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카는 언제부턴가 ′쿵′하는 소리를 들은 이후에 불면의 밤을 보낸다. 콘크리트가 금속에 빠른 속도로 부딪히는 것 같은 정체 모를 소리는 그녀에게만 들리는 듯 하다. 소리를 재현하고자 사운드 엔지니어를 찾아가고, 공사 중인 터널에서 발견된 유골을 연구하는 고고학자와 친구가 된다. 병원에서도 정확한 병명을 발견하지 못하지만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를 만나면서 비밀이 풀리는 듯 하다. 거장 아피찻퐁은 <메모리아>를 통해 분명 우리와 함께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공존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것 또는 그들은 또한 우리가 남긴 흔적이기도 하다. 집과 병원, 상점가, 숲, 산책로는 익숙함에 쉽게 지나칠 수도 있다. 그러나 누군가는 의도와 상관없이 진실을 숨기고 있고, 그럼에도 필연적인 이끌림도 공존한다. 소리와 영상 이상의 외침은 크레딧이 올라간 이후에도 한참을 남아있을 것이다. (박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