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기 힘든, 지극히 평범한 소녀들의 일상을 섬세하게 포착한 영화. 남자친구 후루타와 동거하다가 그의 지나친 이기심에 질려 뛰쳐나온 스즈는 친구인 아베의 집을 찾아간다. 그런데 정작 아베는 중국으로 유학을 떠나버리고, 또 다른 친구인 요코와 같이 아베의 집에서 생활하게 된다. 한편으로 얄미우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가까운 사이인 두사람의 일상은 연인과의 엇갈린 만남 때문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킨다. 감독인 이구치 나미에게 있어 스즈와 요코가 미래에 대한 희망이나 목표를 잊고 산다는 사실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듯하다. 단지 그들이 지금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에 더 관심이 있다. 그런 점에서 미래에 대한 명확한 꿈이 있는 아베가 중국으로 떠나는 상황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그런데 정작 스즈와 요코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은 별로 거창하지 않은 소소한 것들뿐이다. 문제는 그들이 자기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둘은 서로에게 거울과도 같은 존재이다. 스즈가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가 헤매는 모습이, 아픈 스즈를 대신해서 나섰다가 똑같이 길을 헤매는 요코의 모습과 쌍을 이루도록 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과연 그들은 어른이 될 수 있을 것인가? (김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