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눌하고 무능력한 전과자 남자는 우연한 계기로 중증 장애인인 여인을 만나 사랑을 싹틔운다. 그러나 두 사람의 가족들조차도 그들의 사랑을 이해하지 못하고 가로막는다. 사건들을 시간의 역순으로 배치한 전작 <박하사탕>에서처럼 이창동 감독은 이 영화에서도 전통적인 내러티브 영화의 미덕을 굳건히 지키면서, 판타지의 매개 없는 삽입이라는 실험적 요소를 첨가한다. 동시대인의 결핍과 인간에 대한 근원적 신뢰를, 계몽주의에 빠지지 않으면서 잘 짜여진 이야기 안에 녹여 넣는 이창동 고유의 강점은 여전하다. 이 영화의 독특한 판타지는 “현실과 대립하지 않고 현실을 포옹하는 판타지”라는 평가를 얻었고, 남녀 주연 배우의 열정적 연기도 널리 박수를 받았다. 2002년 베니스영화제 감독상 수상작.