누군가에겐 보석으로 보일 것이다. 네 명의 초등학교 동창이 우연히 모이고 범죄를 의뢰받는다. 그런데 그들 자신은 모르지만 서로가 여러 애증으로 얽혀 있다. 자신의 잘못으로 인질이 살해된 경찰과 인질의 약혼자, 스포츠 스타를 꿈꾸다 좌절한 술집의 바텐더, 그리고 신원이 수상한 남자. 영화는 도시를 살아가는 그들의 내면을 보여 주다 제약회사의 신약을 훔치는 범죄스릴러로 돌변하고, 네 남자는 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연어처럼 어린 시절의 기억이 담긴 초등학교로 향한다. 스즈이 감독은 독립영화의 기질과 현대영화의 경향을 동시에 껴안으며 심리묘사와 연기, 플롯을 조합하여 독특한 매력을 만들어낸다. <강>은 독립영화인 만큼 저예산의 테두리 안에 있지만, A급 영화의 저력을 가진 영화이며 작가적인 태도와 장르적 재미가 함께 공존하는 보기 드문 작품이다. (권용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