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9년부터 1952년까지의 격동기. 한 유랑극단이 지방과 마을을 돌면서 페르시아디스의 ′양치는 처녀 골포′ 를 공연한다. 단원들의 사이의 황폐한 관계는 마치 고대 아이스킬로스의 비극을 연상시킨다. 그들의 이데올로기적 배경도 협력자, 기회주의 자, 온건주의자, 좌파, 공산당원, 무정부주의자처럼 다양하다. 배신하는 아내, 목표를 잃은 장군, 복수심에 불타는 아들과 같이 연극 속의 다양한 배역은 마치 단원들의 실생활과 유사하다. 〈유랑극단〉은 모놀로그와 슬로건, 그리고 노래를 통하여 마치 생생한 그림을 보는 것처럼 제2차 세계 대전을 둘러싼 격동기를 그려낸다. 단원들을 둘러싼 시대적 상황은 다양한 상징으로 되풀이되어 보여진다. 그들의 연극은 결국 결말을 맺지 못한 채 끝이 나지만, 연극의 배경 막에 그려진 양들은 이 땅에서 계속된 피바람과 고통의 세월을 증언하고 있다. 영화 속에서 단원들이 공연하는 아이스킬로스의 비극은 다름 아닌 무대 바깥의 세상에 대한 은유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