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호와 박수 속에 한 청년이 무대에 등장하고, 카메라는 장애가 있는 그의 춤추는 모습을 한동안 비춘다. 이어서 우리는 다리 한 쪽이 마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댄서를 꿈꾸는 25살 그리그리의 일상을 따라가게 된다. 어느 날 우연히 만난 동네 매춘부와의 다정한 사랑, 아저씨가 중병에 걸리자 고민 끝에 지역 석유 암거래상 밑에서 일하게 되는 과정 등이 펼쳐진다. 올해 칸 경쟁부문에 소개된 차드의 거장 마하마트 살레 하룬의 신작에는 춤과 음악, 남녀의 사랑이 어우러진다. 영화의 문을 여는 첫 시퀀스에서 주인공의 기묘하고도 흥겨운 춤이 예고하듯이, 이 영화는 하룬의 이전 영화들과는 상당히 다른 분위기를 띤다. 부자관계나 아프리카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성찰이 주가 되기보다는 보편적인 러브 스토리에 가깝다. 한쪽 다리에 장애가 있는 주인공과 천시 받는 동네 매춘부간의 사랑은 신파적인 소재이긴 하나 아프리카라는 대륙에 뿌리를 둔 주인공의 순박함과 차분함은 놀라운 진정성으로써 다가온다. 두 인물의 사랑을 감싸는 감독의 따뜻한 마지막 시선에 박수를 보낸다. (이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